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한반도 정세] 북한이 반발했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한미 군 당국이 전격 연기하기로 결정하며 비핵화 시계가 다시 움직이는 모양새다. 특히 한미 군 당국의 결정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시사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곧 보자”는 트위터를 남기며 대화 테이블이 급마련될지 주목된다.

17일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정도로 예정됐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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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장관은 “북한 역시 연습과 훈련, 시험을 행하는 결정에 있어 이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주길 바란다”며 “우리는 북한이 조건이나 주저함 없이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을 연기하기로 결정했지만 한반도의 연합 전력은 높은 수준의 준비태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 보장할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 합의에 응하기 위한 문을 열어두기 위해 연습을 조정하는 우리의 의도가 자칫 우리의 공동 목표와 이익·가치를 증진 및 수호하기 위한 공약이 악화되는 것으로 인식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 정경두 “北이 비핵화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길 열어야”

정 장관은 훈련 연기와 관련해 “지금까지 한미 간, 북미 간 진행 중인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한 여러 노력의 내용”이라며 “북한이 반드시 비핵화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결정을 하게 됐다. 앞으로 진행되는 사안을 보면서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 협조를 하면서 언제 다시 재개할 것인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미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대체해 대대급 이하의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려 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며 위기감을 조성했다.

북한 국무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3일 “미국과 남조선측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반공화국적대적군사연습을 강행하기로 한 결정은 우리 인민의 분노를 더더욱 크게 증폭시키고 지금까지 발휘해온 인내력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하고 있다”며 “미국은 새로운 해법으로 북핵문제를 다룰 것이라던 대통령의 공식입장까지 뒤집고 기존의 타당치 않는 방식을 계속 고집하면서 조미관계개선과 적대관계청산을 가로막는 장애물만 계속 덧쌓고 있다”고 비난했다.

◆ 트럼프 “김정은 위원장, 빨리 합의 이뤄야. 곧 보자”

북한의 강도 높은 반발에 한미 군 당국이 ‘연기’ 결정을 전격적으로 내리며 연내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급류를 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미스터 체어맨(김정은 국무위원장),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보자”고 말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로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요구대로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을 연기 발표하면서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실무협상 재개 움직임도 감지된다는 전망이다.

이런 기대감은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14일 담화를 발표하며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따라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북한이 연말이라는 시한을 정한데다가 트럼프 대통령 역시 연말이 지난 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재개할 경우 재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내에 성과를 내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 만약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시점으로는 연말이나 연초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정상회담 까지는 실무협상이 수 차례 진행되어야 하고, 북한의 입장에선 12월에 분야별 총화 및 신년사 준비로 바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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