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의 ‘피죤’과 친환경으로 대응한 ‘LG생활건강’…국민의 필연적 선택

그래픽_뉴스워커 진우현 그래픽2팀 기자/ 그래픽 소스 urbanbrush.net 무료이미지
그래픽_뉴스워커 진우현 그래픽2팀 기자/ 그래픽 소스 urbanbrush.net 무료이미지

[뉴스워커_서른 넷 기자의 수다] ‘빨래엔 피죤’. 섬유유연제계의 대명사 입지를 유지하던 당사의 카피가 이제는 옛말이 된 듯하다.

먹거리 논란, 유해성분 논란은 소비자의 최대 이슈다.

내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시대이다.

그 만큼 소비자 선택의 폭은 넓어 졌지만, 역설적이게도 정보 과잉은 정보가 없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한다.

보통의 소비자는 쉽게 노출되는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입소문을 타고 제품이 손에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주체적인 선별과정은 생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대중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 평소 익히 들어 본 것, 손쉽게 구입 가능한 것으로 향한다. 브랜드 대명사의 영향력이 소비심리와 만나는 지점이다.

이를 반영하듯 한 때,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의 대명사로 불려 질 만큼 피죤의 명성은 대단했다. 1990년대만 해도 ‘피죤’이 국내 시장을 대부분 장악했지만, 현재는 샤프란과 다우니에 밀려 3위에 고전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섬유유연제 소비자 지각 변동은 고농축 시장의 확대에 따른 결과다. 섬유유연제의 정전기 방지라는 기본적 기능뿐 아니라, 전문 조향사가 원료를 엄선해 제조, 완성한 향을 제품에 적용한 것이다.

‘다우니’는 방탄소년단의 효과도 점유율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정국’이 섬유유연제 다우니 제품을 사용한다고 공개한 직후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내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품절 대란까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섬유유연제 향기경쟁 속에 LG생활건강은 더 강하고 오래가는 향을 포기하고 친환경을 택했다. 일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해 지난해 9월부터 모든 섬유유연제 제품에 미세 플라스틱 성분을 넣지 않고 있다.

샤프란 아우라, 김영철이 전하는 ‘섬유유연제 속 미세 플라스틱’ 광고 중에서
샤프란 아우라, 김영철이 전하는 ‘섬유유연제 속 미세 플라스틱’ 광고 중에서

이런 업계 상황 속에서 최근 미세플라스틱 검출 논란으로 피죤은 더 이상 ‘빨래엔 피죤~’이라는 로고송이 무색해 졌다. 본래 섬유유연제 속 미세 플라스틱은 세탁 후 옷감에 잔존해 강한 향을 오래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물속 생태계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사용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태다. 소비자들은 이제 더 고급스러운 향과 동시에 인체 무해함까지 기대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다양한 시도와 도약을 하는 동안, 이에 밀려 피죤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도전을 추구합니다!”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라며 남들이 가지 않는 곳에 첫 발을 내딛는 도전정신을 천명하는 당사 대표의 말은 허공 속 외침으로 들릴 따름이다.

이번 미세플라스틱 검출로 ‘제품 브랜드 대명사의 명성이 반드시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각인될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신뢰도 하락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는다면, 피죤은 옛 영광은커녕, 지금의 고전도 면치 못 하게 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을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그들은 더욱 소비자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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