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_보배드림
사진출처_보배드림

[뉴스워커_女 기자의 시사talk] 얼마 전 모 커뮤니티 게시판을 시작으로 누리꾼들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이 하나 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유치원 소풍으로 단체 주문한 2만원 짜리 도시락이 편의점 5천원 보다 부실해 업체와의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누리꾼들에 화제가 된 것이다.

당초 문제가 된 것은, 부실 도시락에 대한 업체 측의 대응이었다.

소비자는 업체 측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전문을 공개하며 네티즌들의 공분을 이끌어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비용 대비 터무니없이 허술한 도시락 내용물과 더불어, 항의하는 소비자에 도리어 ‘적반하장’격으로 나오는 업체 측 태도가 상식에 맞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누리꾼들의 반응에 힘입어 업체는 태도를 전향해 공개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파란을 불러왔다.

해당 학부모, 그러니까 처음 이 사안에 문제를 제기했던 당사자가 수많은 네티즌들의 의견을 한데 모았다가 돌연 게시글을 삭제 한 것이다. 업체 측과 해결을 본 뒤 사안이 일파만파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발을 빼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함께 부실 도시락 업체에 공분을 표하던 누리꾼들의 화살은 학부모에게 쏠렸다.

누리꾼들을 개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 즉, ‘분풀이용’으로 이용했다는 판단에서다.

시대가 변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의 기능과 파급력은 점차 확장돼 가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 노출됨과 동시에 다대다 의견 교환이 가능하며, 이는 공간을 초월해 확산을 가능케 한다. 개인이 커뮤니티에 불만을 표출하는 순간 그것은 공론화의 대상이 되며, 담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신중해야 할 이유이며, 또 해당 게시물에 절대적 권리 주장을 내세울 명분 또한 불투명 해 질 공산이 크다.

때문에 한 개인이 수많은 이들이 함께 하는 담론장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사적 문제 해결 이전에 공익을 전제(前提)로 해야 한다. 개인적 사안을 해결 한 뒤 수습 불가의 상황에서 수많은 누리꾼들의 의견을 송두리째 물거품화(化) 시켜 버리는 것은 이기적 처사다. 공론화에 참여해 문제해결에 이르게 한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소비자 한 사람의 힘은 미미하고 역부족이다. 그러나 다수의 목소리는 힘을 발휘한다. 개인의 문제는 또한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소비자들 간의 단결과 결집이 소비자 개인의 권익을 지켜낼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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