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불안해서 못하겠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CEO?…과도한 처벌규정 때문에 CEO 되기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없어
CEO 불안해서 못하겠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CEO?…과도한 처벌규정 때문에 CEO 되기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없어
  • 한주희 기자
  • 승인 2019.11.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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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뉴스워커 진우현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뉴스워커 진우현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한주희 기자의 시사의 窓] 최근 CEO에 대한 과도한 처벌규정 때문에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기업의 잠재성장률을 감소시킨다는 보고서와 기사들이 많다. 즉, CEO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형사처벌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보인다.

이런 주장에 대한 주된 근거가 된 것은, 지난 13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의 보도자료이다. 이에 따르면, 경제법령의 형벌 규정을 전수조사한 결과 2657개의 형사처벌 항목 중 83%인, 2205개가 CEO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업 관련 법령에는, 예를 들면 피고용인의 법 위반 시 법인이나 사용주도 함께 처벌할 수 있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CEO가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발생하는 일로 인해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또한, 이런 형사처벌 항목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한경연 관계자는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형벌규제가 심각하게 늘었다”라며, “과도한 처벌이 기업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경제 관련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우리나라는 CEO가 되는 순간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형사처벌 규정이 많다는 이유로 CEO 되기를 주저한다든지, 거부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양벌규정 증가는 사용자에 대한 무분별한 처벌 막기 위한 과정에서 생겨

애초 양벌규정이 도입된 취지는 기업의 내부 구성원이나 법인 자체가 책임을 져야 할 사안에서 구체적 규정도 없이 사용자(CEO 포함)를 함께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로 인해 사용주도 함께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양벌규정을 정비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결과로 양벌규정을 포함한 관련 법 조항이 계속 증가하게 되었다.

양벌규정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사용자에게도 과실이나 고의 또는 미필적고의를 요구한다. CEO도 관리·감독책임을 위반한 ‘자기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리고 CEO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법인에 벌금이나 과태료만 부과된다면, CEO는 법인 뒤에 숨어 자신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책임은 면하게 된다.

소화기 위치를 위반했거나 사용 연한을 지키지 않아 ‘소방법’을 위반했다고 양벌규정을 들어 CEO가 조사를 받거나 처벌받게 될까? 그런 사례가 진짜 생길 것으로 믿으며 처벌규정이 과도하다고 비판했던 것일까. 아니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업 총수들의 재판이 과도한 처벌규정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CEO가 되는 순간,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의 근두운’을 타게 되는 것

CEO가 되는 순간,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의 근두운’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임원으로서 누리던 권한과 대우를 월등히 뛰어넘어 기업 내 최고 대우를 받게 된다. 그런데 처벌규정이 많아서 의사결정이 위축되고, 기업 투자를 망설이게 될까.

CEO에게 기업활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어디까지 지게 하는 것이 적정할 것인가는 ‘형사정책’상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기 전이라도,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이 그동안 저지른 범죄혐의에 대해 합당한 형사처벌이 있었는지만 되돌아봐도, 과도한 처벌규정 때문에 기업활동이 위축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업 내 경영상의 중요한 판단이 전문경영인들에 의한 합리적인 의사결정보다는, 기업 총수의 독단적 판단에 따른 지향성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10대 그룹 총수의 대부분은 범죄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받을 위기이다.

가장 최근의 예를 들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국정농단’ 재판으로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 재판 중이다. 즉, CEO가 알지 못하거나 통제하기 힘든 사안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하지만, 많은 형사 사건들이 CEO의 책임하에 일어났다.

처벌될 가능성도 희박한 규정의 개수나 세는, 그런 한가한 일은 그만둬야 한다. 건전한 기업문화를 해치거나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CEO의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과 같이 범죄혐의로 CEO가 수사나 재판을 받는 사례가 계속 늘어난다면, 그것이 바로 기업을 위태롭게 하고, 나라 경제도 죽이는 길이 될 것이다.

대다수의 CEO, 처벌규정 관심 없어. 기업 미래만 걱정해

대다수의 CEO들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투명하고 적극적인 경영을 펼치며 한국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이들은 2200여 개의 처벌규정에 관심이 없다. 기업의 미래에만 관심이 있다. CEO가 되면 처벌 규정이 2200여 개나 된다고 엄살 피지 말자. 몇가지 되지도 않는 횡령이나 배임, 뇌물사건의 경제 관련 법령 등의 죄만 저지르지 않아도 충분하다. 이로 인해 기업경영은 안정을 찾을 것이고, 기업의 투자와 기술개발도 더 활발해질 것이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국가 경제도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