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KT ‘특혜채용’을 뇌물의 대가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를 공여한 혐의를 받는 이석채 전 KT 회장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두 사람이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 황창규 KT 회장도 검찰 수사를 받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0일 검찰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신혁재 부장판사) 결심공판에서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의원의 딸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업시켜준 것이 ‘뇌물’이라고 보고 이를 공여한 혐의로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KT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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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청년들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 입장에서 과연 채용 공정성이 있는지가 지대한 관심”이라며, “현 정부에서도 채용 비리는 무관용 원칙이라고 천명한 바 있으니 엄히 처벌해주길 바란다”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또한, “뇌물의 대가로 단순히 금전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채용을 미끼로 교묘한 방법을 사용한 것을 참작해서 구형량을 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국정감사가 있었을 때 당시 KT 측 증인으로 이 회장이 선정되려 하자, 김성태 의원이 이를 무마시켜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의원이 그 대가로 딸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주는 방식으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의원의 딸은 서류전형과 인적성검사에 응시하지도 않았지만, 서류전형에 합격해 공채 전형 과정에 합류했다. 이어 뒤늦게 치른 인성검사 결과에서는 ‘불합격’을 받았지만, 이마저 ‘합격’으로 결과가 조작되었고, 최종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이석채 전 회장이 채용 실무진들에게 지시하여 김 의원의 딸을 채용한 것으로 봤다.

한편, 이 전 회장은 KT의 채용에 불법적으로 관여해 KT의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이미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부회장이 김 의원의 딸을 포함해 9명의 부정채용을 지시한 혐의가 이미 다른 재판부에서 인정된 만큼 김 의원과 이 전 회장에 뇌물 사건에 대한 실형 가능성은 커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선고공판은 내년 1월17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KT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이 빨라졌다. KT 측에 따르면, 오는 26일 KT 차기 회장 1차 컷오프를 통과한 총 9명의 후보가 심층면접을 치른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회장선임추천위원회가 면접을 통해 최대 3명의 후보를 압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추려진 후보들을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 1명으로 결정한다. 이사회에서 결정된 최종 후보는 2020년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에 선임된다. 이어 황창규 현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부터 신임회장의 임기는 시작된다.

한편, 황창규 KT 회장에 대해 ‘경영고문 부정위촉’ 혐의로 지난 3일 경찰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곧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회장이 범죄 혐의에 연루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KT 전임 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현 회장은 ‘경영고문 부정위촉’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받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전문성과 낙하산 유무만큼이나 도덕성이 확실하게 검증된 인사가 회장으로 선임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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