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DLF 쇼크②] 올해 말까지 우리은행의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 만기가 18차례 줄줄이 도래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원금손실이 확정되고 있다. 하나은행의 DLF 만기도 오늘(25일)부터 시작된다.

만기 후 원금손실이 확정되면 해당 상품에 투자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에 신청한 분쟁조정 민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기자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기자

이번 DLF 사태로 현 금융시스템 문제의 구조적 단면이 수면이 위로 떠오르면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개선책이 촉구되고 있다.

◆ 전액 배상 요구하려면 ‘DLF·DLS’ 판매 사기 입증해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가 원금손실 사태를 낳으며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지난 23일 우리은행 DLF 상품 피해자를 대상으로 우리은행장을 고소하기 위한 고소인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우리은행이 규제와 금융당국의 관리가 보장된 시중은행이란 점을 이용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천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편취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23일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고채 10년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DLF 상품은 이번달부터 만기가 도래하면서 손실이 확정되고 있다. 또한 하나은행 판매한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5년물’ 금리와 ‘영국 CMS 7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F 상품도 오늘(25일)을 시작으로 만기가 시작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 규모는 약 1,700억원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반 이상의 투자 원금손실을 껴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일 기준 해당 DLF로 인한 분쟁조정을 신청한 건수는 159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DLF 상품에 투자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와 법인도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DLF 상품 만기 도래 후 손실이 확정된 분쟁조정 신청 건이 대규모로 접수되기 전 유형별 가이드라인을 잡기 위해, 중도환매 분에 대한 분쟁조정 신청 건을 중점으로 1차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내부적으로는 불완전판매가 입증되는 경우 평균 배상 비율이 30% 안팎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심각한 불완전판매가 입증되면 배상 비율이 최대 70%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이런 사례가 실제로 적용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운데, 이대순 키코 공동대책위원장은 최근 열린 ‘파생결합상품 피해구제 토론회’ 자리에서 투자자들이 원금손실을 배상받기 위해서는 해당 DLS·DLF 상품이 처음부터 사기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키코 공대위도 앞선 두 단체와는 별개로 이번 DLS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 구제 연대체를 만들고, 이르면 이번주부터 고소인단을 모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피해를 배상받기 위해서는 DLS·DLF 상품 사기성을 입증하는 것 외에도 상품설명 생략 사례를 입증하는 것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은행측이 자세하고 성실하게 상품설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전문가인 투자자들에게 설명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75세 이상 고령 투자자에게 초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시, 녹취 의무화 범위를 확대하고, 사모펀드 일반 투자자 완전 판매를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DLF 사태와 관련해 현재 합동검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은행연합회 초청 은행장 간담회를 자리를 통해 지적했다.

한편, 최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이번 소송 등에 대비해 거대 로펌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해당 은행들과 대응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간 연대를 통한 조직화가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금융감독당국 책임론도…정부 DLF 판매금지 방안은 입장차

이번 DLF 사태에 금융권 외에도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미 상장지수증권(ETN) 불완전판매 지적이 있었음에도 유사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지난해 ETN 상품의 불완전판매 지적을 받았음에도 DLF를 또다시 비슷한 방식으로 판매해 비난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신탁상품에서 올해 사모펀드로 상품이 바뀌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또 하나은행은 미국 기준금리 동결로 인한 손실이 예상됐던 올해 3월 초부터 미국·영국 CMS 연계 DLF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손실이 예상되는 4~5월에도 4개 상품에 163억원의 판매를 감행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다음달 열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DLF 사태가 최대 논쟁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해당 은행들은 국감을 앞두고 DLF 상품 현황 자료에 대한 국회 제출 부담도 안게 됐다.

또한, 금감원이 국감 이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에 대한 합동검사 중대 발표를 할 것으로 공표함에 따라, 해당 은행들이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수장의 국감 증인 채택 여부도 최대 관심사다. 현재 정무위 여야 간사는 증인명단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며, 다수의 의원이 은행장의 국감 출석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정부가 DLF 등 고위험 상품 판매금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간의 엇갈린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이후 원금손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피해 사례가 계속해서 반복됨에 따라 이러한 고위험 투자 상품 판매 금지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소비자 금융투자상품 선택 편의성과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향후 이번 DLF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합동검사 결과 발표와 이후 진행될 국감 방향 및 정부 차원의 개선방안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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