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수능 그리고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기리며

[뉴스워커_나이 서른넷의 수험생을 위한 수다] 약 14년 전 오늘의 일이다. 그해 재수를 했던 나는 공교롭게도 수능 날 감독으로 오신 중학교 때 은사님과 조우했다. 긴장감이 맴 돌던 교실에 마지막 교시 종이 울리고, 빼곡히 채워진 OMR카드를 거두어 가시던 선생님은 잠깐 보자며 나를 부르시곤 “그동안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다.”며 꼭 안아주셨다. 선생님의 한마디에 긴장이 풀려서 일까. 4년 만에 만난 은사님 앞에서 “선생님 너무 허무해요.” 하며 엉엉 울어댔다. 그런 나를 보시던 선생님께서는 한마디를 덧 붙였다. “인생이 원래 그런 거야.”

지난 13일 2020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시험을 마치고 나온 수험생들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보였다. 과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예년보다 쉬웠거나 작년 논란이 됐던 언어영역 문제 와 같이 수험생들을 당황스럽게 한 문항은 없었다는 평이다.

14년 전을 회상 해 보자면, 이 시험이 내 인생 전체를 결정지을 것만 같았고, 세상의 전부처럼 느꼈던 것 같다. 허나,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인생을 좀 더 살아보니 알 것 같다.

길게는 12년과 수험생활 1년의 긴 레이스를 달려온 그대들에게 꼭 말 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 분명 이 시험은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인생의 전부도, 절대적 행복의 결정 요인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수능 시험을 마친 직후 인터뷰에 응한 어느 스무 살 청년은 시험을 마치고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르바이트 해서 돈 벌고 싶어요.”라고 했다. 때마침 수능 하루 전 인 13일은 전태일 열사 49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뽀송뽀송한 샛노란 털옷 입은 햇병아리가 알을 깨고 땅에 한발 내딛듯, 보다 더 큰 사회인 산업 현장과 노동시장에 몸담을 그대들에게, 지금껏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 지식과 이상과는 다른 현실 속 난관에 부딪힐 때도 많겠지만, 그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존경하던 역사 속 인물들의 면면과 지향했던 정신들을 포기하거나 쉽게 타협하지 않기를, 그리고 49년 전 이맘 때 여러분의 나이에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근로기준법을 이 사회에 뿌리 내리기 위해 몸에 기름을 부어야 했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숭고한 희생과 용기를 한 번 쯤 되새겨 보기를...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별이여”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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