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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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 총수 일가의 2·3세에 이어 4세까지 기업의 고위임원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총수 일가라는 혜택을 입어 초고속 승진하는 이들이 과연 경영능력은 충분히 검증받았는지 의문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따라 총수 일가라 하더라도 사회적 평판과 도덕성, 기업에 미치는 이미지는 이들에게도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덕목이 되었다. 이에 ‘갑질’ 논란으로 대표되는 한진칼의 조원태 회장과 그 일가의 현재 상황과 한진칼의 경영권을 둘러싼 논란들을 3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재계 이슈_한주희 기자] 한진칼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한진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이 아직도 진행 중인 가운데, 내년 3월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이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다. 이 사건으로 조 회장의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은 2015년 1월 항공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조 전 부사장은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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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땅콩 회항’ 당시 피해를 받았던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지난 11월 5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사무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한항공은 7000만 원을, 조 전 부사장은 3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땅콩 회항’으로 홍역을 치른 조 회장 일가의 갑질은 지난해 3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세례’ 갑질로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조 회장 일가의 일상적인 갑질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이어서 조 회장 일가의 밀수·탈세·배임·횡령 등의 범죄 의혹도 제기되었다.

조 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현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가 적발됐다. 또한, 이들은 대한항공 항공기와 소속 직원을 동원해 명품 의류 등 8천 8백만 원어치와 도자기 등 물품 3천 7백만 원어치를 밀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480만 원을, 이 전 이사장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7백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이어서 이 전 이사장은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또 다른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재판은 다음 달 16일 열린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운전기사 등 9명에게 22차례에 걸쳐 소리를 지르거나 손으로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이사장의 범죄 혐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장 여론의 주목을 받은 사건은 이 전 이사장이 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논란이 됐던 지난해 4월, 인천 하얏트호텔 증축 공사 현장에서 서류를 집어 던지고 직원의 등을 밀치는 등 행패를 부리는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모욕 등 일부 혐의를 제외하고 폭행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앞서, 조원태 회장의 동생인 조현민 전 부사장(현 한진칼 전무)은 ‘물벼락 갑질’ 이후 미국 국적자인 것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조 전무는 2010년부터 7년간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임원에 올라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회사는 국토교통부로부터 무기한 제재를 받아 왔다. 제재 사항에는 신규(정기·부정기) 노선 취항 제한, 항공기 도입 제한, 인력 채용 제한 등이 포함됨으로써 항공사 운영상 중요한 활동이 전면 금지됐다. 한진칼 계열사인 진에어는 아직도 정부로부터 받은 제재를 해제 받지 못해 내년 초까지도 경영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온 가족이 각종 범죄 혐의로 사정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은 아직 진행 중인 것이다.

한편, 지난 4월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이 별세한 후 그룹 총수가 된 조원태 회장을 둘러싼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최근 한진칼의 실적이 부진한 데다가, 조 회장이 본인의 자질논란까지 휩싸여 있어 내년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회장을 둘러싼 자질론으로는 인하대학교 부정편입학과 노인 폭행, 뺑소니 의혹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된 이후 명확한 해명과 사과가 없었다는 데 있다.

앞서 교육부는 조 회장이 지난 1998년 인하대학교에 부정한 방법으로 편입학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조 회장의 편입과 졸업을 모두 취소하라고 인하대학교 측에 통보한 바 있다. 조 회장은 편입 전 한국의 전문대에 해당하는 2년제 미국 대학을 다녔고, 교육부는 조 회장의 미국 대학 이수 학점이나 성적이 인하대학교 편입학에 지원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조 회장은 2018년 7월 교육부로부터 학위 취소 결정을 통보받아 최종학력이 ‘고졸’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인하대는 서울행정법원에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이 때문인지 주요 포털에서 조 회장의 프로필 학력란에는 여전히 인하대학교 경영학 학사에 이어 서던캘리포니아대학원 경영학 석사로 게시되어있다.

조 회장의 도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000년 운전 중 차선을 위반했고 이를 단속하려던 교통경찰을 치고 100미터가량 달아나다 시민들에게 붙잡히기도 했다. 당시 조 회장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됐었다. 또한, 지난 2005년에는 조 회장의 난폭운전을 항의하던 일가족과 마찰을 빚었다. 이때 아기를 안고 있던 70대 할머니와 시비가 붙었고. 이 과정에서 할머니를 밀어 넘어뜨려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갑질’이라는 단어를 세계에 알린 장본인이 ‘한진 일가’로 볼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갑질’은 단순히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기업 총수가 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거나 투자를 유치할 때도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은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기업의 성장동력을 끌어내린다.

홍보 전문가들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홍보와 마케팅을 시도하는데, ‘갑질’로 인해 ‘오너 리스크’가 생기고, 모래성 무너지듯이 기업 이미지가 허물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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