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기업진단] 한미반도체는 곽노권 회장이 창업했으며 그의 외아들 곽동신씨가 199824세의 나이로 입사해 33세가 되던 2007년 대표이사로 본격적으로 경영권을 승계 받았고 지분 증여와 함께 증여세 납부까지 완료했다. 이로써 전형적인 2세 경영에 무사 안착했다. 빠른 경영권 승계 결정으로 곽동신 부회장은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실전에 뛰어들었고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말 기준 21711486만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는 중견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반도체 산업 불황기였던 지난해 오히려 직전 사업연도 대비 매출액이 10% 가량 늘어나는 등 외형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만 미성년자 자녀 지분 취득, 과도한 보수 금액 및 배당금 지급 등 오너 일가 관련 이슈로 자칫 비도덕성에 대한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다.

미성년자 두 자녀의 끊임없는 지분 매입,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꼼수?

한미반도체는 반도체 초정밀금형 및 반도체 자동화 장비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1980224일에 설립되었으며 200572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소유 현황을 살펴보면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곽동신 부회장이 전체 지분의 30.20%를 소유해 최대주주에 올라가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곽동신 부회장의 두 미성년자 자녀인 곽호성군과 곽호중군이 각각 0.80%, 0.55%씩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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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호성군과 광호중군은 각각 2002, 2007년생으로 올해 기준 만 16, 11세로 둘 다 미성년자다. 2005년 한미반도체 상장 당시 장남 곽호성군은 이미 51000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2008년까지 무상신주취득 및 주식배당의 형태로 87549주로 주식을 늘리다 2013년부터 장내 및 장외에서 지분을 매입하는 형태로 454962주까지 늘렸다. 차남 곽호중군은 할아버지 곽노권 회장으로부터 87549주를 증여 받았고 형 호성군과 마찬가지로 장내 및 장외에서 지분을 매입했으며 312351주를 소유하게 되었다. 919일 종가 기준 계산해본 결과 곽호성군은 294056만원, 곽호중군은 199905만원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고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자녀가 둘이 합쳐 약 50억원 수준의 주식을 소유하게 되었다.

곽동신 회장 역시 1974년생으로 3세 경영 체제를 다지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으나 이처럼 미성년자인 자녀의 지분을 늘리는 것이 일종의 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 비도덕적 행태로 비난 받기 쉽다. 향후 주가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그만큼 증여세를 없애 지분 증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자녀가 2012년부터 수차례 지분 매입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승계 관련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고액 배당으로 오너 일가 지갑 두둑하게 채우는 중?

곽호성군과 곽호중군이 소유한 주식수만 771813주이며 장내외 매입에 들어간 대금만 총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형제는 경제 활동이 전무한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억 단위에 이르는 주식 매입 대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그 답은 고액 배당에서 찾을 수 있다.

한미반도체의 지난 3년간 배당수익 추이를 나타낸 표다. 참고로 한미반도체는 2017년 액면분할을 실시해 액면가 500원에서 200원으로 줄어들며 주식수가 증가한 바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곽동신 부회장과 그의 자녀 곽호성군, 곽호중군과 곽노섭 회장의 배당 수익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2017년 일시적인 금융비용 증가로 당기순이익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늘려 당기순이익의 무려 46.9%를 배당을 실시했다. 이듬해 2018년 주당 배당금액을 250원으로 더 늘리며 고배당 행진을 이어 나갔고 곽동신 부회장이 챙긴 배당 수익만 해도 43억원 수준이다. 또 곽호성군은 11487만원, 곽호중군은 7809만원의 배당수익을 챙겼다. 배당수익으로 자금을 모아 계속해서 지분을 늘리는데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활동이 전무한 미성년자 자녀가 배당으로만 연 1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챙기고 이를 이용해 지분을 매입하며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오너일가의 사익 편취의 수단으로 고액 배당이 사용되고 있는 정황으로 바라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러 모로 비난 받는 오너 일가의 고액 연봉

한미반도체는 2015년 직전 사업연도 대비 연결기준 매출은 38.7%, 영업이익은 53.7%, 당기순이익은 26.9% 줄어들었다. 이후 2017년 한차례 금융비용의 급증으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줄어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실적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런데 곽동신 회장의 2015년 고액 연봉을 수령했다며 한차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2015년 곽동신 부회장은 무려 116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근로소득 21, 기타근로소득 11억 이외에 퇴직금의 중간정산으로 퇴직소득으로 84억원을 챙겼다. 이익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40대인 곽 부회장이 퇴직금을 중산정산한 점에 대해 당시 큰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당시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00조원에 이르지만 한미반도체는 3771억원에 불과해 기업 규모 차이에 비해 곽 대표가 고액 연봉을 챙긴 것이 일종의 오너리스크로 작용할 여지가 있었다.

한가지 더 눈길을 끈 것은 미등기임원인 곽노권 회장의 연봉 내역이 공개된 것이다. 미등기임원이란 법인등기부등본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임원 업무를 수행하는 자를 뜻한다. 2018년부터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상장사 미등기 임원 중 상위 5위 이내인 경우 급여 내역을 공개하도록 의무화되었다. 곽노권 회장은 2015년부터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 하고 있는데 이 법이 적용된 지난해 22억원 수준의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곽 회장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을 제외한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인 14억원보다 8억원 더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배주주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고액의 보수를 챙기지만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등기임원보다 더 많은 보수를 챙기는 것이 문제다. 권한과 책임 간의 괴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의 곽동신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해외영업부 출신 김민현 사장과 함께 꾸준한 실적 성장을 이끌어왔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 전문 업체인 한미반도체는 해외 시장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어 향후 외형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회사 전체 지분의 50% 가까이 갖고 있어 그만큼 오너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아무리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오너 일가의 도덕적 행보가 요구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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