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팀 기자

[뉴스워커_남북정세] 북미가 7개월만에 비핵화 실무협상에 돌입했지만 성과없이 빈손으로 되돌아오며 연내 북미정상회담 개최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4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예비접촉을 가지고 5일 비핵화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예비접촉에서 북측에선 권정근 전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미국 측에선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대북특사 등이 참석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5일 열린 실무협상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오전 10시부터 첫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북한 협상팀은 시작후 2시간 만에 협상장을 나와 북한대사관으로 향했고, 오후 2시 20분쯤 다시 복귀한 후 4시간 가량 추가 논의를 한 뒤 떠났다.

이후 김명길 대사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김 대사는 “협상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으며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조선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불변하다”며 “(미국 측에)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7개월여만에 열린 실무협상의 결렬 책임을 미국에게 전가하자, 미국 측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대북 협상'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며 북한이 계산법을 들고 오지 않았다는 데 대해 반박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미국과 북한은 70년간 걸쳐온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적대의 유산을 단 한 차례의 과정을 통해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것들은 중대한 현안들이며 양국 모두의 강력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미국은 그러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이례적으로 또 한번 담화 발표한 北…“美, 구태의연한 태도 보여”

미국 측도 반박을 내놓자 북한은 이례적으로 또 한번의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북한은 “협상 장소에 나타나 보여준 미국측 대표들의 구태의연한 태도는 우리의 기대가 너무도 허황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며 “과연 미국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입장을 갖고 있기는 한 것인지 하는 의문을 증폭시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은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저들의 국내정치 일정에 북미대화를 도용해보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했다”며 2주 내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연말이 비핵화 대화의 시한부임을 거듭 강조했다.

북미 양측이 어렵게 비핵화 대화 재개에 나섰지만 대화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며 공방만을 지속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결렬 상황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 공은 다시 미국에게…언제 협상 재개되나

양측은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지만 합의된 향후 일정이 없는 만큼 언제 다시 마주 앉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다만 북한이 미국 측을 향해 강하게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올 것을 재차 요구하면서 공은 다시 미국에게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명길 대사가) 회담 후 (북한)대사관에 들어간지 10분만에 (나와) 인쇄된 성명서를 읽었다. (이는) 점심시간에 평양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평양 입장에선 최선희, 리용호, 최종적으로 김정은까지 ‘미국이 지난번 (제안보다) 낫기는 한데 이것 가지고는 안 되겠고,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써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확실하게 유도하자’(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때 당했던 것을 보복해 주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지금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몸이 달았다고 볼 것”이라며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정국을 비껴가거나 그것을 누를 수 있는 뉴스 가치가 있는 사건을 만들고 싶어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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