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_친절한 금자씨 포스터 중에서
영화_친절한 금자씨 포스터 중에서

‘너나 잘하세요’

[뉴스워커_기자수첩] 지난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배우 이영애 씨가 날린 명대사다. 개봉한지 15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이며, 그렇기에 ‘금자씨’의 대사가 잊힐 만도 하건만 워낙 명대사여서일까, 최근 다시 이 대사가 기자의 머릿속에 떠오르게 됐다.

지난 2일 명인제약이 불법 리베이트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과징금 부과 및 판매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은 가운데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의 과거 발언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제약업체들의 불법 리베이트 문제를 언급하며 “제약업체들이 정책과 규제를 탓하면서 뒤로는 할 것을 다 하고 있다”며 “경영진들이 투명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업계를 강하게 비판했던 바 있다.

뿐만 아니다. 이 회장이 한국제약협회 이사장으로 있을 당시에는 ‘무기명 설문조사’를 통해 불법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강도 높은 방침을 밝히며 당시 리베이트 문화(?)가 공공연하게 퍼져있던 제약업계를 일순간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데 문제는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고 야심차게 밝힌 이 회장의 회사, ‘명인제약’이 의사 및 의료관계자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식약처로부터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았다는데 있다. 이 회장이 지난 2016년에 밝힌 방침들을 가장 먼저 지켜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곳이 정작 ‘명인제약’인 것으로 비춰지는 이유와, 잊혀져가는 영화 대사 ‘너나 잘하세요’가 다시금 떠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명인제약이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는 비단 이번 리베이트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에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라는 광고문구로 유명한 ‘이가탄’을 만드는 회사, 명인제약은 광고비가 높다고 평가받는 제약업계에서도 광고비를 가장 많이 쓰는 회사로 유명하며 이 회장도 광고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단순히 광고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서일까. 올해 4월까지 명인제약의 광고는 우리에게 약간은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회사 ‘메디커뮤니케이션’이 그 물량을 몰아 받아 광고 업무를 전담하고 있었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이 회장의 두 딸인 이선영 씨와 이자영 씨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더욱이 메디커뮤니케이션의 공시를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아무리 살펴봐도 메디커뮤니케이션이 명인제약과 거래한 내역은 현재까지도 찾아볼 수가 없다. 업계에서 메디커뮤니케이션과 명인제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 이유도 조금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의혹에 따라 명인제약은 지난 4월 ‘명애드컴’이라는 광고대행사를 새롭게 신설, 광고 업무를 이전했다. 하지만 명애드컴은 현재 메디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명애드컴도 명인제약이 자체적으로 출자한 회사라는 점에서 오너 일가의 재산 증식 의혹은 현재까지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5년, ‘친절한 금자씨’에서 주인공 ‘금자’ 역을 맡아 붉은색 아이섀도를 짙게 칠한 뒤 무표정한 모습으로 한마디 툭 내뱉던 이영애 씨의 대사가 다시금 생각난다.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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