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있을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허태수 부회장에 대한 공식 승계절차가 있을 예정이다. 그러나 GS그룹은 허태수 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확정된 사항으로 인수절차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이 일련의 과정이 허창수 회장의 아들 허윤홍 GS건설 사장에게 경영권 승계절차를 굳히려는 디딤돌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2020년에 있을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허태수 부회장에 대한 공식 승계절차가 있을 예정이다. 그러나 GS그룹은 허태수 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확정된 사항으로 인수절차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이 일련의 과정이 허창수 회장의 아들 허윤홍 GS건설 사장에게 경영권 승계절차를 굳히려는 디딤돌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 진단_GS그룹] 지난 3일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고,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선임되었다. GS 측은 허태수 부회장이 GS홈쇼핑의 성공을 발판 삼아 GS그룹도 글로벌 대기업으로 도약시킬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허창수 회장의 막냇동생이 회장으로 선임된 것은 허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그룹 내에서 경력을 쌓을 시간을 벌어주고, 그룹 총수를 만들기 위한 디딤돌 역할로 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허태수 부회장이 GS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것은 아니다. 내년에 있을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허태수 부회장에 대한 공식 승계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GS그룹은 허태수 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확정된 사항이므로 인수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허창수 회장은 내년부터 GS 회장에는 물러나고 당분간 GS건설 회장직만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GS 명예회장직과 전국경제인연합회장직도 계속 활동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허태수 부회장은 허창수 회장의 막냇동생이다. 허창수 회장은 5형제 중 장남이고, 허태수 부회장을 포함해 총 4명의 남동생이 있다. 허창수 회장은 고 허준구 전 LG건설(GS건설의 전신)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LG그룹이 ‘장자 승계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 것에 비해 GS그룹은 어떤 원칙을 두고 승계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지는 않더라도, 위로 3명의 형이 있는데 재계의 예상을 깨고 허태수 부회장을 GS 회장으로 선임한 것은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를 두고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신임 사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사전 준비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허창수 회장은 LG전선 회장과 LG건설(현 GS건설)의 회장을 역임한 후 2005년 3월, GS그룹의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GS 측에 따르면, 허 회장은 다양한 사업 분야 중 에너지·유통서비스·건설 등 3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구축했다. 특히, 허 회장은 친환경 에너지 및 해외 자원 개발, 국내 석유화학 사업 구축, 해외 도시 개발 및 수처리 사업 확장, 풍력 및 신재생 에너지 시장 개척 등 미래성장동력 발굴에도 과감히 투자해 왔다.

허 회장 취임 당시 2004년에는 매출액이 23조 원, 자산 18조 원, 계열사는 15개 규모였다. 그러나 2018년 말 기준, 매출액 68조 원, 자산 63조 원, 계열사 64개 규모로 커졌다. 그룹 규모를 약 3배 이상 성장시킨 것이다. 2005년 LG그룹에서 분리한 GS그룹은 재계 순위 8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GS그룹에서 허창수 회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막대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공을 이룬 허 회장이 GS그룹을 동생 중 한 명에게 넘겨주는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허창수 회장에게는 GS그룹 내에 뛰어난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는 4명의 동생이 있다. 허창수 회장 아래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이 그들이다. 허태수 부회장을 제외한 허 회장의 다른 동생들은 모두 아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GS그룹 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주목한 점은 허 회장의 남동생 4명 중 허태수 부회장만이 아들이 없다. 허태수 부회장의 딸은 2000년생으로 아직 나이가 어리고, GS 그룹 내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허창수 회장이 경영 능력에 대한 검증을 마치지 못한 허윤홍 사장에게 총수 지위를 넘겨주는 것은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허윤홍 사장은 올해 만40세이다. LG그룹의 40대 총수인 구광모 회장이 있지만, 고 구본무 회장이 별세했기 때문에 승계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허 회장은 그룹 회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아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지는 않는다. 특히 그룹 내 핵심 부문인 GS건설 회장직을 유지한다. 또한, GS건설 허명수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GS건설의 상임 고문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즉, GS건설 회장과 사장을 허창수 부자가 맡게 되는 것이다. 현재 GS그룹 내에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동생은 허명수 부회장이 유일하다. 허윤홍 사장이 GS건설 내에서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고자 하는 허창수 회장의 의중으로 보인다.

최근 취임한 허윤홍 사장이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이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GS건설에서 본격적인 경영 능력을 검증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아직 임기가 남아있는 허 회장이 기업에 대한 지배력이 남아있을 때 경영권 후계 구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이다.

허태수 신임 회장의 선임에 대해 그룹 내에 큰 반발은 없어 보인다. 재계에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허창수 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한 디딤돌로 허태수 회장을 지목한 것이라면, 그러한 긍정적 관점도 달리 판단하게 된다.

GS그룹이 허창수 회장의 경영 능력에 힘입어 성장했지만, 오로지 개인의 회사는 아닐 것이다. 또한, 그룹을 이끌어갈 만한 쟁쟁한 경영 능력을 갖춘 다른 동생들도 있다. 만약 허태수 부회장 외에 다른 동생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경우, 그 동생의 아들이 그룹을 승계받을 것을 우려해 허태수 부회장을 선택한 것이라면 주주들과 기업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투자업계에서는 “그룹 총수가 아들에게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기업의 지배력을 놓지 않은 허창수 회장이 신임 회장인 허태수 회장의 경영권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자칫 허수아비 총수가 될 수 있다”라며, “이는 기업의 경영상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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