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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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워싱턴] 우리나라의 대기업 아웃소싱 관행에 대한 외신의 지적이 나왔다. 외신은 2017년 삼성중공업의 하청 업체 6명의 사망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안전교육이 부실하고 임금이 열악한 한국 조선업 하청 및 임시 근로자들의 현황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대기업이 책임을 지는 대신, 하청 업체나 관리자가 사고의 책임을 지는 것이 다반사이고, 책임을 지더라도 미미한 수준의 벌금과 경고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위험 커도 임금 적은 대기업 하청 근로자들

로이터통신, 제팬뉴스 등 외신은 31일(현지시각)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소 하청 근로자의 열악한 근무 현황에 대해 집중보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등 한국의 조선업체들은 노동률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하청 업체와 임시직 근로자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기업 조선업체의 하청 업체 근로자 작업장 사고에 대한 책임은 거의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의 조선업 하청 업체 근로자 상황에 대해 외신이 주목한 일례는 2017년 5월 1일 노동절,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크레인 붕괴사고다.

당시 이들은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에서 노동절 휴일 교대 근무중이었다. 그 당시 노동절에는 프랑스계 글로벌 에너지 기업 토털(Total)이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해양플랜트 ‘마틴링게’를 구축하는데 약 1,500명의 하청 직원들이 동원됐다. 하청 전체 인력 중 90%의 인원이 이날 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붕괴사고는 이날 오후 휴식시간을 7분 앞둔 2시 53분에 일어났다. 지브크레인의 붐대와 와이어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고, 레일을 따라 직선으로 이동하던 골리앗크레인이 정지해 있던 지브크레인을 보지 못하고 밀었다. 추락한 붐대와 와이어는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을 덮쳤고,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외신은 당시 사고로 인한 6명의 사망자와 25명의 부상자 모두 정규 직원에 비해 임금과 고용 보호가 부실하며, 안전교육 기회도 낮은 하청 업체 근로자라고 지적했다.

한국정부기관이 2018년 실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및 공무원에 대한 관대한 처우는 한국 산업 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고 있으며, 이는 OECD 국가 중 최악의 산업재해발생률을 보유한 3번째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긴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은 “당시 삼성중공업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한 노동자는 사고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악화된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고통받고 있다”고 하청 업체 임원과 근로자 등 익명을 요구한 약 20명의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삼성중공업은 사상자가 나온 당시 사고에 후회한다고 말하면서도, 항소 재판으로 인해 더이상 자세히 말할 수 없다고, 메일을 통해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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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그래픽_뉴스워커>

◆사람잡는 대기업 아웃소싱 행태…처벌도 ‘미미’

삼성 등 한국의 대기업은 산업재해에 비교적 관대한 처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한국의 급속한 경제 변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지만,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고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비용 절감 및 생산 증대를 위해 임시 직원과 하청 직원의 고용을 늘려왔다. 또한, 시장의 수요가 변동될 때마다, 임시 직원과 하청 직원을 쉽게 해고해 온 것으로 비판받아 왔다.

실제로 2018년 한국의 전체 근로자 중 임시 근로자는 21.2%로, OECD 평균 11.7%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하청 업체 근로자는 한달 약 340원을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이는 정규직 근로자의 62%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하청 업체들은 비용을 더 줄이기 위해 작업을 3차 근로자에게 아웃소싱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직원 고용주와 관련된 사고와 하청 업체의 사고에 대한 책임이 적어, 약 400억원의 산업재해보험료 할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다른 하청 업체 근로자의 상황도 취약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부품 공급업체인 세일전자에서 발생한 화재로 9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재해사건에 대한 2013년부터 2017년까지의 1,714건의 판결을 분석한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재해 범죄자의 90% 이상이 대부분 1,000만원 미만의 적은 벌금이나 경고로 끝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외신은 “이것은 삼성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문제”라며 “대기업들은 이윤을 얻기 위해 다층 하도급 업체 구조를 만들어 법적 책임을 교묘히 회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미한 처벌로 인해 고용주는 안전장비에 투자하는 대신 사고 이후 벌금을 내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비판했다.

또한 “하청 업체의 안전 조치에 대한 주요 계약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며 “한국의 주요계약업체는 그들이 통제하고 관리하는 작업장에서 가장 유해하고 위험한 요소를 잘 알고 있다”고 한국 노동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강조했다.

한편, 삼성중공업 임시직 근로자 사망 사건 이후 지난해 1월 산업안전법이 개정됐지만, 조선업의 아웃소싱 관행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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