이재용 파기환송, 위기의 삼성... 재계, 경제 불확실성 우려
이재용 파기환송, 위기의 삼성... 재계, 경제 불확실성 우려
  • 박경희 기자
  • 승인 2019.09.0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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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 이슈_뉴스워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국정 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1심과 2심처럼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데다 집행유예를 장담할 수 없어 삼성의 앞날이 안개속이다. 재계에서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맞닥뜨린 삼성의 위기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해져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 유죄→무죄→다시 유죄

▲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국정 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1심과 2심처럼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데다 집행유예를 장담할 수 없어 삼성의 앞날이 안개속에 빠져들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지난해 2월,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 가운데 상당수를 무죄로 판단했고,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제공한 말 세 마리도 뇌물이 아니며,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 해결을 위해 최씨가 세운 한국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2800만원을 지원했다는 제3자 뇌물죄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었는데, 지난 달 29일 대법원합의체는 이러한 2심 판단이 잘못됐다는 다수 의견을 냈다. 항소심에서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던 말과 영재센터까지 유죄로 인정한 것이고, 이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일부 대법관들은 다른 의견을 냈다. 박근혜-최순실을 단순뇌물죄의 공동정범으로 보기 어렵고, 말 세 마리가 전부 뇌물이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또 제3자 뇌물죄 설립 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 경영권 승계작업 존재도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한편 또 다른 대법관들은 ‘강요죄 무죄’를 부분을 두고 다수의 의견에 반대했다. 당시 국정운영 방식과 사회 분위기, 평균적인 사회인의 인식 등을 봤을 때, 박 전 대통령이나 안 전 수석이 구체적이고 특정한 요구를 하는 것 자체가 충분히 협박이 될 수 있었다며 협박에 의해 뇌물을 공여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을 냈다.

만약 항소심에서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던 말과 영재센터까지 유죄로 인정하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은 법정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법원에서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액은 총 86억8천여만 원인데, 삼성의 법인 돈을 이용한 뇌물은 횡령이 되는 것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횡령액이 50억 원을 넘어서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 국내외적인 위기에 놓인 삼성..한국 경제 악영향 우려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파기환송으로 삼성의 미래는 안개속이다.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이 시작되면서 삼성은 3년가량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기소, 1심 실형 판결, 2심 집행유예 판결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오너 리스크로 인해 미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다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후 공격적인 투자와 경영 활동에 전념하며 미중 무역 분쟁과 한일 경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는데, 엎친 데 겹친 상황이 됐다.

이 부회장이 지난 1심, 2심을 치르는 동안 삼성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29일 대법원 선고가 끝난 직후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어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을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렇게 삼성이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한 것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안팎에서서의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기 때문에 그간에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는 방법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즉, 최근 반도체 부분 영업실적 악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 한일 경제 분쟁 등의 상황에서 검찰 수사로 인한 오너 리스크까지 겹치게 됐기 때문이다.

경제에서는 국내 1위 기업의 위기는 곧 우리나라 경제 위기라는 진단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무엇보다 우리 산업이 핵심 부품 및 소재, 첨단기술 등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경쟁력을 고도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삼성그룹이 비메모리, 바이오 등 차세대 미래사업 육성을 주도하는 등 국제경쟁력 우위 확보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주어야 할 것”이라며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 다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경제계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에 큰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되며 향후 사법부는 이러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예견된 칼날

사실 이 부회장의 거취 문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조국 민정수석이 거론되면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시절부터 이 부회장의 구속에 관심을 보이면서 삼성을 비판해 왔던 것이다. 당시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 “삼성 창업 후 최초의 총수 구속, 특검 수고 많았다. 판사, 현명한 선택했다.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뿌리를 끊는 계기가 되길. 불법과 비리에 기초한 경영 끝나야 한다”면서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여기에 지날 달, 27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명령을 받은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의 조국 후보에 대한 전방위 압박수사를 하면서 이 부회장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예측도 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삼성에 예견될 칼날이 겨눠진 것인데,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법무무 후보, 그리고 삼성으로 이어진 연쇄 관계가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