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분노 이슈] 환경부는 지난 14일, 익산시 장점마을에서 발생한 ‘집단 암환자 발병 원인’을 발표했다. 마을 인근에 있는 비료공장인 ‘금강농산’에서 퇴비로만 써야 할 ‘연초박(담배 찌꺼기)’을 유기질 비료로 불법 건조 공정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을 대기로 배출한 것이 주된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2팀 기자

환경부는 이날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 발표회’를 열고, 장점마을 인근(약 500m)에 있는 비료공장에서 배출한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사이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조사결과, 장점마을에는 지난 2001년 인근에 비료공장 ‘금강농산’이 설립된 이후 2017년까지 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리고, 이 가운데 1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날 장점마을 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전체 암은 다른 지역에 비해 1.99배 발생률이 높았다. 담낭암 및 담도암은 15.24배였고, 피부암은 11.6배였다. 특히 2003년부터 2016년까지 ‘금강농산’ 근로자들의 표준화 암 발생비를 비교한 결과 암 발생률이 14.5배(여성)에 달했다.

환경부는 이 같은 현상을 일으킨 주요 발병 요인으로 ‘금강농산’이 ‘KT&G’로부터 매입해 사용한 ‘연초박(담뱃잎 찌꺼기)’를 지목했다. ‘금강농산’은 ‘연초박’을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는데, 불법적으로 건조 공정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박’ 건조 과정에서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등 발암물질이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부 발표 이후 전북도는 집단 암 발병에 관련하여 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15일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또한, 주민 피해보상을 위한 법률 및 소송비용 등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오늘(18일)은 전북도의원들이 정부와 전북도, 익산시에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의 책임을 밝히는 것 외에 장점마을 주민들은 비료공장에 ‘연초박’을 제공한 KT&G에 대해서도 집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효성이 부족한 정부 피해구제 대신, 곧바로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은 오늘(18일) “정부에 피해구제 신청하는 것을 생략하고, 곧바로 소송에 들어가는 것으로 주민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비료공장에 담뱃잎 찌꺼기(연초박)를 공급하고 이용 실태를 점검하지 않은 KT&G에 큰 책임이 있다. 그리고 주민의 숱한 민원에도 형식적인 관리·감독으로 일관한 행정당국 등을 상대로도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KT&G 측은 이 같은 주민대책위원회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점마을에서 발생한 사건은 ‘연초박’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금강농산'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KT&G는 관련 규정을 지켜 ‘연초박’을 적법하게 매각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장점마을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연초박’을 고온으로 가열했을 때 발암물질이 배출된다면 대기를 타고 장점마을 외에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금강농산’처럼 KT&G로부터 ‘연초박’을 반입한 공장들이 관련 법을 어겼거나, 필요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4일 익산시의회 임형택 의원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담배제조업체는 KT&G, 한국필립모리스(주), (주)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코리아제조 등 3곳이다.

이중 ‘연초박’은 KT&G와 한국필립모리스에서 나오는데, 한국필립모리스는 ‘연초박’을 전량 해외로 보낸다. KT&G의 경우에는 신탄진 등 국내 4개 공장에서 나온다.

환경부의 조사결과 ‘금강농산’에는 ‘연초박’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KT&G 신탄진공장에서 약 2242t, 광주공장에서 약 177t 반입됐다고 밝혀졌다.

한편, KT&G는 2013년부터 5년간 전북 익산 금강농산을 비롯해 전국 총 9개 비료업체에 ‘연초박’을 위탁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공장에서 ‘연초박’을 퇴비로 쓰지 않고, 가공과정을 거쳐 비료로 만들었다면 금강농산과 비슷한 발암물질이 배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KT&G는 비료 가공공장을 감독할 권한과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는데, 우리 마을 참사는 KT&G 사업장 폐기물인 연초박이 배출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KT&G가 책임감을 느끼고 나오지 않는다면 국민적 공분을 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KT&G는 국내 유일하게 ‘연초박’을 생산하여 국내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KT&G가 이미 폐업한 금강농산에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며, 국회,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등에서도 KT&G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미 2년 전 폐업한 금강농산의 사장도 암으로 사망했다고 전해졌다. 자금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금강농산’은 ‘연초박’을 잘못 가공할 시 발암물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거나, 심각성을 외면했을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므로 영세한 중소업체에서 ‘연초박’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KT&G도 확인할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연초박’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KT&G가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환경단체의 시각도 있다. 만약 이를 알고도 해당 업체에 제대로 경고하지 않고 묵인하였다면, KT&G도 ‘장점마을의 비극’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이미 발생한 장점마을의 ‘금강농산’ 뿐만 아니라 그 외 다른 업체에 의한 문제도 없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환경단체들은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처럼 ‘연초박’을 비료로 가공할 때뿐만 아니라, 퇴비로 사용할 때도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관련 법을 지켰다는 것만으로 사건의 참상을 다 덮을 수는 없다. 정부와 환경단체 그리고 KT&G는 지금까지 해왔던 ‘연초박’의 활용방법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KT&G는 정부와 피해자 단체와 함께 이후 피해보상 또는 관련 법률 정비 등에 대해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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