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 준비생인 P씨(28)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추석명절이 그리 반갑게 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큰집이 도보로 불과 10분 내 있는 거리임에도 큰집을 방문하기가 꺼려진다. 과거 아르바이트를 함께했던 동료,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으나 본인은 하고 싶은 직무가 있어 아직 취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P씨는 과거 말레이시아로 유학을 다녀온 터에 고등학교 동창들에 비해 나이도 한 살 많아 설날,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오면 친척들로부터 “애인은 있느냐”, “결혼준비는 되어있느냐”, “모아둔 돈은 있느냐” 등의 질문도 쏟아진다. 실제로 P씨는 기자에게 “부모님이 내 눈치를 보는 것이 가장 싫다”고 하소연 한 바 있다. 일 년에 한 두 번 볼까 말까한 친척들의 날선 질문에 대한 불쾌감도 있겠지만 이보다 본인의 스트레스와 각종 압박감에 대한 부담이 가장 자신의 마음을 후벼 팔 터이다.  

실제 통계에서도 취업준비생과 미혼남녀 등이 명절에 친척들이 아무 생각 없이 뱉는, 소위 ‘꼰대’ 질문에 많은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플랫폼이 조사한 ‘추석 연휴 스트레스 통계’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친척들의 배려심 없는 질문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장 큰 명절 기피 이유로 들었고 이후 금전적 지출에 대한 부담, 주위의 시선, 부모님의 위축 등을 다음 항목으로 꼽았다. 

더욱이 이어지는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명절 자체를 기피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실제로 최근 취업을 위해서는 어학점수는 물론, 각종 자격증 획득과 기업에서 원하는 시험성적이 필수적이다. 긴 추석연휴에 취업준비를 하기도 벅찬데 원하지도 않는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젊은이들의 마음일터다. 

한편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추석 연휴에 가장 듣기 싫은 ‘꼰대 질문’은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이니’(30.7%, 복수응답)가 1순위를 차지했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살 계획이니’(13.4%, 복수응답)가 미혼 측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모아둔 돈은 얼마나 되니’, ‘아직까지도 취업을 못 했니’ 등이 그 뒤를 따랐다. 

민족의 명절 추석 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한 자녀, 조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발언보다 격려의 말과, 아니면 차라리 ‘따뜻한 무관심’으로 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죽하면 ‘나이가 들면 입보다 지갑을 먼저 열어라’라는 말이 탄생했을까. 

바쁘게 사는 이 시대의 청년들이 어느 어른들의 걱정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리고 막연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추석에는 ‘꼰대 질문’ 없이 각 가정에 큰 웃음과, 격려의 목소리가 번지는 그러한 따뜻한 명절이 되길 바라본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