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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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용 23장

지난해 10월 고등법원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징역 1년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판결을 받으며 234일 만에 석방됐다.

직후, 롯데그룹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하며,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며 대(對)국민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리고 신동빈 회장은 구체적 ‘화답안’을 제시했다. 향후 5년간 국내외 50조원을 투자하며, 7만명을 고용하기로. 이는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반영 한 것으로 보인다.

헌데 1년이 지난 최종판결을 하루 앞둔 지금, 그가 큰소리 쳤던 말들을 되짚어 보면 어떤가,

‘여측이심( 如廁二心)’이라는 말이 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마음 다르다는 말이다. 신 회장의 작금의 모습은 딱 그 모양새인 듯 보인다.

롯데그룹 상장사 투자활동을 살펴보면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총합은 4조1720억원이다. 최근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영향도 겸해 유통(25%) 식품(10%) 화학, 건설(40%) 관광, 서비스(25%) 부문 구체적 투자 계획마저 실현 가능성이 없

어 보인다. 당연한 논리로 고용 상황도 매출 하락등의 영향으로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강하다.

한편, 1심에서 실형을 받았던 신동빈 회장은 2심에서 집행 유예를 선고 받았다. 1심은 신 회장의 뇌물에 대가성을 가진 능동적인 행위라 판단했고, 2심은 (박근혜 전)대통령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응한 일종의 피해자 논리로 봤기 때문이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신 회장의 대법원 판결은 다소 부정적 영향이 예견되고 있다. 지난 8월 동일 재판인 국정농단 사건으로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자의 혐의에서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에 대해 재판부는 2심 무죄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신 회장의 재판도 이 부회장과 유사하게 제 3자 뇌물공여 혐의의 기소이기 때문에 17일 대법원은 같은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는 한국기업임을 강조 홍보 해 왔지만, 그룹 총수인 신 회장의 현저히 떨어지는 한국어 실력이 전면에 드러나면서 국민정서는 여전히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을 더 명확히 했다. 몇 해 전 ‘형제의 난’과 전범기업 미쓰비시등과의 관계를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이 말이다.

기업의 태생적 한계와 사업 영역과 지배 구조에서 이미 롯데는 순수 한국기업이란 말을 가져다 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저 국민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좋은 영향을 주는 괜찮은 기업의 이미지로 쇄신 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첫걸음이 아닐까. 헌데 자신의 입으로 직접 내건 투자와 고용에 관한 약속 이행마저 흐지부지 되고 있는 상황은 회의감을 불러오기 딱 좋은 형국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실무 책임자로 교체한 점은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국감이 기업 망신주기로 변질 되었다느니 민원성 사건에 대기업 총수를 내세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들 하지만, ‘기업보국’의 뜻을 품고 있던 신동빈 회장으로서 사회적 문제를 대하는 기업총수의 의지를, 국민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 설 수 있는 소명의 기회를 굳이 회피했었어야만 했나 묻고 싶다.

몇 해 전, 청문회에 참석했던 시대의 큰 기업인 LG그룹의 한 노장의 모습은 고인이 된 이후에도 누누이 회자되고 있다. 어눌하지만 속이거나 회피하지 않고, 솔직한 발언과 겸손한 모습으로 소신발언 일명 ‘사이다 발언’을 통해 그의 성품과 경영철학을 대국민들에게 각인 시켜줬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에게, 그런 진정한 ‘한국인’ 기업 총수의 모습을 한 번 쯤 되새기며 벤치마킹이라도 해 보시길 감히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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