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 인물_이용한 원익그룹 회장

[뉴스워커_기업분석] 이용한 회장이 이끄는 원익 그룹은 다소 어색한 지주 체제를 지니고 있다. 그룹 내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하는 원익홀딩스를 다시 원익이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최상위 주주로 이용한 회장이 올라가있어 이른바 옥상옥 구조의 지배구조로 2016년 말 마무리 되었다. 그러던 2017년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거론되어 왔던 원익QnC의 보유지분 21%를 원익홀딩스에 처분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으며 2018년 말 원익테라세미콘과 원익IPS가 전격 합병하며 지배구조 상의 변화가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상당한 변화를 겪었으나 옥상옥 구조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옥상옥구조는 적은 투자금액으로 그룹 내 모든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이 경영권 승계의 초석을 다지는 과정으로도 해석돼 이 과정에서 편법 승계에 대한 의심을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옥상옥 지배구조, 짙어지는 편법 승계 의혹

현재 원익 그룹의 지배구조는 사업지주회사인 원익홀딩스를 원익이 지배하고 있어 명백한 옥상옥 구조를 띄고 있다. 옥상옥 구조의 지배구조는 편법 승계 등의 소지가 있어 문제로 지적되며 SK 등 다수의 기업들이 개선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옥상옥 구조 등의 지배구조를 지닌 기업들을 규제하고 있어 원익 그룹 역시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옥상옥 지배구조가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편법 승계에 대한 이슈다. 실제로 옥상옥 구조는 과거 기업들이 애용하던 편법 승계의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증여세 회피 등의 문제점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규제를 받고 있어 옥상옥 지배구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지배구조로 치부되고 있다. 1954년생인 이용한 회장은 경영권 승계 작업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이용한 회장의 자녀들이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용한 회장이 자녀에 원익의 지분만 증여하더라도 경영권 승계 받은 자녀가 원익 그룹의 모든 계열사에 대한 장악력을 한 번에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원익의 최대주주는 이용한 회장으로 총 38.6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용한 회장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호라이즌캐피탈이 6.88%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실상 이용한 회장이 원익의 총 45.57%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문용 회장은 원익 이외에도 원익홀딩스 지분의 18.1%, 원익QnC 지분의 19.35%, 원익큐브 지분의 1.28%를 소유하고 있다. 원익 그룹 내 핵심 자회사인 원익IPS에 대한 보유지분은 없으나 원익 하나로 이미 장악력을 확보한 상태다. 이용한 회장과 호라이즌캐피탈의 원익 지분만 자녀에 증여해준다 해도 현 지배구조 상 그룹 내 모든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이용한 회장에게 원익은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대단히 매력적일 것이다. 원익 그룹내 상장되어 있는 회사들 간의 시가총액 비교에서도 쉽게 파악 가능하다. 2019916일 기준 원익의 시가총액은 689억원 수준으로 원익홀딩스는 3205억원 수준보다 4.7배 가량 규모가 작다.

원익의 별도기준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최근 3년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모두 적자 전환했다. 또한 올해 2분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역시 15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더 늘어났다. 이 같은 기세라면 원익의 2019년 순이익 적자 폭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원익 자체적인 사업의 실적도 줄어들고 있어 원익홀딩스에 비해 기업가치 등이 떨어진다. 따라서 원익이 지주회사인 원익홀딩스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견고하게 지키고 있는 이용한 회장이 이를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이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편법 승계의 의혹이 드리워지는 부분이다.

옥상옥 구조, 아직은 개선 의지 없어 보여

현재 우리나라는 지주사 설립과 전환을 장려하기 위해 주주가 주식을 현물 출자해 양도차익이 발생하는 경우 이에 대한 과세를 이연시켜주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옥상옥 구조이지만 원익홀딩스를 지주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원익그룹은 해당 세제 혜택을 다 받고 있는 셈이다. 또한 원익QnC 처분 대금으로 원익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적은 투자금액으로 전 계열사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고 시도했다.

 

이용한 회장은 2017년 보유하고 있던 원익QnC 주식 중 21%를 원익홀딩스에 처분했다. 2017년 당시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반도체 제조용 석영제품 및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세라믹제품을 전문생산하는 원익QnC가 큰 반사이익을 받아 주가가 한해 80% 넘게 뛰어 올랐다. 원익QnC 처분으로 900억원의 현금을 얻은 이용한 회장은 곧바로 원익의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원익의 보유 주식수를 더 늘렸다. 저렴한 원익의 주식수를 더욱 늘려 계열사 장악력을 추가 확보한 셈이다.

원익QnC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해소를 위한 지분 처분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원익홀딩스 지분 모두를 처분했다. 처분한 주식수는 6195306주이며 처분 금액은 310억원 가량이다. 지난 2017년 원익홀딩스가 이용한 회장으로부터 원익QnC의 지분 21%를 매입하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번 지분 처분으로 상호 출자 관계가 모두 해소되며 옥상옥 구조는 더욱 견고해졌으며 한동안 이를 개선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13개 계열사 중 원익 포함 총 9군데 이사 겸직, 부실 경영 우려

현재 이용한 회장은 원익의 대표이사이자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동시에 8개의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원익 그룹은 13개의 계열사 중 무려 6개가 코스닥 상장사이며 이용한 회장은 상장된 계열사 6군데 모두 등기임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한 기업의 이사회 개최 건수가 평균 15차례인 점을 고려해보면 이 회장은 이사회만 최소 90회 참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과도한 등기이사 겸직은 자칫 부실 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보면 올바른 경영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 지나친 등기이사 겸직은 피하는 것이 기업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익IPS는 내년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원익 그룹의 외형 확장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옥상옥 구조는 오너일가의 투명한 경영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지주사체제의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편법 승계 등 악용될 여지가 있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향후 이용한 회장이 어떤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편시켜 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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