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70) 정석기업 고문(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상습폭행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사실관계 대부분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고문은 ‘자신의 엄격한 성격 때문에 일어난 일’로 우발적 사건이었다는 황당한 변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논란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최근 한진칼 경영권 방어에 주력하고 있는 조원태 회장의 노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경비원과 운전기사 등을 상습폭행하고 폭언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명희 고문에 대해 1차 공판을 열었다.

이 고문 측은 혐의점 대부분을 인정하고 반성하지만, 의도적으로 폭행·폭언을 하지 않았다고 계속 강조했다. 이 고문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이러한 행위를 한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정확히 일해주기를 바라는 기대치가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변호인 측은 이 고문의 행위에 ‘상습성’이 있는지, 행위 시 소지한 것이 ‘위험한 물건’인지 등을 법리적으로 다투겠다고 밝혔다. 이 고문은 사건 당시 고 조양호 전 회장이 평창올림픽을 유치할 때여서 내조에 힘쓰느라 고생이 심했고, 엄격한 시어머니를 봉양하느라 스트레스가 가중돼 우발적 행동을 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이 고문은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고문은 2011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운전기사 등 9명에게 22차례에 걸쳐 소리를 지르거나, 손으로 때려 다치게 하고 물건 등을 던진 혐의가 있다.

어제(16일) 있었던 재판에 이어 2차 공판은 다음 달 14일 열린다. 이때 사건 피해자인 경비원과 운전기사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법조 관계자는 “이미 다른 형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 고문이 이번 재판에서는 성격 결함 등의 양형 참작 사유를 제시하려는 것 같다”라며, “특별한 병적 경력이 없는 이 고문이 단순히 성격상 이유와 스트레스를 폭행 이유로 제시한 것으로는, 재판부도 설득하기 힘들고, 여론도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고문의 그동안의 여러 갑질 논란에 이어 이번 재판을 통해 한진그룹 일가를 둘러싼 ‘갑질 논란’은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이 고문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이미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한 한진그룹의 대대적인 혁신이 없다면, ‘갑질 기업’이라는 꼬리표는 오랫동안 한진그룹을 따라다닐 것이다. 이는 글로벌 운송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한진그룹의 새로운 비전에 역행하는 일이다.

한편, 이러한 갑질 논란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9년 4월 고(故)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갑자기 별세하자 한진그룹의 경영권은 당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게 넘겨졌다. 조 회장은 자신의 개인적 자질론과 도덕적 흠결, 그리고 경영능력 검증 부족으로 아직 주주와 기업구성원들의 확고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경영권 간섭이 가시화되고 있다. KCGI는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문화 쇄신을 명목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논란은 이들이 경영에 참여하기 위한 명목상 이유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한진칼의 지분 비율은 조원태 회장을 비롯해 가족들이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일가가 여론을 의식해 아직 가족 간에 경영권을 두고 잠잠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흔들리게 되면, 가족 간에 경영권 승계를 두고 다툴 여지는 충분하다고 투자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조 회장은 KCGI의 경영권 간섭을 위한 공격과 자신에게 제기되는 자질론, 최근 한진그룹의 부진한 실적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조 회장이 분투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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