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제정세] 사우디 최대 석유생산 시설 공격 받아, 중동 정세․국제유가 불안
[뉴스워커_국제정세] 사우디 최대 석유생산 시설 공격 받아, 중동 정세․국제유가 불안
  • 박경희 기자
  • 승인 2019.09.16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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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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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제정세] 지난 14(이하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운영하는 석유시설과 유전이 무인기 여러 대로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됐다. 예멘 후티 반군은 자신들이 직접 공격을 가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란이 공격 배후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이란이 반발하고 있어 중동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양대 유전이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유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이란을 공격 배후로 지목

사우디 내무부에 따르면 14일 오전 4시쯤 사우디 동부 담맘 부근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시설과 쿠라이스 유전 등 2곳이 무인기(드론) 여러 대로 공격을 받아 불이 났다고 밝혔다. 이후 예멘 후티 반군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방송을 통해 드론 10대를 동원해 사우디 내 석유생산 시설 2곳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고 직접 밝혔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가 2014년 예멘 내전에 개입한 이후 최근 몇 달간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해 사우디의 공항, 담수시설과 석유시설을 공격해 왔다. 지난 5월에도 사우디 송유관에 공격을 가했으며, 지난 달 17일에는 드론 10대를 동원해 사우디의 샤이바 유전을 급습한 바 있다.

이렇게 예멘 반군이 직접 공격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사우디의 석유시설을 공격한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공격이 예멘으로부터 온 증거는 없다우리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이란의 공격을 공개적으로 그리고 분명하게 비난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미국 정부는 여러 장의 위성사진을 제시하면서 사우디 국내에서 폭격 당한 대형 유전들 2곳의 최소 19개 지점이 타격을 당했고, 아브카이크의 최대 정유공장도 주요 시설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미 당국은 이 시진들을 분석한 결과 공격 방향은 예멘 남부로부터가 아니라 이란 또는 이라크에서 날아온 것이라야 맞는다며 이란을 의심했다.

또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공격을 조사 중인 일부 세계 전문가들은 예멘이 아닌 이라크나 이란에서 드론이 날아온 것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고 15일 보도했다. 예멘부터 사우디 동쪽에 치우친 두 곳의 시설까지 1000를 드론이 날아갈 수 있겠느냐는 의문 때문이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이라크는 적극 부인했고, 미국이 예멘 반군의 공격 배후로 지목한 이란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을 비난하는 것으로 예멘의 비극이 끝나지 않는다면서 특히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대해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에 실패하자 최대 사기로 돌아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제유가 상승 우려 VS 시장 영향 제한적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석유시설 두 곳이 폭격을 당하면서 국제 유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아브카이크 탈황시설은 아람코가 관련 시설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라고 홍보하는 곳일 만큼 사우디 석유 산업에 중요하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하루 원유 처리량이 700만 배럴 이상으로 사우디가 수출하는 원유 대부분이 이곳에서 탈황 작업을 거친다. 쿠라이스 유전도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번 폭격으로 사우디 석유생산량의 절반 가까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공격으로 하루 570만 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 내다봤으며,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넘게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산업 컨설팅업체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 앤드루 리포 회장은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대만 등이 하루에 사우디 원유를 400만 배럴이나 소진한다면서 사우디 석유시설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한국 등 아시아 국가가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한 해 원유 수입량의 30%를 사우디에서 조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 자국 내에서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비축해 두고 있기 때문에 국제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한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일본 오키나와, 이집트 시디 캐리르 등 주요 거점 지역에 저장시설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아람코는 생산 감소분은 이 비축유로 채울 것이라고 밝혔으며, 16일까지 생산량의 3분의 1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미국도 이번 사태가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미국의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근거로, 나는 전략비축유의 방출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드론 공격으로 인한 국제유가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군사 공격을 감행할 것을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우리는 검증(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공격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군사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의도이다.

이렇게 사우디 유전시설 공격의 배후로 이란이 지목되면서 향후 중동정세와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