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 총수 일가의 2·3세에 이어 4세까지 기업의 고위임원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총수 일가라는 혜택을 입어 초고속 승진하는 이들이 과연 경영능력은 충분히 검증받았는지 의문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따라 총수 일가라 하더라도 사회적 평판과 도덕성, 기업에 미치는 이미지는 이들에게도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덕목이 되었다. 이에 ‘갑질’ 논란으로 대표되는 한진칼의 조원태 회장과 그 일가의 현재 상황과 한진칼의 경영권을 둘러싼 논란들을 3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재계 이슈_한주희 기자] 조 회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차장으로 입사했다. 이듬해에는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이어서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상무), 경영전략본부장(전무), 부사장을 거친 뒤 2017년 1월부터 대한항공 사장을 맡아왔다. 고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이후 2019년 4월부터는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 및 한진그룹 회장이 되었다.

이러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선 불안한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조 회장의 경영능력을 검증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뜻밖의 사건으로 회장에 취임했기 때문에 경영능력을 평가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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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에 이어 본인에 얽힌 ‘자격’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오랜 시간 제기되어온 도덕성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있다.

지난 2016년 조 회장과 조현아·조현민 3남매가 사실상 소유한 것으로 전해진 기내 면세품 위탁판매업체 ‘싸이버스카이’와 콜센터 운영 위탁업체 ‘유니컨버스’에 대한항공이 ‘일감 몰아주기’를 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후 대한항공은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한 과징금 처분 취소소송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뿐만 아니라 경영능력 부분에서도 조 회장은 불안한 상황이다. 대표이사에 취임한 첫해를 제외하고, 취임 2년 차부터 대한항공의 실적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대한항공의 실적은 매출액 12조 922억 원, 영업이익 9398억 원 등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000억 원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역시 매출액은 13조 203억 원으로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6403억 원으로 전년 대비 크게 급감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6월 말 기준 매출액 6조 699억 원, 영업이익 467억 원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폭 감소했다.

이같이 기업실적이 나빠짐에 따라 조 회장의 경영능력 측면도 의심을 사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주주들로부터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조 회장이 ‘회장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총수에 오르기 전에 열린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 주총을 전후로 조원태 퇴진론이 거세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조 회장은 이를 의식해 최근 다양한 경영상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5일 카카오와 고객가치 혁신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대한항공과 카카오는 플랫폼, 멤버십, 핀테크, 커머스, 콘텐츠,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조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 안정화 노력도 하고 있다. 한진칼은 지난 11월 29일,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하는 등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여론의 관심이 가장 집중된 부분은 새롭게 제시한 경영 전략이나, 임원 인사가 아니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지였다. 어떤 전문 경영인이 승진하는지 따라 투자자들과 기업구성원들은 기업의 미래를 전망하고, 비전을 공유하곤 한다. 그러나 다른 고위임원 인사보다는, 과연 갑질 논란의 주역인 조 전 부사장이 복귀하는지에 더 관심이 쏠린다는 것은 이미 회사 차원에서는 뼈아픈 일이다. 이는 회사에도 조 회장에게도 악재이다. 결국,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인사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렇듯, 조 회장은 총수 일가에 얽힌 구설수도 극복해야 하고, 실적 부진의 늪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경영능력에 대해 주주들과 투자자들의 우려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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