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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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이슈 투데이] 대법원이 총 86억 원의 뇌물 공여를 인정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형사1부에 배정됐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소심을 심리하고 있는 부패전담부 중 하나이다. 이로써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한편 복합적인 악재를 맞이한 상황에서도 이 부회장은 첨단 반도체 기술을 소개하는 ‘파운드리 포럼’을 예정대로 일본에서 개최하면서 굳건한 경영의지를 보이고 있다.

◆ 재구속 VS 집행유예 가능성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달 29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는데, 4일 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은 부패전담부 중 하나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은 맡은 형사1부에 배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부회장의 재구속 가능성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액수가 52억 원 늘어난 총 86억 원의 뇌물을 인정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 원 미만이어야 최저 징역 3년 선고가 가능해 집행유예도 선고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횡령액이 50억 원이 넘었으므로, 이 양형기준에 따르면 4년에서 7년 정도의 형을 받게 된다. 이 기준만 본다면 이 부회장은 재구속 가능성이 높다. 김경진 무소속의원은 재구속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집행유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재판부가 정상 참작할만한 사유가 인정되면 작량감경을 통해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경우 횡령액을 모두 변제했다는 점과 형량이 가장 큰 재산국외도피죄 부분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로 확정됐기 때문에 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견해다.

또한 특별양형요소 가운데 요구형 뇌물인 경우는 피고자에게 유리한 감경요소가 되는데, 부정한 청탁의 경우는 가중요소가 된다. 따라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한 부정한 청탁 인정여부’에 따라 이 부회장의 실형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대해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을 인정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았다고 보았고, 항소심 재판부는 승계작업과 부정한 청탁 모두 인정할 수 없다며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감형 받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경영 승계 작업에 대한 논란은 삼성바이오 회계 부정사건과 관련 있다. 삼성바이오 회계 부정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당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적용하기 위해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고, 이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고 회계조작까지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승계작업을 원활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부정 청탁까지 했다는 것이 1심의 논리였고, 삼성은 승계 작업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회계부정도 2015년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는 관계없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만 이뤄진 단순한 회계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사건을 다시 서울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경영승계 작업과 부정 청탁의 연관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승계작업이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원심이 잘못 돼 다시 재판하라며 되돌려 보냈다는 게 승계작업을 인정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주요 쟁점으로 언급됐던 말 3마리 지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이 어떤 성격으로 적용되는지에 따라 이 부회장은 거취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즉, 승계작업을 위한 적극적으로 뇌물로 본다면 재구속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고, 정치권력의 강요에 의한 수동적 뇌물로 본다면 집행유예 선고도 가능해진다.

◆ 위기 속에서도 일본에서 ‘파운드리 포럼 2019’ 개최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 갈등 등의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재판 문제까지 겹쳐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4일 일본에서 ‘파운드리 포럼 2019’를 예정대로 개최했다. 자사의 파운드리 사업 로드맵과 신기술을 소개하면서 주요 반도체 업체들과 협력관계 강화를 위해 마련된 이 행사는 지난 2016년부터 매년 글로벌 핵심 거점에서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5월 미국을 시작으로 6월 중국, 7월 국내에서 열린 후 일본이 네 번째 행사다.

이번 행사를 앞두고 경제보복 등의 문제로 일본이 행사 개최지에서 빠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으나 예정대로 개최를 하면서, 이 부회장이 일본의 경제보복에도 불구하고 ‘초격차’ 전략을 통해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이번 포럼을 차질없이 준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흔들림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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