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통해 3개월 공부 후 자격증 취득…갈 곳 많지 않고, 처우도 낮아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가 자격증 하나 취득했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관공서 등에 취업하는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극히 드물고 이 일도 공공근로나 일용직일자리로 나오기 때문에 힘든 점이 많아요”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경옥씨(34세)의 말이다.

최근 들어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분이 부쩍 눈에 띄게 늘었다.
2000년에 시작된 직업상담사2급 자격증 시험에는 2만7000여명이 응시해 이 중 상담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만 2241명이다. 2011년에는 24676명이 시험에 응시했으며 1차에서 1만1653명이 합격했고, 2차에서는 1만6653명이 응시해 최종 자격을 취득한 사람 수는 4026명이다.
현재까지 직업상담사 자격은 15만4912명이 지원했으며, 이중 2만1470명이 직업상담사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직업상담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비교적 타 자격에 비해 취득이 용이하며, 출제 난이도도 높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직업상담사 취득하면 갈 곳 많아요” 사탕발림하는 학원들

하지만 문제는 직업상담사 자격을 취득해도 직업을 구하기는 어렵다는데 있다.

직업상담사를 취득하면 공무원은 아닐지라도 준공무원급은 될 것이라는 학원의 이야기에 솔깃하여 자격증을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다.

그렇게 시작한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 바람은 결국 학원 수강으로 이어지고, 단기반 장기반을 거치며 1차 2차 시험을 거쳐 자격증 취득에 성공한다.

▲ 자료출처=한국산업인력공단 직업상담사 2급 응시 및 자격현황

그러나 진짜 문제는 자격증 하나 달랑 가지고 어디로 취득하느냐에 있다. 중소기업은 직업상담에 대한 관련부서가 편성되지 않았으며, 대기업은 공인노무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만이 겨우 취업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행 법률에 의해 마련된 직업상담사 자격증은 그 자격을 취득한 것만으로 많은 혜택이 있을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직업상담사는 ‘고용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직업안정기관에서는 의무적으로 직업상담사를 배치해야 한다. 이러한 직업안정기관으로는 노동부의 지방관서나 고용지원센터, 인력은행, 시군구에서 운영하는 취업안정센터와 같은 국공립기관 등이 있으며, 이러한 기관은 전국에 약 2000여 곳에 달한다는 점은 분명 직업상담사의 취업에 희소식일 것이다.

반면, 설령 직업상담사가 취업할 수 있는 곳이 2000여 곳에 달한다 할지라도 그 처우를 알아보면 한숨이 나온다는 것이 2010년 2차에서 직업상담사 자격을 취득한 김순영(32세)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김순영씨는 갈수록 취업하기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직업상담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약 3개월여간의 자격증시험 준비기간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자격증 취득 후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관공서의 경우 상담사 1급 이상의 자격증을 가진 분들이 많았으며, 이분들도 정식 직원이 아닌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일을 하는 경우나 또는 공공근로나 일용직근로자로 일을 하고 있어 월급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김씨의 경우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대다수 직업상담사들은 취업에 성공해 일을 하고 있고, 그 생활에 나름 만족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개월여를 공부해 취업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며, 사회에 나온 초보 직업상담사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곱지 않다.

1차와 2차에 나눠지는 직업상담사 자격시험제도는 비교적 쉬운 과정으로 분류되어 많은 사람들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취득이 쉬운 만큼, 취업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직업상담사들의 자격증은 일명 장롱면허가 되고, 쓸모없는 자격증을 변모하고 있다.

■ ‘창업’ 직업상담사의 성공적인 출구전략인가

이런 과정으로 취업은 여전히 어려워 강구해볼 만한 것이 창업이다.
최근 취업난은 날로 심해지고 있으며, 설령 취업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취업이 아닌 이상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퇴직을 결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 직업상담사들은 ‘창업’을 결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장우영씨(38세)의 경우가 직업상담사 자격을 취득한 후에도 한 동안 일자리를 얻지 못해 창업을 결심한 사례 중 하나다.

장씨는 “처음부터 창업을 염두에 두고 상담사자격을 취득한 것은 아니다”며 “자격증을 취득해 몇 차례 이곳저곳에서 일을 했었지만 여전히 낮은 급여에 시달려야 했다”고 전했다.
장씨는 결국 직업소개소 창업을 결심하게 되어 시작했지만 1년 넘게 수익이 많지 않아 고생해야 했다 전했다.

장씨의 경우는 그 나마 나은 경우라고 한다. 주변 지인이 직업소개소를 운영하고 있어 지인을 통해 운영노하우나 영업방법 등을 전수받은 덕에 비교적 쉽게 자리를 잡은 경우라고 장씨는 전했다.

하지만 대다수 직업상담사들은 창업을 하려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운영방법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길이 없다.

장씨도 이런 방법이나 노하우들을 알려주는 곳이 많았다면 더 쉽게 창업을 결심하고 영업을 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반면 정부는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이 향후 유망한 직종으로 분류해 자격증제도를 신설했지만 정작 2만명이 훨씬 넘는 직업상담사에게 줄 수 있는 일자리는 마련해 놓지 않은 상황에서 마련된 제도이다 보니 직업상담사 겪는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사실 창업을 결심하고 직업소개소를 개설하기는 쉽지만 창업 이후 어떻게 해야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형화된 방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창업을 결심하기도 어렵고, 결심 후 수익창출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의 적극적인 처우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며, 이들이 창업을 결심했을 때 성공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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