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외신] 삼성전자가 미국 CPU 코어 프로젝트 폐쇄를 결정하고, 사실상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 설계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으로 오스틴과 산호세 소재의 연구 인력 300여명이 해고 통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오스틴 사업에만 약 20조를 투자했지만, 자체 개발한 모바일 칩이 퀄컴과 같은 기업들과의 경쟁 및 시장확보 등으로 어려움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이러한 결정은 자체 프로세서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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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자체 모바일 CPU 프로세서 포기…반도체업체 라이센스 맡길 듯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은 5일(현지시각) 삼성전자가 미국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처리장치) 연구부문 폐쇄를 결정했다고 집중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사의 엑시노스(Exynos) 브랜드 모바일 칩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CPU 연구부서를 폐쇄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폐쇄를 결정한 미국 R&D 부서는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의 ‘삼성 오스틴 연구 센터(Samsung Austin R&D Center, SARC)’와 캘리포니아 산호세 소재의 ‘어드밴스드 컴퓨팅 랩(Advanced Computing Lab, ACL)’ 등 두 곳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칩에 대한 기업의 의존도를 줄이고, 모바일 장치 및 자율주행차량에 전력을 공급하는데 사용되는 로직 칩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엑시노스 모바일 프로세서 칩을 자체 개발해 왔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주력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에만 주로 사용되고 있는 엑시노스 칩이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과 경쟁하면서 외부 고객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칩을 홍보하는데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기업의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가 영국 반도체업체 암(ARM)의 칩을 쓰거나, 특별 주문해 디자인된 모바일 칩을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암 프로세서 기반으로 자체 칩을 계속 설계하는 대신, 암 프로세서에 직접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미국 CPU 연구 부서를 폐쇄하더라도 엑시노스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CPU 코어 프로젝트의 종료와 상관없이 엑시노스 칩을 계속해서 개발 및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삼성전자는 “기업의 시스템 LSI(대규모집적회로) 비즈니스에 대한 평가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R&D 팀의 일부를 전환키로 결정했다”며 성명서를 통해 로직 칩 사업에 대해 언급했다.

외신은 “엑시노스 칩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만 사용될 뿐, 다른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다”며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계속해서 점유율을 잃어가면서 삼성전자가 미국 CPU 연구부서 폐쇄를 결정한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미국 CPU 코어 연구는 삼성의 전체 로직 칩 사업에 예상보다 가치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며 익명을 요구한 삼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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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명 해고 통지…20조 쏟은 오스틴센터는 행방은?

삼성전자의 미국 CPU 연구부서 폐쇄 결정에 따라, 약 300명의 연구 인력이 해고되고 이 중 소수 인원만이 다른 부서로 이동할 전망이다.

텍사스노동위원회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CPU 연구부서 인력 약 290명을 다음달 31일, 영구적으로 해고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에서 기업이 다수의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근로자 조정 및 금지 통지 명령(WARN)에 따라, 관련 서신을 해당 부서에 공개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서신을 통해 오스틴 및 산호세 연구센터 내 각각 몇 명의 근로자가 이번 290명의 정리해고로 영향을 받게 될지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 인원이 오스틴과 산호세에서 나뉘어 진행되는 만큼, 각 센터에 어느 정도의 인원이 영향을 받을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오스틴센터에 총 약 170억달러(약 19조 6,52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가운데 외신은 삼성전자가 자체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포기한 결정이 업계 분위기와는 상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아이폰 최신 라인업에 수년간 자체 개발한 A13바이오닉(A13 Bionic) 프로세서를 사용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퀄컴 스냅드래곤 8cx 플랫폼을 기반으로 맞춤형 SQ1 프로세서를 출시했다.

미셸 글레이즈 삼성전자 오스틴 대변인은 “미국 CPU 프로젝트 중단에도 불구하고 해당 R&D 시설을 계속해서 개방할 것”이라며 “직원들은 모두 적절한 사전 통지를 받았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외신은 “퀄컴에게 시장점유율을 뺏긴 삼성전자는 CPU 연구 인력 300명을 해고하고 미국 사업부를 폐쇄를 결정했다”며 “CPU 프로젝트팀의 소수의 직원만이 해당 기업의 다른 부서로 이동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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