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범죄 혐의로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13일 ‘애버랜드 노조와해’ 관련 혐의로 삼성전자 부사장 등 임원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9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들이 ‘회계사기’ 관련 증거인멸 혐의로 전원 유죄판결을 받았다. 오는 17일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혐의에 대한 선고 공판이 예정되어 있다. 이렇게 범죄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는 전·현직 임직원만 총 24명에 달한다.

이에 늦어도 올해 12월 초에는 삼성전자 임원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은 깨졌다. 오히려 해를 넘겨 내년 초반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이 부회장을 포함해 다른 임직원들의 형사재판 일정으로 인해, 삼성그룹 인사는 한동안 정기인사보다는 수시인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매년 11∼12월에 이뤄지던 삼성그룹의 정기인사는 이미 2016년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유동적으로 변했다. 그해 인사는 2017년 5월경으로 미뤄졌다. 전 계열사에 걸쳐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던 인사도 계열사별로 경영 상황에 따라 나눠 이루어졌다.

임원 인사의 시기와 승진자 및 유임자의 결정은 향후 기업 경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장·차관 인사를 보고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처럼, 기업의 임원 인사는 기업의 비전을 전망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이다.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때문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고위 임원들이 일으킨 범죄 혐의로 수십여 명이 형사재판을 받는 상황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최근 미·중무역 분쟁이 합의 국면으로 접어들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도 다소 오를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해서도 전 국가적으로 차분히 대응해가고 있다. 주춤했던 반도체 시장도 곧 활기를 찾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옴에 따라 내년 삼성전자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투자전문가들은 “대·내외 경제 여건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총수를 비롯한 그룹 임원들이 범죄 혐의로 재판으로 받느라 임원 인사조차 예측하지 못한다면, 삼성그룹은 실적을 반등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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