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칼 회장이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을 극복해 경영 실적으로 경영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중에도 대내외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의 계속된 경영 참여 시도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고, 남매간 경영권 갈등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최근 대기업 총수 일가의 2·3세에 이어 4세까지 기업의 고위임원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총수 일가라는 혜택을 입어 초고속 승진하는 이들이 과연 경영능력은 충분히 검증받았는지 의문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따라 총수 일가라 하더라도 사회적 평판과 도덕성, 기업에 미치는 이미지는 이들에게도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덕목이 되었다. 이에 ‘갑질’ 논란으로 대표되는 한진칼의 조원태 회장과 그 일가의 현재 상황과 한진칼의 경영권을 둘러싼 논란들을 3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재계 이슈_한주희 기자] 조원태 한진칼 회장이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을 극복해 경영 실적으로 경영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중에도 대내외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의 계속된 경영 참여 시도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고, 남매간 경영권 갈등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KCGI(케이씨지아이)는 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강성부 대표가 2018년 설립한 대한민국의 독립계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이다. 일명 ‘강성부 펀드’라고 불린다. KCGI는 ‘행동주의 투자자’임을 밝히고,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한진그룹과 한진칼 주식을 사들여 지난 1월부터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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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조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항공운송 주축인 대한항공과 이를 지원하는 항공 제작, 여행, 호텔 사업 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조조정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익 없는 사업은 정리해 갈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조 회장의 이러한 입장 발표는 강성부 KCGI 대표의 한진칼에 대한 공격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많다. KCGI는 지난달 14일 기준 한진칼 지분율 15.98%를 확보했다. 강 대표는 그동안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한진그룹을 운송 전문 종합물류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조 회장의 선임에 대한 적법성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 회장의 상황은 불안해 보인다. 대한항공 노선별 매출이 같은 기간 미국이 6%, 국내선 7%가 늘어난 반면 일본은 19% 줄어들었다. 올해 7월부터 시작된 일본과의 무역 분쟁과 불매운동 여파가 지속하고 있어 수익 하락이 장기화할 수 있다.

지난 3월 대한항공은 ‘비전 2023’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2023년까지 차입금 11조 원으로, 부채비율은 395%로 낮춘다는 것이다. 하지만, 9월 말 기준 대한항공 차입금은 16조 5230억 원으로 지난해 말 12조 6732억 원보다 4조 원 가까이 늘었다. 부채비율 역시 707%에서 862%로 올랐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내년 3월 말 정기 주총을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처음 한진칼 사내이사에 선임된 이래 6년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 된 상황에서 조 회장은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분주하다. 그러나 2대 주주인 KCGI와의 표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자칫 연임안이 부결될 경우 그룹 지배력과 경영권 유지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대한항공의 실적이 안 좋은 가운데, 한진칼에 대한 남매간 지분이 균등한 점은 조 회장에게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고 조양호 회장 주식 상속 이후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4%이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율은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6.47%로 서로 비슷하다.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5.31% 보유하고 있다.

고 조양호 회장이 갑자기 별세하면서, 경영권 승계에 대한 가족 간의 합의가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현재 온 가족이 ‘갑질’ 논란으로 여론을 의식하고 있으므로, 경영권 승계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다. 만약 조원태 회장에 대한 주주들의 불신이 커지고, 지금처럼 경영 실적 압박이 계속되면, 가족 간에 경영권 다툼의 불씨는 언제든지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투자전문가들은 “조 회장이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과 경영 실적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 내년 주주총회에서 KCGI와 소액주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라며, “아직은 잠잠한 3남매 간의 경영 승계권 문제가, 때에 따라서는 조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는데 가장 어려움을 줄 큰 복병이 될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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