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사진 속 인물 LG화학(신학철 대표이사-좌), SK이노베이션(김준 대표이사-우)

[뉴스워커_이슈 정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소송만 6건…핵심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점

LG화학(신학철 대표이사)과 SK이노베이션(김준 대표이사)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가 핵심인력과 영업비밀을 빼갔다고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에 SK이노는 명예훼손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모두 배터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한 만큼 양보 없는 다툼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내 굴지의 기업들 간 소모적인 소송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SK이노가 LG화학 핵심인력 빼갔다?

LG화학과 SK이노의 배터리 분쟁은 핵심인력과 영업비밀 유출로부터 시작됐다.

두 기업의 배터리 전쟁은 올해 4월 LG화학이 SK이노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6월에는 SK이노가 LG화학을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이어졌다. 이에 LG화학은 최근 SK이노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추가로 제기한 상태다.

LG화학은 지난 4월 3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가 2017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 76명의 핵심인력을 빼돌리면서 관련 영업비밀이 유출됐다고 주장하며,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2017년 LG화학에서 주력 사업으로 키우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 직원이 한꺼번에 여러 명씩 퇴사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이들이 SK이노로 대거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G화학은 SK이노에 내용증명을 보내며 경고한바 있다.

특히 LG화학이 지난 27일,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SK이노를 상대로 한 특허침해 소송에는 일본 도레이인더스트리가 공동원고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는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관련 3건, 양극재 관련 2건 등 총 5건의 특허를 침해했으며, 이 중 SRS 3건에 도레이가 특허 지분의 일부를 공유하는 공동특허권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맞서 SK이노는 지난 6월 LG화학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8월에 LG화학과 LG화학 미국법인을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각각 제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는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공급받은 LG전자까지 연방법원에 제소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또한, SK이노는 LG화학 배터리 사업 경력사원 100여명을 채용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인력빼가기’라는 LG화학의 주장에 대해, 100% 공개 채용 원칙으로 경력직을 채용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법원은 전직금지가처분 결정문을 통해 “후발 주자 SK이노베이션은 자동차 배터리 사업과 관련된 전직자의 전문 지식이나 노하우 등을 활용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등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며 LG화학 기술 유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리_뉴스워커

◆ 양측 비방전으로 악화

두 기업의 배터리 소송전은 서로 간 비방전으로까지 악화되는 모양새다.

LG화학은 지난달 17일 경찰이 SK이노 서린동 사옥을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이례적으로 먼저 나서며 수사 관련 안내문을 배포했다. 이에 SK이노는 권영수 LG부회장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LG화학이 ‘부제소 합의’를 어겼다고 비난했다.

LG화학이 최근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추가로 제기한 것은, LG화학이 지난 2011년 양측이 체결한 부제소 합의를 어긴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제소 합의란 분쟁 당사자들이 서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합의다.

이에 SK이노는 LG화학이 문제를 제기한 특허 가운데 2차전지 핵심 소재인 SRS® 원천 개념 특허는 2011년 SK이노와의 소송에서 패소했던 특허와 같다고 지적했다.

SK이노는 당시 LG화학이 특허침해 소송에서 계속해서 패한 후, 합의를 제안하자 이를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였으나, 같은 특허를 또다시 문제삼으며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SK이노는 당시 부제소 합의서 LG화학 대표이사가 현재 LG그룹 지주사인 ㈜LG의 대표이사인 권영수 부회장이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한 했다.

업계 따르면, 최근 LG화학 신학철 부회장과 SK이노 김준 총괄사장이 회동하며 접점을 모색했지만, 합의점은 찾지 못한채 서로 간 공격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배터리 소송전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 배터리 시장에 사활 거는 이유

LG화학과 SK이노가 국내를 넘어 국제무대에서까지 배터리 소송전을 벌이며 사활을 거는 이유는 급증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모두 배터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하며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분석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내년 610만 대에서 2025년 2천200만 대로 대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40년에는 모든 신차 판매의 55%, 글로벌 차량의 33%가 전기차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4위 LG화학의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100%의 고성장을 이뤘지만, 후발주자인 SK이노는 전년 대비 300%에 가까운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LG화학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세계 8위까지 치고 올라온 SK이노의 기록적인 성장세에 LG화학은 고성장하는 SK이노의 추격을 차단하기 위해 공격적인 소송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LG화학과 SK이노가 ITC에 제기한 소송은 내년 6월 예비 판정, 내년 10월 최종 판정이 내려질 예정이며, 소송 결과에 따라 한쪽 기업은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 자체가 어려워지는 만큼 배터리 시장에서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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