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워싱턴] 한국은 거대한 항공시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항공기정비산업은 규모가 협소한 기이한 구조를 가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한국항공사는 매년 1조원 수준의 해외 항공정비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항공정비 전체 작업 2조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한국 내 부족한 항공정비시설에도 불구하고, 국내 항공기정비산업은 몇몇 주요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정부의 까다로운 지침에 업계 신생기업의 진출은 힘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래픽_뉴스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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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항공시장에 협소한 MRO 산업

항공전문매체 플라이트글로벌 등 외신은 22일(현지시각) 한국은 거대한 항공업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항공 MRO(항공기정비산업)은 몇몇 기업이 장악한 규모가 작은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아시아의 주요 항공사를 보유하며, 세계에서 가장 바쁜 노선과 공항이 있는 국가로 꼽힌다. 이처럼 승객 및 항공화물 수가 증가하는 국가에서 MRO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리움(Cirium)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한국항공사는 424대의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으며, 180대 이상의 항공기를 더 주문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의 모든 항공사는 자체적으로 항공기 라인의 유지·보수를 수행하고 있지만, 유지·보수가 많아질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까지 대부분의 한국항공사는 이러한 작업을 위해 항공기를 해외로 보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한국항공사의 해외 MRO 작업에 대한 연간 지출은 약 1조원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현재 한국 MRO 전체 작업 2조원 규모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대한항공 유지·보수 및 엔지니어링 부서는 “항공사가 우수한 자체 유지 관리 기능을 갖추고 있어도, MRO 사업은 국제적인 경쟁에 놓여있다”고 외신을 통해 밝혔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MRO 기업의 수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자체적인 MRO 사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우리 정부는 MRO 지출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국·내외 MRO를 유치하기 위해 국내 공항도시를 만들 계획을 세우는 등 다양한 시도를 진행해 왔지만 이는 무산된바 있다.

외신은 “한국은 지난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시장 진출을 위해 국가의 MRO 프로파일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이 MRO 지출 및 외국 운송 업체를 유치하면서도, 이웃 국가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의 MRO 산업은 기이한 위치에 있다”며 “시장은 규모가 작고 새로운 참여 기업이 거의 없는, 하나의 대형기업이 지배하는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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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뉴스워커, 정리_류아연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한항공에 맞서 시장 진출 선언

현재 한국의 MRO 시장은 몇몇의 주요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기인 대한항공의 경우,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MRO 작업이 항공사의 유지·보수 및 엔지니어링 부서에서 수행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저가항공 진에어 역시 같은 부서에서 MRO를 처리하고 있으며, 체코항공도 에어버스 A330 항공기 점검을 맡기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항공우주사업본부(KAL-ASD)는 다양한 항공우주 관련 업무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신에 따르면, KAL-ASD 상업용 항공기 MRO 및 개조부서에는 보잉747, 보잉777 및 에어버스 A330 등 보잉과 에어버스 광동체(widebodies) 라인 및 기본 유지보수 및 화물 전환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 날개 및 동체 구조 보수 및 부품 제조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KAL-ASD은 항공구조 개발의 중요한 역할을 하며, 보잉 및 에어버스 항공기를 위한 구성요소 개발을 담당하기도 한다. 특히 이 본부에서는 군용 항공기에 대한 MRO를 수행하는 등 한·미군의 항공기 MRO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KAI는 국내 최초 MRO 전문업체인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주식회사(KAEMS)를 지난해 정식 출범시켰다. 여러 한국 기업들과 상업적 MRO 운영을 위해 양해 각서를 체결하며 MRO 사업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최초로 항공기 보잉737NG의 MRO를 진행했으며, 현재 주요업체로는 저가항공 제주항공과 이스타 항공을 담당하고 있다. 보잉737은 한국의 단거리 노선에 대한 수요가 높아 이를 먼저 유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외신은 일부 사업자들과 협력하여 수행된 정부 이니셔티브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은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에는 아시아나항공의 MRO 사업 진출 계획은 타당성 부족으로 인해 결국 중단된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C 및 D 검사를 위해 항공기를 중국이나 필리핀으로 보내고 있다.

이에 외신은 한국 정부가 과도한 규제를 줄이고, 항공사와 협력을 통한 시장경제원칙에 기반한 비즈니스 조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인천공항에 MRO 시설 건설을 승인하는 법안이 제출된 상태며, 이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인천공항 내에서 MRO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공항에 전용 MRO 단지가 건설되면, 인천공항 자체의 공항 허브의 지위를 높이고, 주변 국가에 손실된 MRO 수입을 되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외신은 “아시아나항공의 사례는 한국 정부의 엄격한 규정으로 인한 것”이라며 “특히 한국 정부의 MRO 규정은 오히려 외국기업에게 더 유리하다”고 한국 업계 임원의 말을 인용해 지적했다.

이어 “한국 항공기업이 수정과 성능 개선을 수행할 시 권장되는 정부 지침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양의 데이터와 문서가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외국기업에는 정책이 더 관대하다”며 “현재 한국의 시스템은 국내 MRO 발전을 권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KAEMS은 “보잉과 에어버스의 협동체(narrowbodies) MRO를 시작해, 광동체 작업, 특히 부품 유지보수 기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유지관리 외에도 공급망 관리를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것”이라고 외신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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