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한반도정세] 한미 군 당국이 한미연합훈련을 전격 연기하며 북미 대화 재개 기대감이 나온 가운데 북한이 연일 담화를 쏟아내며 미국에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연말 시한을 두고 북한과 미국은 한동안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이면서, 당분간 냉각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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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잇단 담화 통해 “적대시정책부터 철회할 결단 내려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문을 발표하며 “미국이 진정으로 우리와의 대화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면 우리를 적으로 보는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김 고문은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트윗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해 “당신은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보자(See you soon)”이라고 적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김 고문은 담화에서 “지난해 6월부터 조미사이에 세차례의 수뇌상봉과 회담들이 진행되었지만 조미관계에서 별로 나아진 것은 없다”며 “지금도 미국은 조선반도 문제에서 그 무슨 진전이 있는 듯한 냄새만 피우며 저들에게 유리한 시간벌이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우리는 우리에게 무익한 그러한 회담에 더이상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며 “우리는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 채 더이상 미국 대통령에게 자랑할 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적대시정책 철회를 강조했다.

북한은 김 고문 담화 발표 이후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담화를 또 한번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은 대조선(대북)적대시정책을 철회하기 전에는 비핵화 협상에 대하여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이 말끝마다 비핵화 협상에 대하여 운운하고 있는데 조선반도 핵문제의 근원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되기 전에는 그에 대해 논의할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김영철 위원장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에 대해선 “미국이 합동군사연습연기를 그 누구에 대한 '배려'나 '양보'로 묘사하면서 마치 저들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처럼 생색을 내고 있는데, 우리가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지하라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 김명길 순회대사 “스웨덴 내세우며 조미대화 관심있는 듯 냄새 피우지 말아야”

북한의 담화는 이날에만 그치지 않고 다음날인 19일에도 계속됐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북미)대화는 언제가도 열리기 힘들게 되어있다”며 “미국은 더 이상 3국(스웨덴)을 내세우면서 조미대화에 관심이 있는 듯 냄새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길 대사는 북미 사이 중재에 나서고 있는 스웨덴을 언급하며 “내가 보기에는 미국측이 우리에게 빌붙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스웨덴을 이용해 먹은 것 같다”며 “조미가 서로의 입장을 너무도 명백히 알고 있는 실정에서 스웨덴이 더 이상 조미대화 문제를 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협상 우위 점하려는 기싸움 분석…조선신보 통해서도 연일 대미 압박

북한은 잇단 담화 발표를 통해 미국에게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것을 분명히 요구하고,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문제도 언급하며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미국에게 제시한 연말이라는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대화 재개 기류가 감지되자 강한 압박을 통해 협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관측된다.

특히 북한이 담화에만 그치지 않고 대외적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서도 적재시정책의 우선 철회가 대화의 전제조건임을 거듭 강조한 것을 볼 때, 미국을 향해 분명한 기조를 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북한의 이같은 전략이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당분간 미국과의 샅바 싸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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