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한 의존도, 지속적으로 낮춰야 한국 성장 기대

일본의 보복무역으로 인해 발발한 탈일본화는 그것과 무관하게 더 빠른 속도로 탈일본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산업기획] 폴더블 폰의 주요 부품 소재인 ‘CPI(Colorless polyimide, 투명 폴리이미드)’가 국산화되거나 CPI의 대체품인 국산 ‘UTG(Ultra-Thin Glass, 초박막 강화유리)’로 대체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CPI와 UTG는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소재로 형태를 다소간 변화시켜도 다시 원형으로 복구되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소재로 사용되는데, 기본적으로 CPI는 플라스틱의 UTG는 유리의 성질을 띤 소재로 생각하면 쉽다.

CPI는 상대적으로 소재의 유연성이 좋으며 제작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크래치(긁힘)가 쉽게 발생하거나 투과율이 좋지 않고 여러 번 접었다 폈을 경우 주름이 비교적 쉽게 생길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UTG는 유리 소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유연성에 한계가 있으며 깨질 수 있고 제작비용이 고가라는 단점이 있지만, 스크래치나 주름 문제가 비교적 덜 발생한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폴더블 폰 기준으로 현재까지는 CPI가 UTG에 비해 많이 채용되었는데 2019년 출시되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던 삼성전자의 폴더블 폰인 ‘갤럭시폴드’에도 일본의 ‘스미토모화학’에서 제작된 CPI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최근까지 스미토모화학이 양산 체제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미 CPI의 양산체계를 구축하거나 시운전에 들어간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 등 국내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국내 CPI 수요 중 일부를 대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향후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글로벌 수요 시장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아 국내 기업들의 제품 품질과 수율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국내 수요뿐만 아니라 수출 수요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지난 12월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비상장사인 ‘도우인시스’의 장외 주식 60만주를 135억 원에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우인시스는 UTG 가공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회사로 이번 주식 매수로 인해 삼성디스플레이는 27.7%의 지분율로 최대 주주가 되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도우인시스에 투자한 것은 CPI의 특성상 디스플레이에 주름과 스크래치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UTG를 도입하여 좀 더 향상된 폴더블 폰을 내놓기 위함과 동시에 핵심 소재 공급처를 국내에서 마련하여 일본의 무역보복 영향권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소재 공급을 꾀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소재, 부품, 장비를 지속적으로 국산화하는 것 외에도 대만, 독일 등 소재, 부품, 장비 강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대만 반도체소재기업인 ‘글로벌웨이퍼즈(GlobalWafers)’의 국내 계열사인 ‘ MEMC코리아’는 충남 천안에서 반도체용 실리콘웨이퍼 생산 공장의 준공식을 가졌다.

이미 국내 제1공장에서 직경 300㎜의 실리콘웨이퍼를 생산하고 있었던 MEMC코리아였지만 이번에 제2공장을 준공함으로써 국내 생산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며, 일본기업들의 비중이 50%에 달했던 실리콘웨이퍼 수입 분야에서 약 9%P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와 지자체는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투자를 유치했으며 공장 내 화학물질 취급 시설 인허가에 패스트트랙을 적용하고 산업보건안전법상 공정안전보고서 심사를 신속하게 처리하여 공장을 조기에 준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번 MEMC코리아와의 협력은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응하여 해외 기업과 협력에 성공한 모범사례로 평가되고 있으며, 기술력을 보유한 해외 기업들이 한국 국내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생산하여 일본의 무역보복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한국 기업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모델로 삼을 예정이다.

한편 현지시각으로 지난 12월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독일의 NRW(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는 ‘한⦁독 소재부품 기술협력센터’ 설립을 추진하여 한국과 독일 양 국가가 소재 부품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정부는 내년 초까지 센터 내에 입주할 10개 내외의 중견기업을 모집할 것이며, 입주기업에게는 맞춤형 산업기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독일 현지 기술협력 파트너를 알선하며 현지 진출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독일은 2018년까지 70명의 노벨상 과학 분야 수상자를 배출하여 23명에 불과한 일본과 비교할 때 수상자 수가 3배에 달하며, 소재분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화학상 수상자만 해도 29명을 배출하여 7명이 수상한 일본의 4배에 달할 정도로 기초과학 분야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업계에서는 공작기계 등 정밀기계분야에서는 독일의 기술력이 일본보다 우수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므로 이번 일본의 무역보복을 계기로 독일을 포함한 유럽과의 기술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 12월 23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8회 심의회의’에서는 일본 수출규제가 해소되더라도 경제안보 차원의 글로벌 공급망 균열에 대비하고 산업 고도화 대응 등을 위해 소재, 부품, 장비 분야의 역량강화를 꾸준히 추진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소재, 부품, 장비 R&D에 2020년 1조 70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2022년까지 3년간 총 5조 원 이상을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며, 주력산업 및 미래 신소재 분야의 기초 연구를 확대하고 기초 연구의 상용화 지원과 함께 조사, 기획 단계부터 기업들과 협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과기부는 2022년까지 4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12인치 웨이퍼 공정용 테스트베드(개발된 소재, 부품, 장비의 성능을 실험할 수 있는 라인)를 구축할 예정이다.

그동안 전국 각지에는 10여개의 반도체 생산용 테스트베드가 있지만 노후화로 인해 산업현장의 최근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결국 국내 기업들이 우수한 소재, 부품, 장비를 개발해도 성능이나 품질을 시험하기 위해서는 해외 실험 장비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었으므로 영세 기업에게는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되기까지 했던 실정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테스트베드 구축만으로 당장 국제적인 실험장 수준으로 향상되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등한시했던 반도체 관련 공공 테스트베드 고도화의 첫발을 딛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향후 일본의 무역보복 같은 사건으로 한국의 주력산업이 타격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계획으로 소재, 부품, 장비 분야를 육성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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