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2017년 케이씨텍에 있어서는 중요한 해였다. 2017년 11월 1일을 분할 기일로 해 케이씨로부터 반도체 장비, 소재 및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부문이 인적분할되어 신규 설립된 후 2017년 12월 5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되었기 때문이다. 2019년 6월 30일 기준 케이씨의 자산은 2759억원으로 5000억원 조건에 미달해 법적으로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 체제와 비슷한 모습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또한 2019년 1월 창업주이자 케이씨 고석태 회장이 자녀 고상걸씨와 고유현씨에게 주식을 증여하며 승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2016년까지 반도체 산업 활황으로 최대 매출액 기록을 계속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던 케이씨텍은 지난 2018년 내내 지속적인 매출액 하락을 겪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불황으로 인한 수주 실적 악화가 실적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과 지분 증여 등의 승계 작업 과정에서 고려할만한 이슈는 없었는지 알아본다.

◆ 지배구조 변화와 승계 작업 돌입, 오너가 장악력 키우는 중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반기보고서(2019.06)

1987년 설립된 반도체 장비회사인 케이씨는 1990년 법인 전환했으며 1997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어 거래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2년간 사상 최대 매출을 연이어 갱신했으며 2017년 11월 1일을 분할기일로 케이씨로부터 반도체 장비, 소재 및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부문이 인적분할되어 신규로 설립된 후 2017년 12월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되었다. 케이씨텍 포함 총 10개의 자회사가 있으며 케이씨텍이 핵심 자회사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1월 25일 고석태 회장은 케이씨 주식 140만주와 케이씨텍 주식 100만주를 아들 고상걸씨와 딸 고유현씨에게 증여했다. 고상걸씨는 케이씨 주식 125만주와 케이씨텍 주식 80만주, 고유현씨는 케이씨 주식 15만주와 케이씨텍 주식 20만주를 보유하게 되었다. 참고로 고상걸씨는 현재 케이씨 미래전략팀장 상무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나 고유현씨는 경영 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고석태 회장에 이어 개인으로서 최대주주 명단에 올라가 있는 오희복씨는 고석태 회장의 배우자로 케이씨 주식의 5.14%, 케이씨텍 주식의 4.16%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추가 지분 증여가 이루어질 것인지 알려진 바 없으나 이미 승계 작업은 활발하게 진행되어 점점 더 장악력을 키워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수상한 증여 타이밍, 우연일까 의도일까?

30년 넘게 경영권을 쥐고 있던 고석태 회장은 주식 증여를 통해 본격 2세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경영 승계를 위해 절대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2세 자녀는 경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지분을 늘려가야 한다. 그러나 2세가 지분을 늘려 가야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슈들이 발생해 일반투자자들의 가치가 훼손할 수 있을 수 있다. 케이씨와 케이씨텍의 지분 증여 과정에는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할 만한 이슈는 없었는지 확인해본다.

고석태 회장은 두 자녀 고상걸 부사장과 고유현씨를 대상으로 올해 1월 25일 주식 증여를 했다. 지난 1년 간의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주가가 가장 낮아진 구간에서 지분을 증여했으며 증여 후에 케이씨 및 케이씨텍 두 회사의 주가가 곧바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증여 타이밍에 대한 의문이 든다. 케이씨와 케이씨텍 두 회사 모두 상장사이기 때문에 증여세 등의 다양한 이유로 주가 상승은 지분 증여를 고려하는 오너 일가에게 반갑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상장사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의 주가가 낮아졌을 때 자녀 지분 매입 공시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케이씨텍 역시 이와 동일한 흐름을 가지고 있어 증여 타이밍이 의심스럽다.

핵심 계열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보수적인 회계나 잠재적 부실을 한 번에 털어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순이익을 낮추는 경우가 있어 기업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기도 한다. 또한 경영권 승계가 끝난 직후 실적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양상을 띄는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 과정 중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실적 추이 양상이다. 케이씨텍의 실적 추이 또한 동일한 양상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난해 반도체 산업 자체가 불황이어서 매출액 감소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용이 반영되는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계속 감소하고 있어 의도적으로 극보수적인 회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 매출액이 떨어지는 속도보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감소 속도가 더 가파르다. 그리고 지분 증여가 종료된 2019년 1분기 이후 2분기에 실적이 급속도로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분기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5.4% 늘어났으나 영업이익과 분기순이익은 106.8%, 10.2%씩 상승했다. 별도로 매출액이 늘어나지 않더라도 보수적인 회계를 완화하기만 해도 쉽게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 따라서 보수적인 회계로 주가 하락을 의도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는 있다. 왜냐하면 경영 승계에 필요한 주가 변동으로 인해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황을 이어가는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케이씨텍은 시장 추정치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케이씨텍은 이번 인적분할 등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 미만의 저조한 반도체 장비 산업 국산화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0년이 넘는 업력을 기반으로 지배구조 개편과 2세 경영체제 돌입 등 다양한 외적 변화로 케이씨텍이 실적 개선의 도약의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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