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기 위기를 맞고 있다. 애플은 물론 저가와 낮은 품질로 치부됐던 화웨이에 치이면서 더 큰 위기에 놓인 상태다. 사진 속 인물_정호영 LG화학 새 사장/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팀 기자

[기업분석_뉴스워커] 중소형 OLED 시장에서의 입지가 급격하게 흔들리며 LG디스플레이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새로운 고객사로 점쳐진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판매량이 줄어들며 실적 악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와 주력 고객사였던 애플이 OLED 공급업체로 BOE를 염두에 두고 있어 기존 고객사를 뺏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LCD 패널 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적자 전환했으며 OLED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LCD 감산으로 인해 한동안 실적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 대형 OLED 시장에서 독주하는 LG디스플레이, 반면 중소형 OLED 시장에서는 내몰릴 위험에 봉착했다. 과연 LG디스플레이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 애플의 BOE 패널 도입 검토, 애플의 변심이 무섭다

최근 출시된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폰11 초기 생산량인 6500만대 가운데 600만대에서 700만대 가량 OLED를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이 애플에 최초로 OLED를 공급한 것이다. 애플은 2020년부터 기존 LCD에서 OLED로 전면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OLED 납품을 개시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사업 부문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재 납품 물량도 현저히 낮은 수준인데다 뒤늦게 LCD을 감산하고 중소형 OLED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며 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애플이 전면 OLED 전환을 위해 저렴한 OLED 패널을 공급 받을 수 있는 중국의 BOE의 패널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LG디스플레이는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의 2015년 34.9%에서 지난해 29.8%로 전체 매출액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5%p 만큼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애플에 대한 매출이 꾸준히 감소하며 자연스레 실적 감소로 이어졌고 결국 지난해 순이익 적자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만큼 애플에 대한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 곧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에 LG그룹은 급히 OLED 사업에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2017년 7월 25일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형 및 중소형 OLED 패널 생산 시설에 자기자본금액 대비 57.9%나 달하는 수준인 7조8000억원을 투자했으며 LCD 사업을 하나씩 철수하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을 독점하며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형 OLED 시장에서는 강자 삼성디스플레이에 밀려 결국 2018년 적자 전환했으며 올해 상반기 5008억원의 영업손실과 6128억원의 분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서 공격적으로 OLED사업에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변심 하나로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애플은 OLED 수급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자연스레 2차 공급사 자리를 두고 BOE와 LG디스플레이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BOE는 중국의 최대 디스플레이 생산업체로 현재 애플에 LCD 납품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2025’ 정책의 일환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을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LCD 시장도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이어 OLED 생산에도 전폭적인 지원으로 BOE의 OLED 생산 공장이 계속해서 늘어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BOE의 성장 속도라면 높은 수율로 중소형 OLED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턱밑까지 추격당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애플에 안정적으로 OLED를 납품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BOE의 무서운 성장 속도를 이겨내기에 역부족인 LG디스플레이의 저조한 기술력이다. 지난해 말 애플의 사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을 만큼 아직까지 미흡한 수준의 OLED 생산수준을 지니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적자 상태임에도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BOE의 성장 속도를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 화웨이 스마트폰 감산 결정, OLED 공급에 차질 빚나

지난 5월 16일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를 ‘수출통제 기업 리스트’에 추가하며 구글, 인텔, 퀄컴 등 주요 미국 공급사들이 화웨이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구글은 화웨이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라이선스를 금지하며 화웨이가 제작한 스마트폰에서 지메일, 유튜브, 크롬 등 구글이 운영하는 전용앱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로써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과 함께 소프트웨어가 사실상 전면 공급 중단된 셈이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주요 제품 및 기술을 공급하고 있는 미국업체가 공급을 중단하게 되면 핵심 부품과 운영체제 등을 각종 부품업체 등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통신사업자 KDDI, 소프트뱅크가 화웨이 신제품 출시를 취소하고 영국의 최대 통신사업자인 BT Group 역시 화웨이 스마트폰 사용을 배제할 것으로 보여 미국의 우방국들도 가세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화웨이 입지가 위기를 맞이했다.

미국의 제재에 대비해 화웨이는 자체적인 운영체제를 개발해왔으나 중국 시장 이외에서 이미 구글의 운영체제와 애플의 iOS의 압도적인 비중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구글의 운영체제가 불가능해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충격은 적지만 문제는 해외 시장에서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은 향후 2년간 생산량을 300억 달러만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미 일부 생산 라인은 중단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LG디스플레이에게 화웨이는 애플의 변심에 대응할 수 있는 잠재 고객사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가 생산량을 감축한다고 밝히며 자연스레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화웨이가 감산하면 LG디스플레이의 패널 공급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제재 대상이 화웨이 이상으로 확대되면 중국에서의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LG디스플레이의 피해는 더 커진다.

2015년부터 6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중국에서의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되면 LG디스플레이의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물론 미국과 중국간의 외교적인 관계로 인한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측이 ‘수출통제 기업 리스트’에 화웨이를 올린 후 한 달 뒤에 화웨이의 일부 제품에 대해 제재 해제 방안을 제시한 적도 있다. 하지만 화웨이가 한차례 생산량 감소를 결정한 만큼 단기간 내 실적 부진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55인치 OLED TV를 세계 최초로 공급하는 등 기술력을 과시했으나 중소형OLED 사업에는 다소 소홀했다. 2017년부터 중소형 OLED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단행하며 기술력을 보완해 LG디스플레이가 안정적인 ‘중소형 OLED’ 공급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최근 LG디스플레이가 한상범 사장(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새롭게 CEO로 긴급 선임했다. 한 부회장의 퇴임은 최근 드러나고 있는 실적악화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정호영 새 수장이 어떻게 다시 LG디스플레이를 일으켜 세울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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