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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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 서른넷 기자의 수다] “네 소비자와 원만히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굳이 기사화 할 이유가 있나요?”

기나긴 취재 끝에 취재원이 심심찮게 하는 이 말에, 한동안 뉴스를 만드는 일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같은 사안을 두고 소비자와 회사의 입장은 달랐다. 취재 전과 후의 기업이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 또한 흔히 하는 말로 180도 달라진다. 그런 태도 변화를 보며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말을 기자에게 건냈던 하림 닭 육가공장의 어느 산재 피해 근로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정보력이 부족했던 소비자 혹은 피해자는 커뮤니티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을 테다.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나의 일처럼 서로의 의견을 나눠주던 여론의 힘으로 사측에서는 피해자에게 비로써 사후 대처를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기자에게 회사는 이내 기사화의 필요성을 반문해 온다.

현대홈쇼핑에서 구매한 이보은 반디불 김치에 나온 이물질로 수일 동안 사측의 입장을 기다려야 했던 소비자 A씨와 판매사, 욜로닉스에서 구매한 로봇 청소기 AS를 맡긴 후 쓰레기가 포함된 고장, 반품된 물건을 받아야만 했던 소비자 B씨, 한솔교육 측에서 구매를 원치 않았던 전집과 그 대금이 청구됐던 소비자 D씨 경우가 대표적이다.

문제의 발단은 소비자 한 사람의 일에서 시작된 일이지만, 그 배경에는 회사 내부 시스템의 문제와 여타 정책상 기술 공정상 등의 기저의 상황이 내재 돼 있다.

본 기자는 피해 발생의 근본적 원인이 당장 단 한 사람의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다. 제2 제3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며 이는 전체 소비자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동시에 기업에 대한 직간접적 감시 기능이 자정효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 믿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만전의 노력을 기하겠다.”라는 회사의 호언이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더불어 “이것도 기사감이 되나요?” 라는 물음에 대해, 기업의 이윤을 가져다주는 소비자의 돈과 시간과 감정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며 기업 차원의 문제 발생 비율은 소비자 개개인에게 있어서는 100퍼센트로 개인 삶의 질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사안의 대소 여부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는 것을 기업입장에서는 알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그러한 판단은 땀 흘린 노동의 대가로 번 귀중한 돈과 시간을 할애해 고심 끝에 기업의 완제품을 구매했던, 혹은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몫이지, 전면에 내세운 광고와 슬로건에 반하는 서비스와 제품을 공급하고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기업 측에서 판단 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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