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G메일을 쓰다보면 매일같이 메일보관함에 쌓이는 것이 있다. 나는 G메일을 통해 국내의 일용건설근로자의 소식을 스크랩한 메일을 전해 받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하루에도 몇 십 통의 메일이 올라온 적도 있다. 일용건설근로자의 기사들에서부터 그들이 올리는 소식까지 구글의 G메일은 거르지 않고 나에게 퍼다 날라준다.

한데 말이다. 대부분의 소식이 아쉬움을 남길 때가 많다. 강원도의 한 공사현장에서 H빔이 떨어져 미처 피하지 못한 근로자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부터, 그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려운 것은 결국 피로로 인한 몽롱한 정신 때문이라는 글 또한 G메일은 전하고 있다.

그들에게 이런 일이 왜 이토록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소식은 해마다도 아닌, 매일 매일 반복되는데도 왜 쉽게 잊히고 사라지는 것일까. 이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쉬이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은 드물다.

고등학교 시절 역사과목 은사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있다. 인도를 지배해온 영국에서 인도가 왜 가난할 수밖에 없는지 대해 조사한 결과를 내놨는데, 그 내용이 이렇다는 것이다.

인도는 다양한 언어가 존재하여 국민들 서로가 통합 및 융합이 어렵기 때문이란다. 기차를 타고 하나의 역을 지날 때마다 그들이 쓰는 언어가 다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1980년대 말, 인도 자체 조사에서조차 인도 내의 각기 다른 언어 1500여개가 넘을 정도다.

두 번째로는 카이스트제도라는 국민간의 계층별 차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도 국민의 상당수가 카이스트제도의 최하층 계급에 속해 있어 그들이 온갖 핍박과 굴욕을 받으며 살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일할 의욕을 상실하고 능력 또한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인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금의 건설일용근로자의 모습이 사뭇 그와 같기 때문이다. 건설근로자는 그들 스스로 프리랜서라고 생각한다. 어느 곳에도 소속하기를 거부한다. 이렇다보니 뭉쳐지지 않는 모래알처럼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삶을 되풀이한다. 목소리를 모으고 높이려 하지 않고 귀찮아하며, 스스로를 포기하는 사태도 종종 발생한다. 그들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조차 무시하고, 따돌리며 혼자이기를 원한다. 언어가 다른 인도의 모습처럼 말이다.

또 하나는 현재 국내의 건설일용근로를 하는 사람은 사회의 최하층민이라고 자타가 인정한다. 그들조차 “지금 하는 일(건설근로)을 어쩌지 못하니까 하고 있지 다른 일 생기면 바로 떠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한다. 그들 스스로 밑바닥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그들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들도 그들을 하대하고, 존중하지 않는다.

결국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깎아 내리며, 삶을 낭비하고 있다. 인도인이 카이스트제도로 인해 의욕을 상실하고,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하지만 지금의 인도는 달라지고 있다. IT의 메카라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는 많은 인도인이 활약하고 있다. 바로 IT가 그들의 삶을 바꾸면서 스스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국내의 IT환경은 세계 최상급이다. 이제 건설일용근로자들도 스스로를 챙기며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가 왔다. 바로 손안의 IT서비스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그들이 서로를 배척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네이버의 밴드나 카카오의 카카오톡 들을 이용해도 쉽게 커뮤니티를 조성할 수 있고, 또 정부는 다섯 명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의 인가를 내어주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비록 지금의 생활이 고되다 할지라도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 밀리는 것이 지금의 사회인 것을 생각하면, 다소 귀찮더라도 준비하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이일 조금만 더 하고 떠나야지”하는 생각은 결코 자신을 발전시키지 못한다. 지금의 현실 속에서 변화를 이루어야 만이 진정한 변화가 올 것이다.

그리고 건설근로자는 새벽4시에 일어나야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데, 최근 출시된 IT서비스 중 건설근로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있다. 4시가 아닌 5시에 일어나 집에서 건설현장을 찾아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가 그것이니 잠이 부족한 그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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