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산업기획] 농민의 소는 누가 키우나, AI가?
[뉴스워커_산업기획] 농민의 소는 누가 키우나, AI가?
  • 염정민 기자
  • 승인 2019.11.06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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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을 물들이는 AI기술

[뉴스워커_산업기획] 충남 태안 농업기술센터는 지난 2월부터 지역 내 축산농가 2개소를 대상으로 ‘무인로봇 활용 섬유질 자가배합 사료급여 시범사업’을 추진해온 결과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술센터에 따르면 사료급여 로봇은 설치된 자석 라인을 따라 주행하며 적재된 TMR을 정량에 맞추어 공급할 수 있고, 사료급여 중에 소가 머리를 내밀거나 하면 주행속도를 늦추거나 정지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팀 기자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팀 기자

◆ 충남 태안군 자율주행 사료 급여 로봇 운용

TMR(Total Mixed Ration)은 소가 하루 동안에 필요로 하는 영양소 요구량(사양관리표준)을 충족하도록 여러 종류의 사료를 혼합한 사료를 의미한다.

품질이 좋은 소를 사육하기 위해서는 영양소가 풍부한 사료의 급여가 요구되므로 TMR을 사육하는 소에게 급여하는 것이 좋지만, TMR 배합에 어려움이 있고 급여해야할 사료의 부피가 크기 때문에 사람에 의한 사료 급여가 용이하지 않아 적지 않은 노동력이 요구된다는 문제점이 존재했다.

그러나 자율주행 사료 급여 로봇을 투입하는 경우 필요 노동력이 절감되므로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대량의 사료를 소에게 한꺼번에 급여하기 보다는 소량의 사료를 자주 제공하는 것이 소의 소화기 관련 질병 발생률을 낮추고 사료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사료 급여에 인력을 이용할 경우 노동 강도를 낮추기 위해 한꺼번에 사료를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자율주행 사료 급여 로봇을 투입하면 지정된 시간에 소량의 사료를 여러 번 제공한다고 해도 비용이나 노동 강도의 증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인력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이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자율주행 사료 급여 로봇 등 농축산 분야에 적용되는 AI기술의 완성도가 현재 기술수준에서는 높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기존 30개월의 출하시기를 2개월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성과도 있기 때문에 농축산 분야에 적용되는 AI기술이 무의미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또한 어렵다.

◆ 국내외에서 개발되고 있는 농업관련 AI기술

캠브릿지 대학(University of Cambridge)이 개발한 AI기술 기반 양상추 수확로봇인 ‘베지봇(Vegebot)’ 관련 보고서가 로봇 기술관련 학술지인 ‘필드 로보틱스 저널(The Journal of Field Robotics)’에 게재되었다.

로봇업계에서 베지봇은 양상추를 식별하고 수확할 수 있는 최초의 로봇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에 과일이나 야채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밀이나 감자를 수확하는 것보다 훨씬 정밀한 동작이 요구되므로 자동화 기계를 이용한 수확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런데 개발진에 따르면 베지봇은 고성능 카메라와 머신러닝 알고리듬으로 훈련받은 AI에 기반하여 91%의 높은 식별률로 양상추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고, 센서와 공기압을 사용한 칼날을 이용하여 정밀하게 수확작업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베지봇은 작물들이 일렬로 완벽하게 배열된 식물공장에서 뿐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 질서 있게 작물들이 배열되어 있다면 야외의 노지 재배지에서도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비 운용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개발 수준에서는 양상추 하나를 수확하는데 평균 31초가 걸릴 정도로 인간이 양상추를 수확하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신속하지 못하므로 베지봇을 빠른 시간 내에 농업 현장에 투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한편 중국에서도 농업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8월 1일 중국 펑파이 신문 등은 중국 기업인 ‘바이두’와 ‘BOE’가 운영하고 있는 식물공장이 AI기술의 적용으로 생산량이 증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식물공장에 적용된 AI기술로는 바이두의 ‘패들패들(PaddlePaddle)’, ‘이지DL(EasyDL)’ 등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패들패들은 딥 러닝 소프트웨어로 AI의 교육과 관련된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쉽고 이지DL은 안면 인식처럼 AI가 외부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이와 같은 기술 중에 이지DL은 이미 고양이의 안면 인식을 통해 고양이의 각 개체별 특징을 파악하여 개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잇몸 염증, 소독, 거세된 상태 여부까지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기술을 식물에게 적용하면 병충해에 걸렸는지 여부, 수분이 필요한지 여부 등을 AI 스스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의사결정이 필요하지 않은 스마트 팜을 구축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도에 따르면 AI기술이 적용된 바이두, BOE의 식물 공장은 생산량이 10 ~ 15% 향상되었으며 종자, 영양액 등 생산에 투입된 자원이 10 ~ 15% 감소하여 생산 효율성이 증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영국과 중국 등 AI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한국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0월 23일 농촌진흥청은 노지작물의 생체반응 정보를 분석하여 자동으로 물의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관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진흥청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이용한 작물 수분 스트레스 기반 스마트 관개 시스템’은 날씨변화에 따른 작물의 생체반응 정보를 영상으로 분석하여 물 공급 시기를 결정하며 실시간 정보 분석을 통해 미래에 필요한 물 공급량도 산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숭아와 사과 재배에 이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과일 무게는 14 ~ 26% 증가했으며 당도는 8% 개선되는 등의 효과를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작물의 수분 스트레스를 분석하여 필요한 만큼의 물만 공급하기 때문에 농업용수를 25 ∼ 31%를 절약할 수 있고 물 관리에 필요한 인력도 95% 이상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농업계가 거는 기대가 작지 않다.

이처럼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고 영상으로 외부 사물의 상태를 분석하는 AI기술의 발달로, 농업 종사 인구가 줄어들지만 식량 생산 증대 요구는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부족한 농업관련 노동력을 상당수 충족할 수 있을 전망이다.

따라서 AI기술은 자율주행, 신약개발 등 첨단 분야뿐만 아니라 농업과 같은 전통 산업에서도 그 적용범위는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그 연구개발과 보급에 국가적인 역량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