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범LG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베니아, 재벌가 편법 승계 답습인가?
[진단] 범LG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베니아, 재벌가 편법 승계 답습인가?
  • 이혜중, 신대성 기자
  • 승인 2019.10.0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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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인물, 구동준 인베니아 대표_그래픽 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기업진단] 국내 최대기업 중 하나인 LG의 방계기업인 인베니아, 지난해 12월 구자준 LIG손보 전 회장이 두 아들인 구동범, 구동준씨에게 지분을 증여하며 두 자녀가 각각 8.5%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증여 후 구자준 LIG손보 전 회장의 지분은 6.07%로 세 번째로 주식을 많이 보유하게 되었다. 인베니아는 현재 TFT-LCD, OLED 등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제조하는 장비를 개발, 생산 및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단일 사업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LG그룹이 전략적으로 키운 회사로 잘 알려져 있는 인베니아는 각종 일감몰아주기와 편법 승계 의혹 등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올해 3월 기존 정호영 대표이사 체제에서 구동범씨가 대표이사직을 이어받고 동생 구동진씨가 부사장직을 맡으며 본격 3세 경영체제로 전환했으나 미성년자 자녀가 계속 지분을 늘려가는 상황이 포착돼 때 이른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 3세경영 체제 돌입, 일감몰아주기로 편법 승계 답습인가?

지난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구자준 LIG손보 전 회장이 두 자녀 구동범, 구동진 형제에 지분을 증여해 최대주주가 변경되었다. 동시에 장남 구동범씨가 대표이사직을, 차남 구동진씨가 부사장직을 맡으며 본격적인 3세 경영체제로 돌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력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등 온갖 편법 승계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지고 있다.

인베니아 전체 주식의 5% 이상을 가진 주주현황에 따르면 오너 일가 외에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가 각각 12.93%, 5.82%를 보유하고 있다. 인베니아와 LG디스플레이는 서로 방계기업으로 범LG가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며 이는 두 기업 간의 내부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총 5년 동안 평균 53.1% 수준으로 LG디스플레이, LG전자 등 특수관계인과의 내부거래를 이어왔다. 그 중 LG디스플레이와의 거래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실제로 지난 2015년 총 내부거래 비율 69.9% 중 69.5%가 LG디스플레이와의 거래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절반 수준의 매출이 방계 관계인 LG디스플레이에서 발생하며 충분히 논란 거리가 될 만했다. 더 문제가 된 것은 방계 기업의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한 인베니아가 다시 계열사인 디디고와 인베니아브이 등에 일감몰아주기를 하여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의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디디고는 구동범 사장과 구동진 부사장이 각자 50%씩 지분 소유하고 있는 전형적인 가족회사다. 2007년 3월 주식회사 엘샵의 사명으로 설립되어 상품중개업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2016년 현 상호명인 ‘디디고’로 변경했다. 2016년부터 약 3년간 평균 69.1% 수준으로 내부거래를 통해 기업 가치를 상승시켜왔다.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포함해 모든 혜택은 주주인 구동진 사장과 구동범 부사장의 몫이 된다. 예를 들어 2016년 2억원, 2017년 5억원, 2018년 3억원의 배당수익을 챙겼다. 계열사로의 일감몰아주기가 인베니아 오너 일가에 그대로 사익 편취의 수단이 된 것이다. 3년간 얻은 약 10억원 수준의 배당수익은 모회사 인베니아 지분을 매입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모회사가 계열사에 일감몰아주기로 계열사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고배당을 실시해 지분 매입대금 마련하는데 사용하는 재벌가 편법 승계를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 미성년자 자녀의 지분 매입, 때이른 4세 경영 체제 초석 다지나?

구동범 사장과 구동진 부사장의 미성년자 자녀들의 지분 현황에 따르면 2003년생으로 올해 만 16세인 구연지양이 30만2000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만 13세인 차녀 구민지양과 만 8세인 삼녀 구은지양이 각각 2만주를 소유하고 있다. 구동진 부사장의 장남인 구강모군은 만 2세임에도 불구 23만2000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녀 구윤아양은 만 6세에 9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미성년자 자녀가 소유한 지분만 66만4000주로 23일 종가 기준 계산시 21억원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구민지양, 구은지양, 구윤아양, 구연지양은 지분을 추가 매입한 바 있다.

미성년자 자녀들이 올 상반기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데 들어간 대금만 해도 대략 71억원 수준이다. 아직 고등학교도 진학하지 못한 이들이 경제활동으로 지분을 매수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가족들의 도움을 받았거나 배당수익을 이용해 소유지분을 늘린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디디고와 인베니아브이에 일감몰아주기로 매출을 일으킨 뒤 고액배당으로 오너 일가가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구연지양과 구강모군은 2018년 장내매수로 각각 23만2000주를 매수했고 지난해 인베니아가 주당 60원의 배당을 실시해 각각 1400만원의 배당수익을 챙겼다. 그리고 구연지양은 2017년 인베니아브이 주식 3만9250주를 보유했으며 이에 따른 1억5700만원 상당의 배당수익을 챙겼다. 경영 활동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 미성년자 자녀가 억대 배당수익을 챙긴 것이다. 미성년자 자녀가 비상장 계열사의 주주로서 벌어들인 배당수익으로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는데 사용하는 등 전형적인 오너 일가의 지분 늘리기 패턴을 보이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 가족회사와 비상장 계열사는 고액배당, 상장사 인베니아는 배당에 인색

인베니아는 주당 배당금액 책정과 관련해 주주로부터 개선 요구를 받기도 했다. 위 표에서도 알 수 있듯 인베니아의 주당 배당금액은 2017년 10원, 2018년 60원 수준이다. 반면 비상장 계열사인 인베니아브이와 가족회사 디디고의 배당은 이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었다. 2017년 인베니아브이의 배당성향은 무려 251.4%에 달하며 2018년 디디고는 순이익이 적자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베니아에 비해 거액의 배당을 실시했다. 특히 2018년 구동범 사장과 구동진 부사장의 수증과 자녀들의 지분 매입 시기에 맞춰 디디고와 인베니아브이의 배당 금액을 높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차등배당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

최근 들어 기업 경영에 주주들이 적극 참여하는 ‘주주 행동주의’가 확산되며 배당률이 낮거나 오너일가의 사익 편취 등이 만연한 기업이 공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베니아 역시 주주 행동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와 같은 사안을 경영 활동에 반영해야만 시장에서의 긍정적인 화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