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空約)을 알아보는 혜안(慧眼)이 필요하다-

▲ 최종연 박사
지난 3월30일 정부에서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일대에 건설하기로 한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 사업인 “동남권 신공항건설”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로 인해 정치권이 시끌벅적하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의 영남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이 직, 간접적으로 청와대와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차기 유력한 대선후자인 모 의원은 “이 사업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발언을 하여 본인이 차기 대통령후보가 된다면 공약화 할 수 있음을 은근히 내 비추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후보 등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내가 당선되면 “신도시를 건설하겠다”, “고속도로와 철도를 신설하겠다”, “산업단지를 유치하겠다”, “대학을 유치하겠다”, “뉴타운사업을 추진하겠다”라는 등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여 표심을 잡고자 분투한다. 그 중의 하나가 “동남권 신공항건설”이었다. 정치인들은 수천억 원, 또는 수조 원이 소요되는 사업도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거리낌 없이 공약으로 채택하는 경향이 많다.

이번에 포기한 “동남권 신공항건설계획” 뿐만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뉴타운 건설 사업계획”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주민들의 요구도 있었겠지만 여기에 지역의 정치인까지 가세하여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나 타당성 여부도 심도있게 파악하지 않고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으로 채택하여 수년이 지났으나 사업이 진척되기 보다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정치인은 물론 유권자인 국민의 책임이 절대적으로 큰 것이다. 한 마디로 정치인의 “당선되고 보자”는 단순한 논리에 주민의 삶과 지역발전이라는 문제가 덫으로 걸려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간혹 장학재단이나 문화재단, 복지재단 등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있지만 사재를 털어서 다리를 건설하고 도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한 적이 있는지 짚어 보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선거에 대중의 단순함을 이용하는 것으로 소위 “포퓰리즘”을 적절히 활용하여 자신의 지지세력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4월 27일 실시되는 보궐선거에서도 어김없이 각 정당의 후보들은 지역개발을 위한 공약을 앞 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특히 강원지사에 출마한 후보들은 대략 20조원이 소요되는 개발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각 후보들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강원도의 지방재정 수준으로는 20조원이라는 자금을 자체에서 조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후보들의 공약이행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중앙정부의 지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쉽게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기왕에 신공항건설문제가 나왔으니 몇 가지 사례를 들어가면서 생각해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의 공항은 1980년대 이전까지는 대부분 군사공항을 민간항공사가 함께 사용하였다. 몰론 지금도 몇 몇 공항을 제외하고는 군과 민간이 함께 사용하는 공항이 많은 실정이다.

우리나라처럼 국토면적이 넓지 않은 국가에서는 소요부지, 건설비용, 운영비용 등을 고려해 볼 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과 민간이 공동으로 공항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수백 만 평방미터 또는 그 이상의 국토가 훼손되고 공항이 건설된 후에는 주변지역은 소음공해는 물론 공항 인접 지역에 대한 각종 개발규제로 인해 지역발전에 차질을 초래하는 등 사회갈등을 야기 시키는 요인이 태동되는 것이다.

정치논리에 의해 건설된 대표적인 공항이 전라남도의 무안공항과 강원도의 양양공항이다. 무안공항은 과거 민주당의 실세인 모 의원이 지역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여 신설되었으나 이용률이 저조하여 중앙정부차원의 애물덩어리가 되고 있다. 무안공항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이 양양공항이다.

양양공항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추진되었다. 당시 신공항건설 추진 명분은 영동지역의 발전과 앞으로 예상되는 극동러시아와 일본 관광객의 방문을 대비하여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참고적으로 당시 강원도 영동지역에는 강릉공항과 속초공항 등 2개의 군사공항이 있어 “김포↔ 강릉”, “김포↔속초” 간을 민간항공(대한항공)이 운항되고 있었다. 물론 다소의 불편함 점은 있었으나 큰 안전사고 없이 오랫동안 운영되어 왔었다. 그런데 14대 대선에 출마한 김영삼 후보 측의 공약으로 국제공항건설이 약속되었고 공약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압박에 의해 1997년 2월 기공을 하여 2001년 12월 준공되었다. 그러나 양양공항 건설공사 착공 전에 실시한 타당성 예비조사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실시되어 그럴듯한 결과가 도출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수 천 억원이 소요되는 국책사업이 추진되었던 것이다.

참고적으로 양양국제공항의 규모는 다음과 같다. 부지면적 2,448,500㎡, 국내선 여객터미널 10,083㎡, 국제선 여객터미널 16,047㎡ 등이다. 현재 양양국제공항의 이용실태는 어떠한가? 쉽게 설명한다면 이렇게 큰 국제공항이 하루에 여객기 1대가 양양과 김포를 오고가는 실정이며, 국제노선은 운항이 되지 않고 있는 등 빈집과 같은 공항인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정도의 이용실적을 보이고 있어 매년 공항을 유지하는데 수 십 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누구도 책임지겠다는 정치인이 없다. 알게 모르게 국민만 멍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당시 양양 국제공항 건설에 대해 반대하였었다. 반대 이유는 공항건설 후 효율성이 낮기 때문에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즉, 극동 러시아나 일본의 관광객이 설악산 지역만을 관광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꼭 일정규모를 갖춘 공항이 필요하다면 강릉공항이나 속초공항을 확장하고 리모델링한다면 손색없는 공항이 될 수 있다는 대안도 제시한바 있었다. 그러나 권력의 주변에서는 진실된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아부하기에 바빠서인지 자신들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말았다.

대중이여! 단순하지만 현명해 지자.

내년에 있을 대선과 총선에서 “동남권 신공항건설 공약”이 또 다시 등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때는 타당성 조사결과가 어떻게 분석될 것이지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정치논리를 앞세운 분석보다는 경제성과 아울러 장래성도 함께 분석하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느 자료에 의하면 국토면적에 대비하여 우리나라의 공항 규모나 숫자가 결코 부족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웬만한 지역은 1~시간 내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공항들이 근거리에 위치해 있는 편이다.

끝으로 필자는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정치인의 공약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결과가 부정적으로 분석되었음에도 이를 정치적 의도로 추진하였을 경우, 그 결과에 대해 경제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정치인이 소속한 정당도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정치인이 제안하여 추진한 사업이 실패하여 현저하게 국민에게 부담을 주고 있을 경우, 국회의원 개인의 세비나 정당의 국고지원금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제안을 한 필자를 정치인들은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오죽 공약을 남발하면 이런 제안을 하겠는가?

※최종연 박사는 전 단국대학교 정책과학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사회통합연구소 소장, 국제 로타리 3650지구 총재 특별대표 겸 신용산로타리클럽 회장 역임.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는 ‘도시개발과 갈등관리 정책’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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