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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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제정세] 일본을 우리나라의 수출관리 우대국,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수렴이 (3일)로 종료됐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우리 정부는 WTO 제소 준비, 일본 석탄재 전수조사 등의 맞대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달 12일 산업부는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가’ 지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틀 뒤인 14일부터는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개정안을 행정예고 한 뒤 어제인 3일까지 온라인, 우편, 팩스 등을 의견을 수렴했다. 이에 대해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 내부 절차를 거쳐서 개정안을 공포․발효하게 된다”면서 “정상적인 사안이면 다음 주에 관보에 게재하고, 그 다음 주 정보에 발효되는 수순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산업부의 발표대로라면 이달 중순쯤 시행된다는 얘기다. 사실 정부는 “의견 수렴 기간 중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이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양자협의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협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예정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달 29일 한․일 국장급 협의를 통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 자리에서도 서로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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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 맞대응 행보 이어가는 정부

우리 정부는 이달 중순 쯤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는 방침 외에도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대응하는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지난 2일부터는 일본 석탄재에 대한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또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일본의 수출규제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달 29~30일(현지시간) 칠레 푸에르트 바라스에서 열린 제3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고위관리회의에서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조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한국 측 대표인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은 ‘무역투자 자유화’를 의제로 논의하는 자리에서 일본이 역사적 문제에서 기인하여 발생한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무역 규제 조치를 일방적으로 단행한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일본의 조치가 아태지역에서 비교우위에 기반하여 공고히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 동북아 지역의 한중일 3국 산업협력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관계 심화를 통해 정치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국제정치경제학의 상식적 이론에 반하는 조치”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에 일본 측 대표인 교코 카시와바라 경제산업성 통상정책국 특별 통상교섭관은 일본 정부가 반복적으로 해명해 왔던 대로 “일본의 조치는 국가 안보 측면에서 엄격하고 적절한 수출 통제를 시행하기 위한 관련 절차를 개정한 것이지 무역제재 조치는 아니다”라며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측은 오는 8일 태국에서 열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관련 각료급 회의를 앞두고, 이 회의에서 한․일 양자 문제를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고 3일 주장했다. 이는 대한(對韓) 수출규제 강화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국제사회로 확산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 우리나라의 일본 백색국가 제외 시행 재검토 의견도 있어

일본의 이러한 모습은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이유로 내세우는 ‘수출관리제도의 운용을 재검토’로는 국제사회로부터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맞대응 조치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WTO 제소 전에서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해석될 여지가 남길 수 있다며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WTO 협정에서는 일방적 대응조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WTO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본 정부는 압박을 받게 된다고 조언했다. 일본이 최근 개별허가 품목으로 지정한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에 대한 수출을 찔끔 허용한 것도 이러한 압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의 주장대로 우리나라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의한 보복이 아니라 단지 수출관리제도의 운용을 재검토한 것뿐이라는 입장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애초 일본은 국제 분업 질서를 교란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있을 정도의 저강도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이번 조치를 통제를 위한 틀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고,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해서 수출 심사를 개별허가로 바꾼 것에 대한 분명한 이유는 제시했어야 했으며, 그렇지 않았으므로 WTO 제소시 일본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맞대응은 보복조치로 인식될 뿐 수 있기 때문에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송 변호사의 견해다. 또한 CP(자율준수무역거래자)를 보유하지 못한 국내 중소기업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CP 전략물자관리원 자료를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CP 기업은 164곳(일본은 1300여곳)이며, CP 인증도 A, AA, AAA 등급이 있다. 일본에 대한 포괄수출허가가 허용되는 기업은 AAA등급뿐인데, 중소기업들이 CP 기업이 되기 위한 구색을 갖추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도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긴 한데, 맞대응 강도가 커질수록 국민과 기업들의 불안도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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