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기자수첩]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산들대는 계절, 바야흐로 가을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리는 동시에 ‘취업의 계절’, ‘공채의 계절’이라고도 불린다. 또한 가을 날씨는 청명하건만 취준생들에게 가을은 극심한 스트레스의 계절이다. 갈수록 극심해지는 취업난 때문이다. 한데 일반 취준생들보다 가을이 더욱 춥게 느껴지는 조금은 ‘다른’ 취업준비생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모든 취준생들이 가을이 단지 단순한 채용의 계절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장애인 고용은 이보다도 더 험난한 듯 보인다. 실제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8년 장애 통계 연보’에 따르면 15세 이상 장애인 고용률은 3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전국 고용률보다도 24.8% 낮은 수치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채용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제도는 분명 존재한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개발법 제28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정원 대비 3.4% 이상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며 이에 못 미치는 공공기관의 장은 매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데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해당 법률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부담금이 기업에게 실제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5년간 4억 원에 가까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며 지난 3년간 장애인을 단 한명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측 관계자는 과거 기자와의 만남에서 “부담금을 내지 않고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회사의 재정적 입장에서 이득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간 수출입은행의 장애인 채용 현황과 부담금 납부 추이를 살펴보면 4억 원이라는 ‘벌금’이 수출입은행에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장애인 고용에 가장 앞장서야할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 ‘근로복지공단’도 마찬가지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5년간 2%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의 장애인만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했고 지난해만 2억1500만원의 벌금을 납부했다.

공공기관이 장애인 채용을 ‘나 몰라라’해 벌금을 내는 행태는 국민의 혈세 낭비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장애인 고용을 외면해 부담금 납부로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법 위반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트리는 행위다”며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는 고용 불안을 겪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인 만큼 공공기관으로서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고 지적했던 바 있다.

장애인 의무 고용제도의 무용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부담금’이 실제 기업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에 있는 듯 보인다. 채용의 계절이 도래함과 동시에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의 실효성 있는 변화와 장애인을 향한 기업의 태도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