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윤활시스템, 스마트 선박 등 최신 기술 적용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한국 조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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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송년특집]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3사의 수주량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조사업체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에 기록했던 3172만CGT 보다 무려 36.8% 감소한 2006만CGT를 기록했다.

◆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선방한 한국 조선 3사

한국 조선 3사도 11월까지는 수주 실적이 좋지 않았는데 12월에 들어와서 뒷심을 발휘한 덕분에, 12월 26일 기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액은 감소했지만 감소율이 각각 전년대비 14.3%, 10.3% 감소하는데 그쳤으며 삼성중공업은 오히려 전년대비 12.7% 증가하는 등 2019년 한국 조선 3사의 수주실적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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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조선3사 / 그래픽_뉴스워커

지난 12월 25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중형컨테이너선 등 선박 6척을 총 3400억 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는데,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12월 26일 기준 컨테이너선 22척, 원유운반선 29척, PC선 36척, LNG선 23척, LPG선 17척 등 총 135척, 120억 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하여 목표 수주액 159억 달러의 75.5%를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12월 17일 초대형 LPG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고 공시하여 LNG운반선 10척, 초대형 원유운반선 10척,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 초대형 LPG운반선 2척, 창정비 1척을 포함하여 잠수함 5척, 해양플랜트 1기 등 총 33척, 약 61억 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하여 목표 수주액 84억 달러의 72.6%를 수주했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은 12월 13일 미국 셰브론社의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 선체 계약을 수주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거의 5년 만에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마지막 해양플랜트를 선주에게 인도해서 해양플랜트 부문 일감이 떨어지기 전에 새로운 일감이 생겨 그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12월 2일 유럽 지역 선사로부터 아프라막스급 원유운반선 2척을 총 1억 6000만 달러의 금액에 수주해서, LNG운반선 13척(11월 25일 공시분 제외), 컨테이너선 6척, 원유운반선 16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 2척, 특수선 1척, FPSO 1기 등 총 39척, 71억 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하여 목표 수주액 91.1%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2015년 53억 달러, 2016년 5억 달러, 2017년 69억 달러, 2018년 63억 달러, 2019년 71억 달러의 수주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2019년 수주실적이 최근 5년간에 기록한 수주실적 중 가장 좋은 실적으로 알려졌다.

◆ 공기윤활시스템 기술로 선박 운항의 경제성 높인다

한국의 조선 3사는 공기윤활시스템을 선박에 적용하여 선박 운항 시에 소모되는 연료를 절감함으로써 경제성을 향상시켜 선박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공기윤활시스템(Air Lubrication System)’은 선체의 평평한 바닥과 바닷물이 접촉하는 면 근처의 정지된 물과 흐르는 물 사이에 형성되는 ‘난류경계층(turbulent boundary layer)’에 공기를 지속적으로 주입하여 마찰저항(frictional resistance)을 감소시키는 시스템이다.

‘난류(亂流, turbulent flow)’란 불규칙적인 유체의 흐름으로 규칙적인 유체의 흐름인 ‘층류(層流, laminar flow)’에 비해 일반적으로 마찰저항이 크다.

마찰저항이 클수록 선박이 운항할 때 더 많은 연료가 소모되므로, 공기윤활시스템은 난류경계층에 공기를 주입하여 마찰저항을 감소시킴으로써 소모되는 연료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핀란드 기업 ‘Wärtsilä(바르질라)’에 의하면 공기윤활시스템을 채용한 선박의 경우 선박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략 8~10%의 소비연료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조선 3사도 독자적인 공기윤활시스템을 개발하여 자사가 건조하는 선박들에 속속 탑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6년 자사의 공기윤활시스템인 ‘HI-ALS’의 실증사업을 마무리했고 시스템 탑재영업을 진행한 결과, 그리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17만 4000㎥급 LNG운반선에 HI-ALS 시스템이 탑재될 예정이라고 2019년 4월 14일 밝힌 바 있다.

이번 HI-ALS 탑재로 기대되는 소비연료 절감효과가 약 8%에 달할 것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은 전망했다.

한편 2019년 11월 18일 대우조선해양은 그리스 마란가스(Maran Gas Maritime)社로부터 2016년 6월 수주한 17만 3400㎥급 LNG운반선 1척의 건조를 완료하여 선주 측에 인도했는데, 이 선박에 자사의 공기윤활시스템인 ‘DSME ALS’가 탑재되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DSME ALS의 탑재로 인해 적어도 5%이상의 소비연료 절감효과가 발생할 것이며 평균 선박 운항 기간을 20년으로 가정할 경우 약 1년 6개월 치에 달하는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은 10월에 수행된 DSME ALS의 시운전 결과에 선주인 마란가스社가 매우 흡족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후속선박에도 DSME ALS의 탑재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 또한 2018년 2만 3000TEU급 컨테이너선에 자사의 공기윤활시스템인 ‘SAVER Air’을 탑재할 것으로 밝힌 바 있고, 해당 시스템 적용 시 파도나 조류 같은 외부 환경에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공기층을 형성하여 4% 이상의 소비연료 절감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 스마트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국 조선 3사

한국 조선 3사는 수주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ICT 기술을 선박에 접목하여 운항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선박 관련 정보를 모니터하는 것이 가능한 스마트 선박의 건조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10일 현대중공업은 통합 스마트십 솔루션(ISS)이 설치된 18만㎥급 LNG운반선 ‘프리즘 어질리티(Prism Agility)’호를 선주인 SK해운에 인도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ISS는 선주들에게 화물창 내의 온도, 압력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용기의 진동에 따라 액체가 떨리는 ‘Sloshing(슬로싱)’ 현상에 관련한 정보도 실시간 제공이 가능하며 기화되는 LNG의 양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창 내부의 LNG는 –162℃의 극저온상태인데 반해 화물창 외부는 상온이므로 극심한 온도 차이로 저장된 LNG 일부가 기화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기화된 LNG를 선박의 추진연료로 사용하여 운항할 수 있기 때문에 LNG가 기화된 양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예측된 LNG연료량을 기반으로 운항할 수 있는 최적의 항로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여 경제적인 운항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9월 현대상선과 협력하여 스마트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양사는 IoT기반 Real Time 서비스 연구, 선대 운영을 위한 육상플랫폼 연구, 선박 자재창고 자동화 시스템 개발, 경제운항 솔루션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으며, 2018년 현대상선이 발주한 2만 3000TEU급 컨테이너선 7척에 스마트십 솔루션을 탑재하여 운항의 경제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또한 LNG선에 차세대 스마트십 솔루션인 ‘에스베슬(S.VESSEL)’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선박 항로와 속도 최적화 솔루션인 1세대 시스템을 더욱 향상시켰으며 자체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선박 관련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에스베슬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에스베슬은 해상에서 최적 항로를 설정하고 연료 소모량과 안전성을 감지하며 자동화된 보고를 통해 선박의 운항 시에 경제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고, 육상에서는 원격 선단 관리시스템으로 실시간으로 장비 상태를 점검하고 수리가 필요한 시점을 알리는 등 선주들이 효율적으로 선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발주량이 대폭 하락할 정도로 외부 경영환경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의 조선 3사는 경제적인 선박 운용을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공기윤활시스템, 스마트 선박 등 차세대 선박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므로 부정적인 전망만을 내어놓기는 쉽지 않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을 내어놓는 것은 경계해야 하며 수주활동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내년 환경규제와 카타르발 LNG운반선의 대규모 발주가 예측되고 있어 한국 조선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면 어려운 환경이지만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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