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현 상황에 대해 오판하지 말아야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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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오피니언] 일본 정부와 언론은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이른바 ‘탈일본화’ 정책을 한국 정부만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새인데, 실상은 한국 국민들이 탈일본화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오히려 한국 정부에 대해 탈일본화 정책 추진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지난 8월 28일에 발표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소비자 구매행태 변화 조사에서는 조사 대상자의 80%를 넘는 수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의 탈일본화 정책에 한국 국민이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 아냐.

게다가 해당 조사에서는 한국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수출규제 이슈화 이전 100점 만점에 48.5점을 기록했던 것이 수출규제 이후 22.2점을 기록하여 26.3점이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한국 국민들의 일본에 갖고 있는 분노나 실망감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까지 유니클로, 아사히 맥주, 도요타 자동차 등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의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으며 한일 정부 사이의 갈등이 소강상태에 빠짐에 따라 잠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으로 평가하는 것이 사실에 부합한다.

이는 한국 정부가 대화를 통한 해결에 중심을 두고 외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며, 만약 수출규제가 확대되거나 다른 방식의 충돌이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따라서 일본 정부나 언론이 이번 탈일본화 정책을 한국 정부만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국민들은 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오판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도 있음이 분명하다.

 탈일본화 정책은 일본 아베 총리의 배신행위에서 비롯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는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한국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에서 탈일본화 정책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은 결정적으로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해서 수출규제라는 배신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은 독도 문제, 성노예 문제, 강제동원 문제 등 정치적인 문제로 티격태격했지만 이를 경제문제로 비화시킨 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산업군에서 한국은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를 구매해왔다.

이는 니혼게이자이도 주장하듯이 그 동안 일본 기업들은 정치적인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품질, 납기, 가격 면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는 제품들을 한국에 공급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해왔고 이에 대한 신뢰는 거의 절대적이었다.

이는 어떠한 상황이 벌어져도 일본이 소재, 부품, 장비의 수출에 대해서는 그들이 한 약속을 지키고 변경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신뢰가 비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아베 총리의 수출규제는 그런 전제를 근본부터 부정해버렸다.

일본 정부는 언제든지 정치적인 이유로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와 같은 경제보복을 단행할 수 있으며 설사 일본 기업들이 우수한 품질, 납기,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해도 일본 정부가 그를 단번에 엎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한국 기업을 포함한 한국의 경제주체 모두에게 철저하게 각인시켜 버렸다.

게다가 수출규제 초기 일본 극우들을 중심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한국 산업은 망할 것이라는 망언을 쏟아놓는 바람에 일본 정부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건 한국 전체는 일본을 과연 우방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되었다.

즉 일본 극우들이 한국에 대해 반감을 표현한 것을 넘어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라는 정책으로 그를 현실화했기 때문에 한국은 당연히 일본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은 일본 제품의 우수성을 선전하며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애초에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면 제품이 아무리 우수해도 산업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대량 구매할 수 없다.

이는 계약관계의 트러블이 아닌 정치적인 문제로 납품 자체를 규제하려하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정책이 발동된 이상, 언제 어느 품목에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즉 일본 아베 총리의 수출규제 정책으로 한국에게 일본은 언제든지 경제보복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인식되게 되었고 이는 동맹의 등 뒤에 칼을 꽂은 것이랑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이 과거처럼 일본에게 전적인 신뢰를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탈일본화 정책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 제품은 대체 불가능한 것이 아니야

일본의 수출규제 초기 일본 극우들을 중심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한국 산업은 망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고, 특히 극우 논객인 다케다 쓰네야스는 한국인들이 일본 맥주를 못 마시게 되면 정부가 전복될 수도 있다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망언까지 내뱉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런 전망이 나오자 한국 언론들도 대다수는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없다며 빠르면 1주일 이내로 늦어도 2~3개월 후에는 큰 충격이 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3개월이 훨씬 지났고 수출규제 품목 대상으로는 10건 남짓한 허가가 나왔을 뿐인 11월 10일 현재 시점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피해는 별로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 국민들이 탈일본화 분위기를 형성해주고 한국 기업들은 대체 구매루트와 재고를 확보했으며 한국 정부는 이를 측면지원 했기 때문이 분명하다.

반면 수출규제 직후 일본 기업들의 피해는 막대한 것으로 나타나 일본 아베 총리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을 벌인 것인지 의문을 표하는 주장이 일본 내에서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불화수소 등을 수출하는 일본의 ‘스텔라 케미파’는 최근 회계 관련 사항을 공시했는데 지난 3분기 기준 매출액은 74억 600만 엔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억 4800만 엔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 실적은 최근 10분기 중 가장 좋지 않은 것이며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와 비교하여 1/10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고순도 불화수소를 수출하는 스텔라 케미파가 수출규제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수출을 하지 못한 것이 컸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출규제 품목이 아닌 다른 품목으로 눈을 돌려도 일본 기업의 피해는 막대하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 11월 6일 일본 의류기업인 ‘데상트’의 2020년 회계연도(2019년 4월 1일~2020년 3월 31일) 순이익을 약 82% 가량 대폭 하향 조정했다.

데상트는 매출의 50% 이상을 한국에서 올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데 이번 아베 총리의 수출규제로 인한 한국 국민들의 불매운동으로 실적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즉 일본의 제품은 수출규제 품목이건 아니건 대체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시간과 비용의 문제일 뿐 다른 협력사를 구하거나 국산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싸움꾼 아니야

한국은 한국전쟁 당시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참전했던 혈맹국인 미국, 영국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들에 진정으로 감사함을 느끼고 있으며 이와 같은 관계를 앞으로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또한 경제부분에서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을 포함하여 러시아 등 과거에 비우호적인 관계였던 국가들과도 신뢰와 협력이라는 원칙하에 상호 이익을 위해 더욱 더 좋은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이익이 우선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한국은 그 어떤 국가들을 상대로도 등 뒤에 칼을 꽂는 비열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으며 신뢰와 협력의 원칙 아래 상대방과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서 무기력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며 그렇다고 해서 싸움꾼 마냥 여기저기서 분쟁을 일으키고 지속시키지도 않을 것 또한 분명하다.

즉 한국은 싸움꾼이 아니며 한국을 정당한 파트너로 대우하는 국가와는 최선의 협력을 다할 것이며 불합리한 대우에 대해서는 맞서 싸우되 이 경우에도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을 최우선적으로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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