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방문규 전 기획재정부 제 2차관이 제 21대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신규 임명된 가운데 수출입은행이 과거 금융위기 당시 영국계 투자은행에게 대가성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방 은행장이 취임하자마자 호재가 아닌 악재를 마주했다.

사진_ 한국수출입은행
사진_ 한국수출입은행

방문규 신임 수출입은행장은 지난 1일 취임식을 통해 “2008년 금융위기 등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대한민국은 힘을 합쳐 극복해 냈다”며 “그 과정 속에서 수출입은행은 항상 묵묵히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지만 취업청탁 사태가 불거져 취임사가 무색해진 모습이다.

한데 방 수출입은행장이 언급했던 ‘수출입은행이 묵묵히 역할을 했던 금융위기’ 시절, 수출입은행이 영국계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에 채용을 청탁, 수출입은행 임원의 자녀나 지인을 바클레이즈의 인턴이나 정직원으로 채용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바클레이즈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벌금 630만 달러를 부과 받았다. 당시 바클레이즈는 국내 공기업 임원의 지인을 인턴으로 채용한 대가로 15억 달러 규모 외화 채권을 발행하는 주관사로 선정됐던 바 있다.

한편 정치권도 이번 수출입은행의 채용청탁 의혹과 관련해 날선 비판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12일 이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채용 비리가 드러난 국책은행에 대해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책임 추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측은 “오래전 일이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만약 이와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방 수출입은행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출입은행은 묵묵히 역할을 했다”라는 취임사부터 세간의 비난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문규 은행장은 1984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정책과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방 은행장은 이 외에도 기획예산처 산업재정과장, 기획재정부 대변인, 예산실장, 제2차관, 보건복지부 차관 등을 지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방 은행장이 기획재정부 ‘예산통’으로 불리지만 상대적으로 금융 경력이 적고 당초 금융권에서도 거론되지 않았던 점을 꼬집어 이례적인 인사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수출입은행 측 관계자는 “해당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규명할 것이다”며 “10년 전 일이기에 사실관계 파악 기간에 대해 확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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