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조합 및 추진위 비상대책위와 대립으로 시간 소모

▲ 최종연 행정학박사(본지 편집위원)
서양 격언에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Time is Money”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젊은 시절 선생님이나 선배, 또는 직장상사로부터 자주 이 말을 들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우리는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청소년에게는 젊은 시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당부하기 위해서, 때로는 사업가나 직장인에게 기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필자가 여러 지역의 도시정비사업 현장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 중 한 가지가 시간의 중요성이었다. 물론 도시정비사업과 관련된 주민(조합원)도 시간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현장의 주민총회, 추진위원 회의 등을 참여해 보면 시간의 중요성을 망각하는 소모적인 현상들이 자주 목격되곤 한다. 전국의 수많은 도시정비사업 현장 중에서 최초의 계획대로 평온하게 사업이 추진되는 곳이 손가락으로 꼽힐 정도로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각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비사업의 현장은 대부분 10여 년 정도 진행되고 있으며 어느 지역은 20여 년이나 되는 곳도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원인을 크게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부족”

각 도시정비사업 현장에서 야기되고 있는 현상 중에서 시간과 관계있는 현상은 대략 이러하다.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구성되어 있는 곳은 집행부 측과 비상대책위원회 측의 대립으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집행부나 비상대책위원회 측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조합원의 이익을 최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조합원의 재산을 지켜주겠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는 것이지만 주민이나 조합원은 어느 편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주민이나 조합원이 이들의 주장에 대해 쉽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것은 정비사업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도시정비사업과 관련된 법이나 제도 등이 매우 복잡하여 생업에 바쁜 일반 시민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관련법규나 조례, 제도 등은 수시로 개정되고 있어 보통사람은 최신의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나 지방의회 의원들도 소수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정비사업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재건축·재개발조합 및 추진위 비상대책위와 대립으로 시간 소모
                 정비사업에 대한 이해와 정보부족…옳고 그름 판단치 못하는 탓
                 관련법과 제도 등 복잡하여 생업에 종사 일반시민 이해 어려워

다만, 도시정비사업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이 “재개발, 재건축을 하면 부자가 된다”, “조합장이나 조합의 간부를 하면 후손까지 먹고 산다”라는 등 그릇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정권에서는 재개발, 재건축사업에 대해 각종 규제를 2중, 3중으로 하였을 뿐만 아니라 급기야 최고집권자까지 나서서 규제를 독려하고 법을 제정토록 하게 하였으며 매스컴에 특정지역을 거명하면서까지 사업을 규제하였던 것이다. 어느 면에서 이렇게 되기까지는 주민이나 조합 간부들의 책임이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주민끼리 편을 갈라서 다투는 것은 보통이고 조합의 간부들은 부정과 비리로 법의 심판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는 등 도시정비사업과 관련하여 부정적인 현상들이 자주 발생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에서는 정비사업 현장의 부정비리를 예방한다는 구실로 각종 규제정책을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토론문화의 미숙”

우리나라 사람의 토론문화가 미숙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명색이 국민이 선출한 국회나 지방의회에서도 토론문화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여 간혹 보기에 민망한 장면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것을 목격하기도 한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은 의사진행 방법과 요령, 예의 등에 대해 교육을 받았음에도 그런 행태들을 보이는 것이다. 하물며 이런 교육을 별도로 받은 경험이 없는 재건축, 재개발사업 현장 주민들의 의사진행이나 토론행태는 그냥 짐작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조용하게 논리적으로 진행하여야 할 사항도 목소리가 커지며, 삿대질을 하면서 마치 싸움을 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주민총회나 추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오랜 세월 이웃이었고, 현재도 이웃이며, 미래에도 이웃이 될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견해 차이로 인해 편을 가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정에까지도 가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법정에 서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조합이나 추진위원회의 업무 중 운영비, 임원의 판공비 등 사소한 분야의 의견대립으로 시작하여 급기야는 서로가 꼬투리를 잡아 각종 회의에서 폭언이나 몸싸움으로 발전(?)하고 결국에는 사건화 되어 법정으로 가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당사자들만 법정에서 다툼을 하게 되면 그만이지만 이들의 다툼으로 사업이 왜곡되고, 진행이 늦어지며, 변호사비 등 각종비용이 주민부담으로 지출된다는 것이다. 시간은 돈인데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비용은 계속 늘어 가는 것이다.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웃사촌”

그렇다면, 화합하는 도시정비사업 현장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비가 발생하지 않고 평온하게 정비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인지를 잠시 고민해 보자.

먼저,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늘 “정보를 개방”하여야 한다. 요즘 서울시의 경우 홈 페이지에 도시정비사업과 관련한 내용을 자주 수록하고 있으나 여기를 통한 정보습득은 아직 미흡한 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각 추진위원회나 조합에서 별도의 카페를 운영하여 진행상황, 새로운 정보, 예산집행내역, 기타 소식 등을 공개하고 임원들이 사무실을 방문하는 주민에게 친절하게 상담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는 임원진의 “진정성 확보”이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추진위원회나 조합 구성원의 상당수가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 등 임원진에 대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임원진이 진실해야 한다. 하루하루를 진실하게 임하였을 때 임원진에 대한 신뢰도가 향상되고 진정성이 확보될 것이다.

셋째는 임원진이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조합이나 추진위원회의 일정한 직분을 맡고 있는 임원은 비록 무보수, 비상근일지라도 자신의 직분과 관련된 해박한 지식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각종 회의에서 주민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못하여 조합이나 추진위원회를 불신하는 단초가 되는 경우가 빈번한 실정이다.

넷째는 “이해와 양보”가 필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약간의 부족함이 있기 마련이다. 부족함을 메우기 위하여 공부하고, 수양하며 직·간접의 경험을 다양하게 쌓는 등 견문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재개발, 재건축사업의 구성원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웃사촌이다. 함께 살아갈 곳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사업을 진행하면서 다투거나, 눈살을 찌푸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전국 도시정비사업 현장의 구성원들이 화합하여 물 흐르듯 사업이 진행된다면 수백 억 원, 또는 수천 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진리이지만 그야말로 “시간은 돈”인 것이다. “Time is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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