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교수
지난 4월 10일 모 일간지에 “뉴타운사업의 재검토가 시급하며, 지역주민의 대부분이 뉴타운 지정해제를 원하면 풀어줄 것”이라는 서울시관계자의 말이 인용 보도되면서 뉴타운 사업에 대한 출구전략 논의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터질 것이 터져버렸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2002년 10월 은평/길음/왕십리 3개 지구가 시범 뉴타운 지구로 지정되면서 시작된 뉴타운사업은 사업지구의 지정만으로도 집값이 폭등하는, 그야말로 로또와 같은 존재로 사람들에게 각인 되어져 왔다.

따라서 뉴타운지구지정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열망은 폭발적으로 번져갔으며, 이를 정치인들이 선거전에 이용하면서 뉴타운지구는 2002년 3개 시범지구가 처음 지정된 이후 불과 3년 만에 뉴타운지구 22곳과 균촉지구 8곳이 추가 지정되었다. 참으로 놀랄만한 속도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총 사업대상지역 면적은 약 720만평으로 서울시 전체면적의 약 5%에 이르는 규모이며, 뉴타운 사업의 영향을 받는 사업지 주변지역까지 합한다면 서울시 전체 가구수의 약 15% 이상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일부 기관의 자료를 접하면 더욱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다.

현재 서울시 뉴타운 지구는 총 26개 지구로 재정비촉진구역 199개 구역, 존치정비구역 24개 구역, 존치관리구역 51개 구역 등 총 274개 구역이 지정되어있다.

하지만 3차 지구지정이후 6년이 지난 지금, 274개 구역 중 추진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곳이 51곳, 구역지정만 됐을 뿐 추진위조차 없는 곳이 70곳으로 거의 절반가량의 구역이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또한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돼 착공까지 한 구역도 32곳으로 전체구역의 12%에 불과한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구 중 상당수가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져 추가 부담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기존 조합원들이 도저히 감당할 없는 수준에 이르러 사업의 진행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또한 소송 등 주민들 간에 갈등으로 사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어, 사업진척이 지지부진한 현장 또한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때 구역지정만 돼도 “로또”로 불리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들게 한다.

그럼 뉴타운 사업이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단 말인가?

첫째, 뉴타운사업 지구지정을 충분한 수요와 사업성 검토 없이 단기간에 마구잡이식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대부분의 뉴타운지구는 뉴타운지구로 지정만 되면 묻지 마식으로 집값이 폭등하는 상황을 지켜본 지역주민들의 맹목적인 지구지정의 욕구를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반영하여 지정되었으며, 심지어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 지역주민들을 부추기기까지 하여 추가적으로 뉴타운지구가 지정되었다.
물론 장기적인 사업계획 및 수요, 충분한 사업성 검토 등은 거의 없이 말이다. 그 결과 현재 서울시 뉴타운지구의 약 85%는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이르고 만 것이다.

둘째, 부동산시장상황의 변화이다.
뉴타운사업이 한참 고조되었던 시기에는 부동산시장이 최절정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일본의 경우에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던 버블 기에는 도심부의 재개발사업의 추진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버블 기에 진행되었던 사업들도 버블이 붕괴되자 사업성이 악화되어 결국 대부분 사업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 후 부동산가격이 폭락한지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하였으며, 지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록본기힐즈와 같은 사업들도 대부분 이 시기에 진행되었던 사업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부동산시장이 최절정에 다다랐던 시기에, 그것도 3년 만에 270개가 넘는 구역을 동시다발적으로 지정하였다. 따라서 현재 아파트 분양가 하락하고 미분양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그 많은 뉴타운사업이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것은 서울시의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셋째, 뉴타운사업의 사업방식에 대한 조합원들의 무지를 들 수 있다.
뉴타운사업은 조합개발방식에 의해 진행하고 있다. 조합 개발방식이란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업에서 발생되는 모든 수익과 손실을 조합원들이 공유하고 책임지는 방식이다. 따라서 부동산경기가 좋아서 수익이 많이 발생하면 조합원들은 거의 분담금 없이 넓은 평수의 아파트 등을 받을 수 있지만, 그 반대로 부동산경기가 나빠져 많은 손실이 발생하면 그 손실액 또한 조합원들이 나눠서 부담하여야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합원들의 머릿속에는 수익에 대한 부분만 들어있지 손실에 대한 부분은 거의 들어있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뉴타운사업들이 아무런 고민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가 지금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닐까?

“로또”로 대변되던 뉴타운사업
이제는 더 이상 “로또”가 아니며 자칫 잘못하면 애물단지로도 전락할 수도 있다. 뉴타운사업의 사업방식을 고려한다면, 더 이상의 무분별한 사업진행은 자칫 지역주민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책당국은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뉴타운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전면재검토, 이제는 논의할 때가 된 것 같다. 더 이상 늦어진다면 우리 모두에게 크나큰 아픔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준환 교수는 고려대학교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 메이카이대학에서 부동산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주요저서로는 ‘시가지재개발사업에 있어서의 주택공급효과’, ‘일본 도심재개발사업의 이해’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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