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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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남북정세] 북미가 실무협상 재개를 시작하지 못한 채 기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당초 9월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실무협상 재개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북미 양측의 샅바싸움으로 돌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북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수뇌(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들을 이행하기 위한 실제적인 움직임이 따라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하여 앞으로의 수뇌회담 전망은 밝지 못하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용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 北, 김계관 고문 명의 담화 통해 ‘새로운 계산법’ 촉구

김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대북) 접근방식을 지켜보는 과정에 그가 전임자들과는 다른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로서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를 걸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미사이의 신뢰 구축과 조미공동성명 이행을 위하여 우리는 반(反)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하여 우리나라에 억류되었던 미국인들을 돌려보내고 미군 유골을 송환하는 등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그러나 미국은 공동성명 이행을 위하여 전혀 해놓은 것이 없으며 오히려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고 대조선 제재압박을 한층 더 강화하면서 조미관계를 퇴보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아직도 위싱턴 정가에 우리가 먼저 핵을 포기해야 밝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선 핵포기' 주장이 살아있고 제재가 우리를 대화에 끌어낸 것으로 착각하는 견해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나는 또 한 차례의 조미수뇌회담이 열린다고 하여 과연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 하는 회의심을 털어버릴 수 없다”며 용단을 촉구했다.

김 고문의 이같은 담화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월 실무협상 재개’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발언 이후에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실무협상 일정 등 구체적 사안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가 협상 재개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 폼페이오 “실무협상, 만날 날짜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

폼페이오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9월 말까지 실무 협상이 있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공개적 성명을 봤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것이 일어나도록 할 수 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함께 만날 날짜를 아직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1년 반 전에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목표들을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대화에 관여할 기회들이 있다고 믿는다”고 대화를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열어놨다.

북미가 서로 각각 다른 메시지를 통해 실무협상 재개에 어려움이 있음을 보이면서 양측의 물밑 접촉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을 미국에게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미국 측의 제안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의 11월 부산 답방과 관련해 가능성이 있다는 긍정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회의 참석차 방문 가능성에 대해 “상당한 정도의 신빙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 부의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해놨다”며 “지금 국정원장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잘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실무협상이 앞으로 2-3주 내에 열릴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며 “10월 하순이나 11월 초·중순 새로운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풀어가기로 하는 구체적 로드맵을 짜기 시작하면 11월 25일부터 26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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