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의 후임 인선 절차가 빨라지고 있다. 쟁쟁한 경력을 가진 여러 후보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들 차기 회장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덕목도 다양하다. 그중 낙하산 인사는 안된다는 시각이 가장 많다. 하지만, KT가 민영화된 이후 선임된 역대 회장들의 공과를 보면, 낙하산 여부만이 차기 회장의 성공 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립성이 보장된 기구에서 투명한 절차에 따라 회장을 임명하되, 도덕성이 검증된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 회장의 임기만료가 불과 3개월 남은 가운데, 황 회장은 KT가 민영화된 이후 연임에도 성공하고 임기도 다 마친 첫 번째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기 말이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 4일 경찰은 황 회장을 경영 고문 부정 위촉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이후 2014년부터 14명의 경영 고문을 위촉하고, 약 20억 원에 달하는 고액 고문료를 지급해왔다고 전해졌다. 경영 고문 인사들 대부분은 정, 관, 군, 경 출신으로 이들에게 월 400만 원에서 1300만 원에 달하는 자문료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들이 정관계 로비에 동원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황 회장은 배임 혐의로 곧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회장이 경찰 조사를 받고, KT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이석채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KT 신입사원 공개채용 등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자녀 등을 부정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후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고, 항소심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이용경·남중수 전 사장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외압에 의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KT 안팎에선 이미 10여 명의 전직 임원들과 전직 장관, 국회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KT 내부에선 오성목·구현모·이동면 사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KT 회장 후보는 지배구조위와 회장후보심사위를 거쳐 10명 이내로 좁혀진 뒤 이사회 의결과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어렵게 선임된 회장이 ‘어떻게 KT를 혁신하고 성장시킬 것인가’하는 기대 보다는,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을 것인가’를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KT 회장들이 임기 말에 곤욕을 치르는 이유는, KT 회장 선임 권한이 있는 후보추천위원 대부분이 정권과 가까운 경제·법률·언론계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정권의 간섭을 받기 쉽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정권의 눈치를 보는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면,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자리보전을 위해 각종 채용 비리나 금품 비리가 발생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가 KT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면, 수많은 기업 중 KT 회장의 비리 혐의가 유독 두드러지는 것은 정치권 ‘눈치 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KT에는 경영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없고, 노조와 이사회의 견제 수위가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또한, 회장 개인에 대한 도덕성이 회장 선임 시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KT 회장 연봉은 대기업 수준이다. 또한, KT의 연 매출은 23조 원, 임직원 2만 3000명, 연결 기준 종속회사 65개를 거느린 초대형 통신기업이다. 이러한 KT의 회장이 범죄혐의로 계속해서 수사를 받거나 불명예 퇴진하게 된다면, KT는 통신업계에서 경쟁력을 점점 상실하게 될 것이다. 결국, 업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고, 기업 구성원들에게도 불행이다. 

이런 기업을 이끌어갈 CEO의 자격 중 IT 통신산업 분야의 전문성은 기본이다. 업계전문가들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되, 회장 선임 시 개인의 도덕성이 매우 중요한 검증요소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회장의 경영상 독단을 배제하고 비리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노조와 이사회의 감시 기능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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