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종근 원당1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장

[이슈 ‘이 사람’] 

▲ 정종근 원당1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장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있듯, 환경은 사람을 지배한다. 환경의 중요성은 우리 인간을 설명할 때 가장 근접하게 인지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오랜 군 생활은 사람에게 무엇을 만들어낼까. 기자(記者)가 전방의 군 생활 약 3년을 통해 유추해 볼 때 “정확함과 절도(각도) 그리고 강인함”등을 들 수 있을 것이며, 요즘말로 “디테일”로 칭하는 세부적이고 항목 하나하나를 분명히 하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지난 3일 오후 4시 원당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정종근 조합장이 그런 사람이다. 수십 년의 군 생활이 정종근 조합장을 정확하게 만들었으며, 디테일한 일처리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1시간여 동안 진행되는 인터뷰 내내 들었다. 설명을 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으며, 상황을 얘기할 때 서두에 ‘몇 년 몇 월 며칠’을 분명히 언급하며 말을 전하는 모습은 “신뢰”를 느끼게 했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정 조합장을 만나게 된 것은 기자가 꼭 “인터뷰 해야겠다”는 아집(我執)에서다. 원당1구역은 모래(6일) 시공자선정을 위한 임시총회가 열린다. 시공자선정은 정비사업이라는 큰 맥락에서 볼 때 두 번째 산과 같다.(하나는 조합설립, 셋은 관리처분) 그 과정을 거쳐 오는 직접적 당사자에게는 어떤 심정일까 궁금했다. 또 이곳 원당1구역에서 말이 오가는 공사비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답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만났다. 4일 오후 4시 조합사무실에서. 

●…군 생활을 오래 했다고 들었다.

오래했다. 솔선하여 앞장서는 정신(挺身)도 군 생할에서 비롯됐으니. 그래서 많은 곳을 갔다(대한민국 군인은 한 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한다=역자 주). 그래도 이곳 고양에서의 생활은 약 37년 정도가 된 것 같다. 특히 이곳 원당은 봉사활동 등을 통해 사람들을 직접 인솔하면서 주민들과의 교감이 많았다. 이곳 일대는 장애인 시설이 몇 있다.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한 곳이 이곳이고 그 생활을 15년 정도 한 듯하다. 

▲ 정 조합장의 손, 사람의 손은 그 사람의 일생을 말해준다고 한다. 조합장의 손은 군 생활의 험하고, 구역의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손인 듯 싶다.

●…언제인가? 이곳 정비사업을 알게 된지?

2008년도이다. 이곳이 가칭일 때 주변 분들이 “도와 달라, 함께하자”라는 말을 건넸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 시작하니 자연스레 알고 하게 됐다. 그래서 “도와주자”라는 생각에서 함께했고, 열심히 했는데, 지금의 조합장 자리에까지 오게 됐다.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했다. 

●…모든 것이 생소했을 텐데.(기자의 경험으로 ‘재’자 사업은 일상 단어들이 아니다.)

주민에게 재개발과 뉴타운에 대해 알게 하기 위해 같이 한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다. 처음에는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에서 관련 자료를 다운받고, 관련 서적을 구입 탐독을 통해 수개월을 주경야독으로 보냈다. 주민설명회 하나를 개최하려해도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주제로 설명회를 가져야 하는지 아는 이가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교육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느꼈고, 스펀지가 물을 빨아 당기듯 짧은 시간에 빠르게 알아갔다. 그 이후 구역 내 아파트별, 빌라(다세대)별 주민설명회를 진행했다. 

(정 조합장의 좌충우돌은 이 사람이 군인이라는 강인함만 있는 것이 아닌 “인간미도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정 조합장은 처음 접한 이 사업이 무언지도 몰랐을 때 재개발이 아닌 재건축과 관련한 공부를 먼저 했다한다. 유사하지만 엄연히 다른 사업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혼동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정 조합장은 관련서적을 탐독했다했다. 그래서 기자가 쓴 ‘쉽고 깊게 쓴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이라는 책도 봤느냐는 질문에 “봤다”라고 답했다. 괜히 친근감이 들었다.

▲ 정 조합장이 인터뷰 중 질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민설명회나 간담회는 2009년과 2010년에도 계속해서 진행됐다. 정 조합장에 말에 의하면 2009년에 주민을 이해시키기 위한 간담회 및 설명회는 약 4개월여 기간 동안 진행됐고, 이듬해인 2010년에도 2개월여의 기간이 주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시간으로 소요됐다는 것이다. 실제 추진업무일지를 보더라도 ‘신장아파트 주민간담회’, ‘개나리, 부성빌라 일원 주민간담회’ 등 무수히 많은 간담회 일정들이 눈에 띄었다.)

정 조합장은 말을 이었다.

2010년 9월 6일 결정고시(원당뉴타운재정비촉진계획 결정고시)가 떨어졌다. 간담회니 설명회 등을 통해 비로소 주민의 이해가 마무리되니 때마침 촉진계획이 고시됐다.(그리고 웃었다. 기자도 긴장된 어깨를 조금 풀었다.)

이후부터 시작된 추진위원회 승인 동의서를 두 달 만에 54%를 얻고 2011년 3월 21일 주민총회를 개최했다.

(조합장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 두 곳의 추진위원회가 있었다고 한다. 가칭 때는 한 구역에 몇 곳의 추진위가 존재할 수 있다. 다만 한 곳이 먼저 승인 받았다면 그 이후로 다른 곳은 추진위가 아니다. 이곳이 두 달 만에 54%의 동의서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수 없이 많은 노력을 통한 주민 설득 및 이해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한편으로는 경쟁자가 있었기에 ‘조금만 더’라는 노력을 했지 않았을 까라는 생각도 든다.) 

▲ 경기도 고양시 원당1주택재개발구역, 멀리 주교성사주공1단지아파트를 재건축한 대림 e-편한세상이 보인다.

●…그 당시 모든 것을 ‘직접 했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 당시를 생각하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후회도 미련도 없는 열정의 생활을 보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고 현장을 ‘직접’ 누비며 간담회, 설명회 등을 진행하고, 또 요청이 있으면 언제라도 마다하지 않고 현장을 찾았다. 

(조합장은 인감증명서와 연번동의서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웠다한다. 연번동의서는 2009년경 정부에 의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방지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인정된 추진위가 구성되기 전 여러 개의 추진위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과다경쟁으로 동의서 위조 등의 불법적 요소가 많아져 시행하게 된 일종의 동의서 위조방지책이라 볼 수 있다.) 

●…두 달과는 인연이 많다. 조합설립 동의서도 두 달 만에 75%를 넘었다고 들었다.

두 달 만에 받았다는 것은 우리의 열정이지만 이 보다는 하나의 실수가 사업의 많은 지장을 초례하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라도 법적 사항을 거르고 갈 순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힘이 실렸다.) 항상 강조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편하거나 쉽게 하기 위해 법을 어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무실 내 직원들에게도 이는 항상 강조되는 부분으로 지금껏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원동력이라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당시 총무였던 조합장은 위원장으로부터 조합장 출마를 권유받았고, 조합장은 물러나려는 위원장을 조합의 수석이사에 역임할 것을 추천했다한다.) 

●…시공자선정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772명의 이곳 조합원으로 원당 전체 중에서도 가장 많다. 이 중 과반수 이상이 직접 참석해야 비로소 성원이 이뤄져 총회를 이룰 수 있다. 이 부분이 지금 최대의 관건이며, 참여한 3개사의 계약서 검토도 지난 달 30일 다 마쳐놓은 상태다.(이곳은 컨소시엄 두 곳과 단독 1곳이 참여해 6일 경합을 치룰 예정이다.) 해서 그 회사들이 빠트린 부분과 미흡한 부분을 사전 검토하고 이사진 및 임·대의원들에게도 검토토록 해 다른 곳은 몰라도 이 곳 만큼은 조합원을 위한 보다 나은 시공계약서가 되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인터뷰가 중반으로 치달았다. 조합원들의 현안을 물을 차례다. 핵심부터 물었다.

●…3개사 제시 공사비를 어떻게 보는가.

▲ 조합장이 경기 일대 재개발 재건축사업에 입찰한 시공사 공사비를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다.
(이 질문에 조합장은 스크랩한 자료를 꺼내 보였다.) 최근에 시공자를 선정한 곳의 공사비를 취합해봤다. 우리 지역과 비슷한 곳도 있고 많거나 적은 곳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후에 발생가능한 문제의 소지를 미리 차단하고 가는 것이 옳다고 봤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들 지역에 제시한 업체의 공사비는 금융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금융비가 포함돼 있다. 이것이 차이점이다. 조합에서는 처음부터 향후 얼마가 될지 모를 금융비문제로 논란을 겪느니 처음부터 오픈하여 조합원에게 허락을 구하자는 쪽으로 가닥 잡았다. 이렇다 보니 몇몇 분들의 문의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모든 조합원이 이해하신다.

●…이사비용이 적다는 말도 있더라.

건설회사는 업자일 뿐이다. 이들에게 무엇을 바란다는 것은 결국 어딘가에서 부담해야 한다. 향후 10년 동안에 있을 서비스비용도 모두 포함된 것이 삼성 엘지의 전자제품 아닌가. 이사비도 같은 맥락이다. 공짜로 준다고 펑펑 쓰고 나중에 되갚을 때 속 쓰리니, 안 받고 아껴 써 실속을 차리자는 의미로 참여사들의 이사비용을 제한했다. 이렇게 원칙을 강조해 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분란이 일어난다. 그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재개발은 통상 작은 지분 소유자가 많다. 이는 사업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 원당1구역 입찰에 참여한 3개 시공업체 현수막
이곳도 소형 빌라들이 약 30% 정도가 있다. 큰 평수를 가진 사람이야 큰 아파트에 가고 싶겠지만 작은 땅을 가진 분도 조합원이다. 해서 이 30%의 조합원에 맞춰 18평형 이하의 아파트를 구성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원주민 재정착률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서울·수도권의 평균 재정착률은 10% 안팎임을 볼 때, 조합장의 이 말은 서민을 위한 대책임을 알 수 있다.) 이곳은 용적률 246%로 계획 건립가구는 2450여 가구다. 이를 용적률 상향을 통해 지금보다 많은 건립가구를 통해 사업성을 높일 계획이다. 

(인터뷰를 마칠 때가 되어 서둘렀다. 인터뷰 중에도 조합장의 핸드폰은 계속 울려댔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어 사안이 급할 것이다.) 

●…끝으로 말을 전한다면.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조합원 전체가 최대 현안으로 갖는 ‘돈’과 관련해 분담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모든 주파수를 열어놓고 접근한다는 것이다. 해서 큰 집에 대한 욕심을 조금만 누그러트린다면 옆집에 사는 조합원이 새로 짓는 집에 다시 살아 영원한 이웃이 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고맙다./ 

<인터뷰 후기>
정종근 조합장을 인터뷰하면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정확하게”, “분명히 말하지만”이라는 말이다. 인터뷰 녹음파일을 4~5차례 반복해 듣다보니 그와 유사한 말 그리고 숫자(몇 년 몇 월)가 반복해서 언급됐다. 그 만큼 정 조합장은 디테일한 사람이란걸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정 조합장은 새벽 5시 30분에 기상한다. 하루도 빼지 않고 구역 내를 돌며 순찰한다. 그는 이웃집 담장의 넝쿨이 낙엽 되어 떨어지는 과정을 알고 있으며, 자료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기획력 또한 빈틈이 없다. 10년 가까이 이곳 ‘재’자 사업과 관련해 취재와 보도를 하는 기자(記者)에게도 이런 조합장은 필요함을 느낀다. 기자 자신도 공사비 문제로 처음 오해로 접근했으나 직접 대면한 지금 그 오해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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