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의 출근저지 그리고 기업은행의 미래
낙하산 인사의 출근저지 그리고 기업은행의 미래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0.01.03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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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2팀 기자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2팀 기자

[뉴스워커_한주희 기자의 쓴소리] 금융업계뿐만 아니라 노동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던 기업은행 은행장 인사가 지난 2일 이루어졌다. 업계의 대체적인 예상대로 윤종원 청와대 전 경제수석비서관이 제26대 은행장으로 낙점됐다. 금융권에서는 윤 신임 행장이 현 정부의 경제·금융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대내외 금융 관련 규제 완화 및 조정에도 일정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보인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와 관치금융을 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윤종원 행장,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지만, 기업은행 입지 개선할 인사로 꼽혀

기대를 보이는 측은 관망하는 태도가 강하고, 반대하는 측은 행동에 옮기기 쉽다. 오늘(3일) 취임이 예정되어 있던 윤 행장은 노조의 격렬한 반대로 출근도 하지 못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김도진 전 행장의 연임이 불투명해진 이후부터 낙하산 인사는 반대한다는 뜻을 금융당국에 계속 전달해 왔다.

앞서 노조는 신임 행장 선임 시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관료 출신을 배제하고,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할 것이며, IBK기업은행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원칙에 맞지 않는 인사가 임명될 경우 투쟁을 계속해 사퇴를 촉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늘 윤 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는 이러한 노조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노조는 윤 행장이 사퇴할 때까지 출근 저지 등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 신임 행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수료한 후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또한, 1983년 행정고시(현 5급 공채)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거쳤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서 거시경제와 금융업 등 경제정책 전반에 두루 능통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융권에서 낮아진 기업은행의 입지를 넓히는 데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가 많다.

낙하산 논란 인사, 외부기관 주요 경력자로 평가받지만, 성과와 책임에 둔감할 우려 있어

정권이 바뀌고 나서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단체의 수장이 선임될 때는 늘 낙하산 논란이 따라붙는다. 해당 기관 내부 인사가 승진하여 사장단 이상 고위 임원이 될 때는 채용 비리 및 계파 갈등이 불거지기 쉽다.

군대나 검찰, 경찰처럼 내부 인사만이 승진하는 기관과 달리 공공기관이나 준정부기관은 외부 인사가 수장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왜 유독 이들 기관에서 낙하산 논란이 크게 불거지는 것일까.

대체로 이들 기관에는 한창 일할 경력을 갖춘 인사가 선임되기보다는, 해당 전문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보유하고 자신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직위를 마친 인사가 선임되는 경우가 많다. 이후 이들은 다른 경력을 쌓는 경우는 많지 않고, 연임이 주된 목표가 된다. 해당 직이 마지막이 되면 성과와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렇게 되면 해당 기관의 성장이 둔화할 우려가 있고, 대내외 합법적 경영권견제도 쉽지 않다.

또 다른 이유로는, 노조가 있는 기관에서 특히 낙하산 인사 논란이 많다. 이는 노조가 낙하산 논란을 일으키거나 없는 문제를 부풀린다는 말이 아니다. 노조가 없는 기관에 비해 조직된 힘을 이용해 목소리를 낼 수 있기에 더 부각 된다는 의미다. 노조는 낙하산 인사가 해당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임명권자나 선임 시 영향력을 행사해준 인사나 단체의 간섭을 받기 쉽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정권 차원에서 보은 인사를 위해 전문성이나 관련 경험이 없는 인사가 선임 되거나, 잠시 경력관리를 위해 거쳐 가는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논외로 한다. 이런 인사는 논의의 가치도 없다. 단지 낙하산 논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기업적인 행위에 가깝다.

윤 행장, 내부 비판 피하고자 노조와 협력관계 추구할 듯...경영 실적 개선도 과제

윤 행장이 출근 저지를 당한 이후의 행보는 무엇일까. 기업은행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윤 행장은 여론과 노조의 관심을 받으며, 취임 초기 조직장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행 내부 출신이 아니라서 은행 내부 사정에 어둡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오히려 노조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또한, 협력적 관계를 끌어내기 위해 직원 처우 개선에도 힘쓸 것이다. 임기 말기까지 노조와의 관계는 긴장과 공생관계가 이어질 것이다.

기업은행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대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 금융지원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상품을 출시할 것이며, 금융당국 인사들과의 접촉점도 넓어질 것이다. 다만, 이 와중에 만약 기업은행 실적이 부진하게 되면, 관치금융 논란이 거세질 것이다.

낙하산 논란과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을 끝내는 것은 윤 행장이 얼마나 유연한 자세로 노조를 상대하느냐에 달려 있다. 또한,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기업은행 고유 업무에 더 주력하며, 최근 부진한 실적도 개선해야 한다.

기업은행 안정된 성장 위해 노조와 윤 행장 접점 찾아야

노조는 윤 행장에 대해 출근 저지를 하며, “함량 미달 낙하산 행장을 반대한다”라고 외쳤다. 이에 윤 행장은 “함량 미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기업은행 1만 4천 가족들의 일터를 잘 키워가겠다”라고 답변했다.

물론 취임 첫날이지만, 이를 통해 윤 행장은 노조가 반대한다고 사퇴하지 않을 뜻을 밝힌 것이다. 또한, 노조의 반대는 이미 예상되었고, 이를 감수하며 취임한 것이다. 그렇다면, 노조는 윤 행장의 사퇴만을 주장하기보다는 노조의 우려와 기대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상하는 것이 차선책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의 조직이 안정되어야 소상공인 등 주요 고객들이 안심하고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은행의 당면 과제도 산적하다. 이번 신임 행장과 노조의 갈등이 조기에 해결되어 기업은행이 더욱 성장하여 제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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