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디젤 잠수함에 대한 연구, 개발과 수출 지원 필요

[뉴스워커_기획] 지난 10월 11일 대우조선해양은 방위사업청과 1조 1130억 원 규모의 장보고-Ⅲ 2차 사업 선도함 관련 설계 및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장보고-Ⅲ 사업은 한국 해군이 3000t급 차세대 중형 잠수함을 획득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서, 한국이 독자적인 설계 기술과 건조 기술을 적용하여 중형 잠수함을 설계, 건조하는 최초의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 대우조선해양, 한국 해군과 인도네시아 해군에 잠수함 공급

장보고-Ⅲ 1차 사업의 선도함은 ‘도산 안창호’ 함으로서 2018년 9월 14일 거제의 대우조선해양에서 진수되었으며 2020년 실전배치를 앞두고 시범 운항 중에 있다.

도산 안창호 함은 이전 사업인 장보고-Ⅱ 사업에서 획득한 1800t급 잠수함인 ‘손원일’급의 2배 규모로 수직미사일 발사시스템인 VLS를 장착하는 등 기존 한국 해군이 보유했던 잠수함들보다 공격력이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대우조선해양이 수주에 성공한 2차 사업에서는 1차 사업에서 획득한 도산 안창호 급보다 개선된 축전지 체계를 채용하여 수중작전능력과 고속기동시간이 향상되고 전투체계와 소나(Sonar, 음파탐지기)체계도 함께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한국의 잠수함 건조기술은 해외에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4월 12일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 해군과 10억 2천만 달러(약 1조 2036억 원) 규모의 잠수함 수출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1400t급 잠수함 3척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번 계약은 한국의 잠수함 건조 기술이 우수함을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것과 동시에, 신남방정책으로 경제와 안보 면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한국의 전략을 한층 더 공고히 해줄 것으로 기대되어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작은 고추가 맵다. 한국의 장보고급 잠수함 매서워

독일의 209급을 기반으로 한 한국 해군의 장보고급 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1350t 정도로,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인 미해군의 LA급(약 7000t), 버지니아급(약 8000t)뿐만 아니라 재래식 디젤 잠수함인 일본 해상자위대의 오야시오급(약 4000t)보다 작은 잠수함이다.

대형 잠수함의 작전 수행능력이 소형 잠수함보다 항상 우월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대형 잠수함일수록 탑재할 수 있는 무장이 많고 잠수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길기 때문에 소형 잠수함이 작전을 수행하는데 있어 다소 제약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핸디캡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해군의 장보고급 잠수함들이 국제적인 해군합동 훈련에서 좋은 성과를 올린 바 있어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장보고급 4번함인 ‘박위(SS065)’는 고려시대 대마도를 정벌한 장군의 이름을 딴 잠수함답게 2000년 림팩 훈련에서 황군으로 출전하여 청군 소속 함정 11척(약 9만 6000톤)을 가상격침하고 훈련종료시점까지 황군 잠수함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는데 성공함으로서 훈련사령관으로부터 ‘Small But Best(작지만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2004년에는 ‘장보고(SS061)’함이 림팩 훈련에 참가하여 가상적군의 항모와 이지스함을 포함한 30척의 함선을 격침하고 훈련종료까지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Perfect Submarine’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당시 209급의 잠수함은 속도가 빠르지 않은 정보통신체계를 탑재하고 있어 비교적 오랫동안 수면 가까이에 머물러야 했는데, 이와 같은 점은 잠수함 초계기에 의해 잠수함이 쉽게 탐지될 수 있는 취약점을 노출시켰다.

그러나 장보고함은 정보전송속도가 빠른 위성정보통신 체계를 탑재하여 수면 가까이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취약점을 극복했으며, 잠수함의 지휘부는 가상적군의 진형을 신속하게 파악하여 적절한 매복 장소를 설정했고 승조원들은 능숙하고 노련한 임무 수행을 통해 한 마디로 완벽한 작전 수행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999년에 괌 근해에서 개최된 서태평양 훈련(Tandem Thrust)에 참가한 장보고급 2번 잠수함인 ‘이천함(SS062)’은 단 1발의 어뢰로 1만 2000t의 표적함 ‘오클라호마시티’를 격침시켜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미군 신문은 ‘It was One shot! One hit! One sink!’이라는 표현으로 이천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이후부터 한국 잠수함사령부는 ‘One shot, One hit, One sink’을 전투신조로 삼고 있다.

1200t급에 불과한 장보고급 잠수함이 어뢰 1발로 1만 2000t에 달하는 중순양함의 급소를 정확하게 타격하여 격침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함장의 정확한 판단과 승조원들의 헌신적인 임무수행으로 인해 이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세계 최강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미 해군조차 한국 해군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처럼 한국 해군의 장보고급이 우수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로 독일 209급을 기반으로 개량을 더해 건조된 장보고급 잠수함의 정숙성 등 잠수함 자체의 능력이 뛰어남과 동시에 치열한 훈련을 통해 작전수행능력을 향상시킨 한국해군의 잠수함 승조원들에게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재래식 디젤 잠수함 수출로 경제와 안보 면에서 협력 강화할 필요 있어

잠수함의 추진 동력을 얻는데 원칙적으로 산소가 요구되지 않는 원자력 잠수함과 달리 재래식 디젤 잠수함은 디젤을 연소시켜 전기를 얻는 방식으로 작동되므로 산소가 필요하다.

이는 사실상 수중에서 무제한 잠수할 수 있는 원자력 잠수함과 달리 비교적 짧은 시간에 물 위로 부상해야 하는 재래식 디젤 잠수함의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한계 때문에 재래식 디젤 잠수함 무용론도 나오지만 원자력 잠수함에 비해 재래식 디젤 잠수함이 가진 장점 또한 분명하기 때문에 논쟁은 쉽게 소멸되지 않을 전망이다.

원자력 잠수함은 이동을 하지 않는 경우라도 원자로를 끄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자로를 냉각하기 위해 펌프를 가동해야 하는 등 완전 무음상태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며 상대적으로 전기모터로 추진하는 방식의 디젤 잠수함보다 소음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재래식 디젤 잠수함은 언제든지 전기모터를 정지시킬 수 있으므로 완전 무음상태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며 원자력 잠수함보다 소음이 적어 강력한 동력으로 추격전을 벌이는 것보다 적은 소음을 이용하여 매복전을 벌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장보고급이 림팩 훈련을 포함한 해군합동훈련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도 재래식 디젤 잠수함이 가진 정숙성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원자력 잠수함은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기준으로 1척당 건조비용이 3조원으로 한국해군의 장보고-Ⅲ 사업과 비교해도 1척당 3배의 건조비용이 소요되며, 핵연료의 재처리와 NPT 위반 문제 등 정치적인 문제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게다가 재래식 디젤 잠수함은 상대적으로 짧은 수중작전 시간을 가지므로 공격 무기보다는 방어 무기로 취급되는 경향이 많아 한국 해군이 도입하거나 타국 해군에 수출할 경우에도 관련국들의 반발이 적은 편이다.

따라서 원자력 잠수함의 도입 논쟁은 별론으로 하고 재래식 디젤 잠수함의 보유와 개발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동남아와 중남미의 경우 고가이며 운용이 어려운 원자력 잠수함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연안방위에 장점이 있는 재래식 디젤 잠수함의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보고-Ⅲ 사업을 포함하여 재래식 디젤 잠수함 획득 사업을 지속하여 관련 기술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와 중남미에 대한 수출은 방위사업청이 방산수출진흥센터를 통해 수출금융을 지원했던 인도네시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기업들 자체의 역량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려우므로, 외교와 경제, 안보 면에서 수출 대상국와의 협력 강화를 목표로 국가적인 지원이 어느 정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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