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문 밖을 나서 출근하려 발을 옮기면 빽빽한 나무가 들어서 있는 뒷산의 시원한 바람과 깨끗한 골목거리가 반갑게 맞이한다. 직장을 향한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퇴근 때인 오후 6시. 저녁에는 어느 곳에나 듬성듬성 있는 먹자골목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의 식사, 연인들의 만남, 오랜만에 만나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 그리고 각종 모임들까지 그야말로 생동감이 넘친다.

필자는 이런 웃음이 넘치는 먹자골목 거리, 왁자지껄한 그 골목거리를 가로질러 걸어야만 집으로 갈 수 있다. 필자가 사는 곳에 위치한 먹자골목은 꽤 유명하다. 소위 맛집도 상당히 많고 즐길 거리도 꽤 있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많이들 와서 각자의 추억을 만들고 떠난다.

박철홍 유덕자원화 팀장

그렇지만 문제는 밤이 점점 깊어가면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로 붐볐던 골목거리는 어지러워진다. 도로에 여기저기 흩어져 쌓이는 담배꽁초, 테이크아웃 커피 컵, 전단유인물 등 각종 쓰레기들로 한순간에 골목이 더러워진다. 

아침 동트는 새벽에 깨끗했던 거리가 밤새 더러워지는 너무나 안타까운 광경을 요즘과 같은 연말이면 거의 매일 보고 있다. 국가의 소득 수준은 거의 선진국으로 향하고 있으나, 함께 거니는 거리를 지키는 수준은 선진국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그런데 이렇게 밤새 어지러워진 거리가 새벽이 되면 마법처럼 깨끗해져있다. 마치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질서정돈해진 모습으로 출근길을 반기고 있다. 아침에 누가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하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품고 있던 어느 날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우연히 새벽녘 일찍 거리를 나섰는데 누군가 골목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날 녹색조끼를 입으신 어르신들은 내 집인 것마냥 거리를 깨끗이 청소하고 계셨다. 청소 도구를 양손에 들고 거리 구석구석 쓰레기들을 치우고 계셨다.

이분들이 아침잠이 없으셔서 이러시나 생각해 봤는데 결코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오직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새벽부터 나와 봉사하고 계신 것이었다.

환경미화원 분들의 손이 가지 못하는 구석진 곳까지 깨끗했던 이유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의 숨은 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골목을 오고가는 사람들을 위해 마치 선물을 안겨주듯이 정성스럽게 청소하고 계신 그 모습에 필자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1950년대 그 참담했던 시간을 지나 60~70년대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산업현장에서 힘을 다하셨던 우리의 어르신들, 이제는 깨끗한 거리를 위해서 사랑의 마음으로 우리를 위해 헌신하고 계셨다.

어린 시절, 이른 새벽 거리에 어떤 노래가 흘러나올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이 대문 앞에 나와 서로 인사를 나누며 내 집 앞과 거리를 청소했고 또 저녁때가 되면 하루를 정리하는 기분으로 청소를 하고 대문 앞 주변을 정리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는 늘 거리가 깨끗했던 것 같다. 그때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서로가 이웃을 배려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가 있었던 정이 넘치는 시대였던 것 같다.

그런데 모든 면에서 생활수준이 나아진 요즘 이른 아침 내 집 앞을 청소하던 모습도,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줍던 모습도 좀처럼 접하기 힘들다. 모두들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자기만의 울타리 안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매년 해외여행객 수가 늘어나고 있는 요즘, 소위 선진국을 다녀온 분들의 경험담 중에 하나가 “거리가 깨끗하다, 시민들이 기초질서를 잘 지킨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그 중 하나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문화가 일찍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늘 그렇듯이 필자는 내일 아침도 여전히 깨끗한 새벽거리를 출근하기 위해 나설 것이다. 깨끗한 새벽거리를 위해서 애쓰시는 어르신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말이다. 다가오는 연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애쓰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누구에게나 깨끗하고 정돈된 거리가 선물처럼 다가가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